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지도 없던 나

cebuayala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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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2살 대학교 3학년입니다. 군대를 면제 받고 기계과 특성상 친구들이 대부분 남학생이라 모두 군대로 갔고 저 혼자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으나, 방학 중에는 편하게 연락할 사람도 없고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내후년이면 졸업을 할 나이고 앞으로 부모님의 의지없이 살아가야 할 텐데 지금은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격증을 준비한 것도 없었고 학점도 매우 낮은 상황이었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아침 일찍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걸었고 그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글에 지금까지 저의 생활과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점을 적을려합니다. 글솜씨도 부족하고 맞춤법도 틀릴 수 있겠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였고, 대학교는 개학을 연기 한 후 사이버강의로 개강을 시작했다. 우리 학과는 교수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스트리밍 방식이 아닌 사전에 찍은 영상을 업로드 한 강의를 보는 수업으로 시간의 제약이 없었기에 그냥 개강이 더 연기 된 느낌이었다. 그런 일상은 나에게 더욱 무의미했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꿀 같은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지루한 하루가 반복 될 뿐이었다. 매일 1시가 넘어서 잠에서 깬 후 2시간 정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봤다. 3시가 지나면 매우 배고파져서 집에서 라면이나 냉동볶음밥을 먹거나 가끔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보다가 잠깐 잠도 잤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9~10시가 되는데 그 때 점심과 같이 늦은 저녁을 먹는다. 이미 하루 종일 집에서 휴대폰만 보며 있었기에 계속 집에만 있는 것은 진저리가 났다. 그래서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외출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 도착한 곳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pc방. 사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갈 곳도 마땅히 없고 약속없이 혼자 나왔기에 술집은 물론 볼링장, 당구장 등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pc방에 와서 혼자 게임을 한다. 이미 잠은 질리도록 잤기에 게임은 새벽이 지나도록 계속 하였다. 그렇게 7~8시간을 하면 새벽 5시가 넘게 되는데 그 때 컴퓨터를 끄고 집으로 향한다. 이미 pc방은 손님이 나를 포함해 5명도 없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집에 오면 다시 배가 고파지는데 그 때 야식 겸 이른 아침을 먹는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거나 점심 저녁에 배달 시켜 먹고 남은 음식으로 간단히 먹기도 한다. 이렇게 밥을 먹고 다시 침대에서 휴대폰을 보는데 1~2시간 지나면 동이 트고 그 때 나는 잠에 들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며칠간 나에게 반복 된 하루였다. 그리고 어제 마찬가지로 똑같이 새벽에 게임을 5시에 pc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에 가려 하는데 생각보다 날씨도 춥지 않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은 생각도 있어서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먼저 학교 옆에 있는 남광주 수산시장으로 갔다. 이른 시간이였지만, 시장은 벌써부터 바쁘게 문을 열고 장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산시장답게 생선을 잔뜩 싣고 도착한 물차들이 여러 대 보였고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을, 그리고 내가 게임을 할 시간에 그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본 후 그 다음은 구시청으로 향했다. 광주 구시청은 많은 술집들이 있는 곳이다. 이미 시간은 6시를 넘긴 시간이였기에 대부분에 술집은 문을 닫았지만 룸쏘같이 아침까지 하는 술집은 아직 문을 열고 있었고 길거리에는 술이 떡이 된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몇 명은 길 구석에서 토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음걸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길을 가고 있었다. 조금 전 본 수산시장에 사람들과 비교를 하니 더욱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다음 금남로 길을 걸었다 금남로 4가에는 많은 은행들과 증권회사들이 모여 있다. 6시 반이 넘은 시간이였는데 대부분의 건물에는 불이켜저 있었고, 몇몇 회사에는 창문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증권사는 물론 은행에도 잘 안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하기 위해 그렇게 일찍 분주하게 움직이는지는 잘 몰랐지만 최소한 그들이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산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높은 건물들을 보고 있을 때 내 옆으로 많은 버스들이 지나갔다. 아침 일찍부터 버스기사님은 일을 하고 있었고, 그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일을 하러 가는 모습이었다. 6시 반, 일반적인 직장인들에게도 일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수산시장에서, 은행가에서, 지나가는 버스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목적없이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이었다. 후회와 창피함이 동시에 몰려왔고, 나에 대한 원망과 수치심까지 느꼈다. 정말 솔직하게 매우 큰 소리로 신발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속으로만 수차례 외친 후 길을 계속 걸었다. 은행가를 지난 후 계속 걷고 있었는데 옆에 인력사무소가 있었고 문이 열려져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인력사무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거기서 나는 결정타를 맞았다. 바로 아저씨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나보다 어려보이는 학생이 있었다. 