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안된 뱃속 토마토…'관악구 모자, 몇시 살해됐나' 공방

ㅇㅇ2020.03.17
조회39

관악구에서 처자식 살해한 혐의
위(胃) 내용물 통한 입증이 관건
유성호 교수 "0시 전에 사망했다"
변호인 "위 내용물 추정 부정확"

 

 

아내와 6살 아들을 잔혹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의 재판에서 위(胃) 내용물을 통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편으로 다뤄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씨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21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 서울 관악구에 소재한 다세대 주택의 안방 침대에서 아내 A(42)씨를 살해하고, 옆에 누워있던 6살 아들까지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공방에서 주로 생활하던 조씨는 범행 당일 오후 8시56분께 집을 찾았고, 다음날 오전 1시35분께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떠났다. 이후 A씨의 부친이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가 범행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망시간'이다. 검찰은 조씨가 집에서 머문 약 4시간30분 동안 A씨와 6살 아들이 사망했고,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조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조씨 측은 자신이 집에서 나왔을 때 A씨와 아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집을 떠난 뒤 범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직접적인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시반이나 직장온도를 통한 사망시간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A씨와 6살 아들의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입증이 관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6살 아들은 오후 8시께 집에서 스파게티와 닭곰탕을 저녁으로 먹었다. 사망 후 A씨와 6살 아들의 위에서는 각각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은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유 교수는 이 사건을 수사한 관악경찰서로부터 A씨와 6살 아들의 남은 음식물 상태에 따른 사망시간 추정 감정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작성했다.

유 교수는 '위 내용물을 보면 망인이 식사를 마치고 4시간 이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후 8시경 식사를 마쳤다면 다음날 0시경에는 위 내용물이 비어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이 "결론적으로 두 피해자의 위 내용물을 보면 0시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으로 판단했나"고 묻자 유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조씨 측 변호인은 법의학 관련 서적과 해외 논문을 근거로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추정이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확도가 높은 사후체온 측정을 통한 사망시간 측정이 어려울 때 마지막 보루로 위 내용물을 통한 추정을 하나"고 물었고, 유 교수는 "마지막 보루인 것은 아니다. 대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미국 교과서에서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추정이 어렵다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논문 중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추정은 수사와 재판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왜곡된 교과서도 많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제가 2000건 넘는 부검을 했는데 사망시간 추정 '레인지'(range·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확하다는 논문도 있다. 사실 반박하려면 얼마든지 관련 논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일반적이라면 먹은 시간이 정해지고, 먹은 음식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7차 공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