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삿는데

ㅇㅇ2020.03.15
조회3,061

lg 그램 15인치짜리샀거든?
이제 스무살이라 첫 내 노트북이야
사양도 조금 높아야돼서 내가 미술이라
여러 프로그램 만지거든
그래서 좀 비싼거.. 이것저것 포인트, 할인
받을거 다 받아서 175만원에 샀다
나는 가격때문에 괜히주눅들엇다가
집에오니까 철없이두 조금들뜨더라구
내 껄 가져보는게 첨이라 그랫나봐

하여튼
포장뜯고 켜보려고잇는데
아빠랑 엄마랑 와가지고
이것저것 도와주는데
아빠가 슬쩍 들어보고 빤히 쳐다보고 그러다가
"좋겠다"한마디 하시고 슥 웃으면서 나 툭 치고
방에 들어가셧거든
그때 정신이 그냥 번쩍 들더라..

아빠는 나이가 60대이신데
아빠 집안에서 안정된 수입?을 버는 사람이 아빠밖에 없었어
할아버지는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자식들때문에 속 엄청 썩으시고 해서
평생 혼자 할머니 봉양하시다
결혼도 늦게해서 겨우 나랑 언니 딸둘 낳고
또 평생을 우리 뒷바라지하며
그렇게 살았어
그래서 아빠는 평생 175만원이란 큰 돈을
온전히 자길 위해 쓰신 적이 없었으니까..
집이 가난하셔서 대학도 포기하셨거든
밤엔 학교 낮엔 공장 다니면서 악착같이 일만 하시며
돈 번 분이셔

진짜 내가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내 대학도 등록금 만만찮거든
철없던시절에 괜히 좋아하는 거 한다고
미술 시작했던것도 좀 후회돼
돈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겠지만 돈 없으면 인생의 전부 중 일부도 못 보고 못 즐기며 사니까..
우리 집 보고 그런 걸 느껴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꿔봤고, 매일나는 언니옷물려받아입고..
3000원짜리 립밤 하나 사는데도 고민하면서
들엇다 놧다..
내가 정말 잘돼야하고 잘 해야하니까
이악물고 공부만하니까 친구들은 하나둘 나 떠나가고
그렇게해서 결국 원하던 대학 붙었는데도
별로 기쁘진 않더라...
그렇게해서 내게 뭐가남나싶어

그래도 난 계속 살아야 해
정말 독하게 돈 많이 벌어서 아빠엄마
스스로 당신 위해 못쓴만큼
내가 돈 쓰게 해드릴거야
그분들 고통스러운 삶 마치고 가실때
적어도 고통스럽게 가시진 않았으면 좋겠어
나 진짜 잘해야지
성공해야지..
그냥 노트북 사고
갑자기 현타오면서 죄책감 들어 써 봤어
우울한 글 읽느라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