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 50-51

독백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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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태양아. 들어와라..."
" 어. 안그래도 달이가 얘기 했어. 그런일 있으면 고모한테 먼저 연락 했어야지."
" 들어와. 앉아 태양아."
" 그래 여기와서 앉아. 점심은 먹었니?"

 

두 아줌마들은 태양이를 보고 정신없이 번갈아가며 말씀하셨다. 근데 너 내가 한말 들은 거야?

 

" 아니예요. 나가 볼게요."
" 왜 벌써가- 점심이라도 먹고 가지."
" 아니예요. 안녕히 계세요."
" 나 그만 가봐야겠네. 태양이 점심 챙겨줘야 겠다."
" 그래. 가."

 

순정아줌마는 녀석이 나가자 곧바로 달려 나가셨다.

 

" 넌 왜 거기서 멍하니 서있어?"
" 아...냐..."
" 왜그래?"
" 태...양이 언제부터 저기 서있었어?"
" 글세... 나도 너랑 얘기하느라..."
" ......."

 

온몸에 기운이 쭈욱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안그래도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듯 했는데,
거기다 대고 정색을 하며 싫다고 소리를 질러댔으니 우리집에서 밥먹고 싶은 마음이 날리 없
었다. 난 그저 엄마랑 아줌마가 오해하는게 싫어서 그런것 뿐이었는데... 왜 난 항상 녀석에게
실수만 할까...

 

2층 내방으로 올라오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답답했기에...
헌데 가을이라 굳게 닫혀있던 해우의 방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녀석인가?

 

" 태양아?"

 

녀석은 해우의 방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아래층에 있나?

 

" 반...달...곰"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라고 불러도 되지?"

 

나는 뒤를 돌아 보았다. 어느새 녀석이 창가에 서 있었다. 근데 반달곰은 해우가 지어준...이젠
흔해져 버린 내 별명인걸...

 

" 응"

 

난 녀석을 보고 최대한 밝게 웃었다.

 

" 그럼... 난 너한테... 오대양이라고 불러도 돼?"
" 뭐? 푸하하하"

 

녀석은 내말에 크게 소리내며 웃었다. 분명 해우였더라면 썰렁하다고 또 한소리 나왔을텐데...

 

" 응? 되냐구-"
" 싫어. 안돼. 넌 그렇게 부르지마."
" 그런게 어딨어."
" 넌 허락한거고 난 안 한거니까 난 해도 되는데 넌 그렇게 부르면 안돼."
" 피이- 치사해 너."
" 나 원래 그래."
" 알어. 알고 있었다구."

 

다시 처음의 녀석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차갑고 거만한 오태양으로... 하지만 적어도 그때처럼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콧노래를 부르며 내방으로 올라왔다. 열려져 있는 해우의 창문. 가서 장난쳐야지-
후다닥 2층으로 달려왔다. 근데 해우의 방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뭐지? 해우가 온 건가?
나는 해우의 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동안 울리는 신호음...

 

" 여보세요."

 

해우였다. 해우가 왔구나...

 

" 응. 나."
" 어. 곰탱아, 왜?"
" ...그게..."

 

해우가 받았는데도 할말이 없었다. 내가 먼저 건, 해우에게 먼저 건 전화였는데... 해우에게 아
무것도 할 말이 없었다.

 


# 해와 달 51


" 왜에? 뭐야-"
" 아니. 그, 그게"
" 너 자꾸 뜸들일래? 왜 전화했냐구?"
" 아 왜승질이야. 까먹었다 뭐!"

 

괜히 성질을 부리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할말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야. 너 누가 전화 대뜸 끊으래? 오빠가 그렇게 가르쳤어?"
" 나 장난 할 기분 아니다. 끊어."
" 뭐야. 니가 전화해 놓고 니가 대뜸 끊고, 뭐가 장난 할 기분 아니야? 곰탱이 오늘 무슨 일 있
었어?"
" 아니."
" 그럼?"
" 몰라."
" 에이. 이 오빠한테 다 얘기 해봐. 내가 카운셀링해주께."
" 됐어. 안해."
" 남자 문제군요. 네네 말씀하십시오."
" 장난하지마."
" 어. 이상하다. 왜그래? 야. 창문 열어봐. 끊어."

 

해우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 해우의 방 창문이 열렸다.

 

" 곰탱아."
" 왜."
" 무슨일이야?"

 

해우는 창문을 열고 창틀에 기대었다. 침대에 앉아 끊겨진 수화기를 든채 해우의 말에 대답하
는 나.

 

" 무슨 일이냐니까?"
" 아니야...아무것도..."
" 진짜 말 안해?"
" 어."
" 뭘 말안해? 너 진짜 무슨 일 있었구나?"
" 아니라니까."

 

태양이 어디갔냐구 물어볼 순 없잖아. 그렇다고 그게 별일도 아니고. 뭘 얘기하란 거야.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창문은 열려 있었다.
난 얼른 해우의 방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대서도 태양이를 찾을 순 없었다.

 

" 왜? 뭐 찾어?"
" 아니..."
" 아 맞다. 태양이 왔다?"
" ... 응?"
" 태양이 왔다구. 몰랐지?"

 

다행히 해우가 먼저 말을 꺼내 주었다.

 

" ...어디?"
" 아. 왔는데 아까 점심먹고 아래층에서 자."
" 자?"
" 어. 한달동안 우리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대. 그래서 엄마가 한달동안 태양이 우리집에 있는
다구 내방 바로 아래층 방 비어 있잖아. 거기서 지내라고 했어."
" 니방 아래?"
" 어. 왜 맨날 너랑 나랑 거기서 놀았잖아."
" 응..."
" 에이. 근데 별로 안 좋다."
" ...왜?"
" 내일부터 차 다시 뺏기는 거잖아..."
" 뺏기기는 원래 태양이 차잖아."

 

당연하다는 듯 소리쳤다. 마치 태양이 편을 들 듯.

 

" 그거야 그렇지만 왠지 내꺼 된거 같았는데... 그거 타고 밖에 나가면 애들이 다 쳐다보고, 막
여자애들도 한번씩 더 쳐다보고... 후훗... 좋았는데..."
" 여자애들이 한번씩 더 보니까 좋냐? 하늘이 밖에 없다며."
" 물론. 나야 하늘이 밖에 없지. 근데 여자애들이 날 가만 두냐?"
" 쯧. 됐어. 헛소리 할꺼면 안 들을래."
" 어 곰탱이 오늘 진짜 이상하네."
" 원래 나 이상해. 나 자꺼야."

 

난 창문을 닫곤 커텐을 쳤다. 내가 먼저 창문을 닫는 일. 한번도 없었는데...
괜히 녀석때문에 해우에게 소리만 친거 같아 미안했다. 미안해 해우야... 오늘은 그냥... 니가
이해해줘...

 

다음날...아침 일찍 강의가 있기에 해우의 구박을 듣지 않기위해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 나왔다.

 

" 나 안 늦었지?"

 

양말도 신지 못하고 한쪽 양말은 손에 들고 겉 옷마져 한손에 걸친 채 달려나온 나였다.

 

" 안 늦었어."

 

참. 녀석이 돌아왔었다. 녀석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꺾어 신은 운동화를 마져 펴서 신
으며 뒷좌석으로 갔다.

 

" 너 뒤에 타."
" ......."
" 너 뒤에 타라구"
" ... 나?"
" 어."

 

녀석은 보조석에 앉아 있는 해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