마스크 대란 때문에 생긴 마음에 병.

o2020.03.08
조회236
전 성격이 평소 밝은 사람입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모임도 가입해서 다니고 할 정도로요.
전 직장이 약국에서 약사님 도와드리는 직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 때문에 전국적으로 난리입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 되어서 최근처럼 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하는 고생이 덜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까지,
약국에 들어 왔던 공적 마스크들은,
의약품 도매상에서 랜덤으로 보내주는 거라,
마스크가 오는 시간도, 그날 판매되는 수량도 정확하지 않고 랜덤입니다.

약국에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빗발치는 문의 전화와
오며 가며 약국에 들려서 물어보시는 분들께 수없이 저나 약사님들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답변도 해드리고 그랬습니다.

약국도 이렇듯,
그저 모든 걸 정확하지 않게 랜덤으로 들어오는 공적마스크 때문에 입장이 너무나 난감했습니다.
아마, 제가 다니는 약국만 이랬던 게 아닐 겁니다.

혹시 모른다며 새벽부터,
약국 문 열기도 전에 오셔서 오매불망 줄 서 계셨던 분들..
다 제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동생 같은..
다같은 국민들입니다.

마스크 오는 시간이 정확하면 좋을텐데 하고 약사님들이랑 항상 안타까워했고 답답해 했습니다.
그 사정을 알아주시던 약국 단골 손님들이나 약국 동네 분들은 저희를 위로 해주셨어요.
마스크도 못 드리는데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지금 근무 중인 약국에서 1년을 근무를 했는데,
단골 손님들, 약국 동네분들..
다 제 부모님 같으셔서 최대한 친절하게 해드리려고..
이 약국은 약사님들만 친절한게 아니라 직원도 친절하다는 인식 심어 드리고 싶어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처음 보는 분들,
다른 동네에서 오셨던 분들,
얼굴 다 기억납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있었던 일이니까요.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늘 제가 출근을 하니,
손님들이 줄을 서 계셨습니다.
약사님도 출근을 안하셔서 문이 잠겨 있던 상황이었고 약국 문에는 "공적 마스크 판매종료" 라는 안내문까지 붙여 놓았어요.

그런데 오늘 같은 날도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공지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님들께 마스크가 들어오긴 하겠지만 정확히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약사님 오시기 전에 말씀드렸더니..

손님들이 단체로 불같이 저한테 화를 내시고 항의를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욕하시는 분들도 계셨구요.
욕은.. 오늘 뿐만 아니라 이 공적마스크 배부 된 날들 동안, 며칠 동안 쭉 욕을 얻어 먹었어요.

약사님들도 너무 지치셔서 제가 좋게 타일러 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욕은 기본이고 저한테 마스크 숨기고 안주는 거 아니냐...
이 동네 사람만 먼저 다 준 거 아니냐..
그렇게 큰 소리 치시면서 항의 하셨어요.

정말..
오늘 아침까지..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지옥인가 보다 했어요.
살면서 이렇게 욕을 먹고 공격을 받아 본 건 처음이었어요.
눈물도 나오려 하고 너무 힘들었지만 솔직히..
마스크 사러 오신 분들이 더 힘드시니까 이러시는 거다 생각하며 겨우 참았네요.

약사님들은 그래도,
약사회 같은 곳에 항의를 하시고 따지실 수 있는데..
약국 직원들이나 마트 같은 곳에 직원들은 항의 할 곳도 없어요.
그냥 없던 마음에 병이 생기고 트라우마로 그대로 남는 거 같아요.

저도 연예인들이 많이 걸린다는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 생긴 거 같아요.
사람들 보는 게 두렵고..
퇴근하고 자려고 눈을 감으면,
눈에 불을 켜시고 저한테 큰 소리 치셨던 아버님들 얼굴이 떠오릅니다.
ㅠ.ㅠ
이게 불과 최근에 며칠만에 생긴 증상이에요.
가족들 걱정할까봐 이런 얘기도 못하겠어요.

약국 직원들이나 마트, 우체국 직원분들..
이분들도 퇴근하고 마스크 구하러 다녀야 하는 같은 국민입니다.
같은 국민으로써 아침부터 고생하시면서 줄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사는 국민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예민한 마음 토로 하시는 건 이해 하지만..
부디..
이분들께 큰 소리나,
욕은 삼가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정말 빨리 이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빨리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어디다가 토로할 수가 없어서..
본의 아니게 길게 썼어요.

전 다행히,
코로나 터지기 전에 조만간 약국을 그만두기로 예정되어 있어요.
약국 그만두면 심리치료를 해야할 거 같아요.
ㅠㅠ

그리고 제 글을 우연히 라도 봐주시는 공적 마스크 판매처에 직원분들..ㅠㅠ
힘내세요! 이 말 밖에 해드릴 말이 없어서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