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힘들어해

CMY2020.03.09
조회3,531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았던 네이트판
오늘따라 그 글을 왜 클릭했을까?
익숙한 말투와 독특한 띄어쓰기를 보니 오빠네.
딱 오빠.

헤어지고 나만 그리도 아팠나 억울했는데,
오빠도 아팠구나.
나는 오빠가 너무 미웠는데,
오빠도 내가 원망스러웠구나.

영화같았던 첫 만남
내 생애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내 앞에 선물처럼 나타난 오빠가 내 인연인줄 알았어.
남들은 더 좋은 사람 만나라 해도 나는 그냥 오빠가 너무 좋았어.
오빠 만나면서 나한테 과분한 남자가 다가왔지만, 단 한번도 흔들리지조차 않더라.
온 세상이 오빠였거든. 아무도 안보였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 없었던 나인데, 오빠랑 함께 하는 모든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뭘 해도 행복했어.아 이게 사랑이구나 느꼈지.

그런데 오빠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마음이 힘든거야.
직감으로 뭔가 느낀 것 같아.
아니나 달라 차 뒷 자리 다른 여자의 흔적을 발견했어.
바람이라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 했지.
내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다고 느꼈는지, 그 후로도 오빤 조심하지 않았고 나는 점점 뭔가 있구나 생각했어.
정말 이상하다 하는 찰나에
그 여자가 나한테 제보(?)하더라.

나는 믿을 수가 없었어.
어떻게 여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여자랑 잘까?
어떻게 여친 있는 남자를 대놓고 탐하면서, 오히려 그 여친한테 연락해 상처를 줄까?
태어나 처음 마주한 개같은 상황에 눈물만 나더라.
주변 사람들이 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구나라고 알아챌 만큼 정신을 놓고 살았어.

처음엔 죽도록 밉고 똑같이 복수해 주고 싶었는데...
나는 그런 더러운 짓 못하겠더라.
그래서 그냥 울고 울고 또 울었어
토할만큼
울다가 병원가고 수액 맞고 또 울고
근데 어느 순간 늘 당당하고 빛나던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싶었어.
이렇게 망가지면 나만 손해란 생각에 정신차렸지.
다시 러닝 시작하고 몸과 마음도 가꾸고 공부도 하면서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왔어.
다신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거라 다짐했던 굳게 닫힌 내 마음에 새로운 설렘과 행복도 찾아왔고.

그런데 그저께 밤 오빠 연락이 오더라.
너무 덤덤한 내 모습에 놀랐어.
아직도 예전에 머물러 있는 오빠 모습이 슬펐어.
이제 오빠한테 연락하면 안되기에 참았지만, 못다한 말 여기에나마 하고싶어.

오빠, 나 너무 아팠지만 오빠 만난 거 후회 안해.
심장 터지게 누군가를 사랑해봤고, 사랑을 어떻게 해야할 지도 배웠으니까.

날 이렇게 아프게 한 오빠지만, 난 오빠가 행복했음 좋겠어.
이제 그런 여자 만나지 말고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마음이 따뜻한 여자만나.
좋은 여자 만나면 절대 한 눈 팔지 말고, 오빠의 마음을 오롯이 그 여자에게 주길 바라.
앞으로도 행복해.
사랑했어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