확실히 나보다는 어려보였고 고등학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어려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고가의 메이커 옷을 봤을 때 집이 가난해서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닌 용돈을 벌기 위해 나온 것 같아 보였지만 그건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게임하고 휴대폰보고 잠이나 잘 동안 그는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새벽부터 나와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나를 더욱 한심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저렇게 부지런히 사는 것도 아닌데 괜히 저 학생을 일반화하고 내가 한심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매일 잠이나 자고 휴대폰이나 보고 게임이나 하는 나도 정상적이진 않았기에 그 학생에게 존경심까지 들었다. 그렇게 인력사무소를 지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가 이렇게 무작정 길을 걷기보다는 목적지를 정하고 걷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광주송정역까지 가기로 했다. 이미 한시간 가량 걸었고 광주송정역까지는 약 2시간 반을 더 걸어야했지만, 시간이 남아도는 나에게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현 위치부터 광주송적역까지는 지하철이 쭉 연결되어 있었기에 지도없이 지하철 역만 따라가면 되었기에 지도도 필요없었다. 그렇게 길을 걷는 동안 동이 트였고 길에 출근하기 위한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부지런히 걸어가는 사람, 저 멀리 초록불인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등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쯤 더 걸었을 때 앞에 오피스텔 건축 공사장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고 있었고 몇몇은 안전모를 쓰고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높은 곳에 올라가 일을 하고 있었다. 흔히 노가다라 불리며 가끔 무시도 당하는 직업이지만, 지난번 단기 알바로 노가다를 해본 나로서는 그들이 매우 전문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 후 더 걷다 보니 흔히 사창가라 불리는 여자들과 노는 노래방 술집들이 있는 길을 걸었다. 노래방, 술집, 모텔들이 가득한 그 길에는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를 정도로 술에 떡이 된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 아버지처럼 보이는 아저씨들부터, 할아버지, 나 같은 젊은 사람처럼 많은 연령대들이 있었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나 생각하겠지만, 그 곳에는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이 그러고 출근을 하는지 집에 가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고 저들처럼은 되지않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그들을 본 후 그곳에는 얼른 벗어나고 싶어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계속 걷다가 운천저수지에 도착했다. 광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운천저수지에 가봤겠지만, 나는 원래 광주사람이 아니고 대학 때문에 광주에 왔었고, 학교 주변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광주 3년차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말로만 들었던 곳인데 그곳은 생각보다 컸고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할아버지 분들이 많이 있었다. 계속 일하는 사람, 출근 준비하는 사람, 술에 취한 사람들만 보다가 처음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있어 그들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평온함이 느껴젔고 그들의 걸음걸이에는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느껴졌다. 그곳에서는 나도 여유가 생겼다. 저수지를 한바퀴 돌고 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충분히 많이 걸었기에 다음에 오기로 마음먹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계속 걸었을 때 나는 드디어 목적지인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손에 차고있던 스마트워치에 걷기 운동을 종료하고 운동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3시간 20분을 걸었다. 수산시장과 구시청을 지난 후 운동 시작을 눌렀기에 그 시간까지 더하면 약 4시간을 걸었던 것이었다. 누군가는 왜 쓸데없이 4시간동안 걸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길을 걸으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술에 취해 사는 모습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간 후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국수집에 들어가서 국수와 주먹밥 하나를 먹었다.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4시간동안 걸었기에 배가 많이 고팠고 그런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한 아침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후 집에 다시 걸어갈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오른쪽 발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허리가 아팠기에 돌아가는 길은 지하철을 탔다. 같은 길을 가는데 걸어갈 때는 4시간이 걸렸지만 돌아오는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동안 이렇게 편하고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왜 걸어갔나, 애초에 볼일도 없이 갔다가 돌아올꺼면 왜 갔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가는 동안 본 사람들과 풍경을 봤을 때 그런 후회는 바로 사라졌다. 오히려 나중에 한번 더 가고싶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본 당신이 만약 나와 같은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었다면, 나와 같은 꿈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면, 주위에 이끌려 시키는대로만 살고 있었다면, 한번쯤 목적없이 아침 일찍 걸어보기를 바랍니다. 길을 걷는데는 목적이 없을지라도, 가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