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잘 살고있죠?

어린듯어른2020.03.09
조회20,674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직장인 입니다.
예전에 대학 진학문제로 여기 채널에서 조언을 많이 주셔서 오늘도 여기에 끄적여 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취직을해서 이제 1년 반정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해서 꾸준히 모은돈이 천만원정도 되었었는데 얼마전 엄마수술비, 이전집에서 살수 없게되어 이사비용, 월세방 계약으로 모은돈을 많이 쓰게되었습니다. 이사비용이 정말 엄청 나가더라구요..ㅠㅠ
아, 저는 엄마랑 저랑 둘이서 살고있구요! 동생은 얼마전 군대에 갔어요ㅎㅎ

이사한 집은 제 앞으로 계약을 했고, 월세도 공과금도 이제 제가 내고있어요. 생각보다 공과금.. 많이 나오더라구요ㅎㅎ

엄마는 지금까지 혼자 일을 하면서 저랑 동생을 키워왔는데, 수급지원 끊길까봐 적은벌이로 일하면서 정말 하루벌어 하루쓰는 생활을 해 왔어요.
30대면 정말 창창할 나이인데 엄마는 돈때문에 매일 밤마다 우셨을거에요. 철없는 자식들은 신발사달라 옷사달라 찡찡거렸을거고.. 그래도 어디가서 기죽지 말라고 생활비 쪼개며 비싸지는 않지만 메이커 신발을 사 주셨어요.
남들보다 없는 삶이 싫었던 저는 엄마랑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모진말 못된말도 했었네요. 바보같이ㅠㅠ

엄마는 지금 손목이 많이 아파 일을 못하구요. 나이 많으신 할머니 재가요양 도와드리면서 적은 생활비만 벌고 계세요.

저는 알바할수있는 나이가 되었을때부터 점점 엄마한테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게되었어요. 그리고 이젠 모든 지출을 제가 다 가져왔어요ㅎㅎ

어떻게보면 제가 가장이네요.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요. 근데 정말정말 지금 삶이 제일 행복해요.
제일 안정적이고 제일 걱정없어요.
주절이가 좀 길었죠?

오늘 엄마랑 응팔 다시보기 하면서 치킨을 먹는데,
"엄마~ 다리먹어" 늘 건네는 말이기에 툭 던지고 닭다리 하나를 잡았어요. 그리고 엄마도 닭다리를 잡아 웃으면서 드시는데 갑자기 막 가슴이 먹먹하더라구요..
늘 엄마는 가슴살, 퍽퍽살만 골라 드셨거든요.
글 읽다가 비웃으실수도 있어요. 이게 뭐람 하실수도있지만 저는 오늘 왜이리 미안하면서도 마음이 벅찬지ㅎㅎ

게다가 유전무죄 무전유죄편을 보는데 계속 눈물 차올라서 숨기느라 애먹었어요.

슬픈게아니라 행복해서요! 도란도란 따듯한 가정이 이런거구나 싶구요. 아빠가 있을때보다, 엄마혼자벌어 힘들게 살때보다, 지금이 제일 좋아요. 책임감도 느껴지구요.
엄마가 더 안아프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더 행복해져도 덜행복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후내년에 대학 편입하려고 학점은행제랑 자격증공부 병행하고있어요.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적금도 하고있구요. 올해 내일채움공제 만기되서 그걸로 대학갈거에요!
대학 졸업하면 해외취업도 하고싶고, 엄마랑 일할 작은 가게도 차리고 싶고, 외국어 배워서 가르치는일도 하고싶고.. 정하지는 못했지만 하고싶은 일이 많아요ㅎㅎ

친구들은 번 돈으로 다 놀고 옷사고 하는데, 부럽기는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모으고 덜쓰고있어요.
남들보다 화려하지도 빛나지도 않지만, 그래도 저 잘하고 있는거죠?
버겁기도 하고 놀고싶기도 하지만 저희 엄마한테 힘이되는 딸이죠?

잘하고있다, 더 잘될거다, 이것보단 저게 좋겠다.. 이런 말 들어보고싶어요. 그냥.. 저 잘하고있다고 다독여주는 따듯한 말 듣고싶어서 적어봐요ㅠㅠ
쓴소리도 좋아요. 그냥 저 잘하고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