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과해야 될까요?

쓰니2020.04.02
조회54
이제 스무살에 대학가는 사람이에요
제가 삶에 대한 경험도 짧고 어리숙한 사람이라 조언이 필요해서 물어봐요



엄마랑 아빠랑 재혼했는데 제가 아빠랑 사이가 서먹해요
좋을 땐 괜찮은 아빠인데 안좋을땐 정말 한마디 하고 싶을때가 많았어요

엄마랑 아빠 둘다 일하는데
일이 끝나고 아빠는 바로 누워 티비보고
엄마는 밥차리고 집안일하니까 아빠가 좀 도와주면 좋을텐데 싶었죠
저도 집안일 맡아서 하긴 하는데 엄마가 고생 많으셨죠...

전 아빠한테 불만이 많았어요
장난으로 엄마 꼬집어서 멍들게 하는 것도 화나고
장난으로 엄마 때리는 것도 화나고
엄마 대학 안나왔다고 모를거라고 장난식으로 말하는 것도 싫고
하늘같은 서방님한테 무슨 그런 말이냐~하는 농담까지도 싫어했어요
사실 저한테 뭐라하는 건 참으면 괜찮은데
엄마는 왜 아빠한테 화도 안 내고 장난처럼 넘기는지..

뭐 저도 효녀라 불릴 사람은 아니에요
아빠한테 맘에 안드는 점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사니까요
엄마 고생하는데 제가 좀 나셨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지금도 그렇고요
고등학생 때 우울증이 심해져서 예민하게 행동한 적도 많았고 부모님한테 실수도 많이 했어요
가끔씩 신경질적이게 말하기도 했고
집안일도 잘 못했고
그림 그리느라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고
돈도 없는 집안에서 내가 뭘 잘났다고 그림을 그린다고 학원비도 많이 나가게 했나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국공립대 합격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어째든 최근에 아빠랑 다툼이 있었어요
다툼이라하기도 묘한게 아빠한테 혼나다가 제가 울컥해서 옛일 이야기하면서 소리치고 울었거든요

처음 발단은 이랬어요
엄마가 집에 들어와서 제가 물건을 받아서 거실에 가져갔는데
이 사이에 제가 잘못을 했었어요

사실 실수한 거 알아챈것도 아빠가 화났을때 나오는 목소리나 분위기가 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그렇게 변했어요
분위기가 너무 험악했고 괜히 엄마한테 불똥 튀기도 하고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혼란스러워서 기억이 안나요


어떻게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아빠가 말안한다고 했는데 제가 잘못한게 있으면 사과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계속 물어봤거든요...)

저는 몰랐는데 아빠가 제가 가져온 짐을 받을려고 손 내밀었는데
제가 그대로 툭 떨궈버렸대요
그리곤 뒤도 안보고 제방으로 휙 가버렸대요
제가 싸가지 없게 보이겠죠...


그래서 제가 잘못한거 알았는데
아빠 말이, 제가 잘못한 게 아차하는 게 없대요
사람이 실수했으면 혹시 그일인가...?하고 아차하는 게 있는데
저는 그런 게 없어서 문제래요
솔직히 자주 그런 것 같아서 제가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어요
떨군것도 사과드리고...

제가 이때 울고 있었는데 아빠가 울지말래요
지금은 자기가 미워도 부모되면 다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아빠가 무서워도 차라리 이게 나은 거라고
그래도 무서울땐 무섭고 뒷끝도 없고
잘할땐 잘하지 않냐고

틀린 말은 없어보였어요



여기까지는 가끔씩 있는 일이라 그냥 넘기면 됐었는데
제가 실수를 했어요

제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너무 서러워서 옛날일을 꺼냈어요

아빠 기억하냐고 예전에 우리 친했을때 기억하냐고...
근데 지금은 이렇다고...
중학생때 기억나냐고...

아빠가 제가 머리가 자라서 마음에 문을 닫아서 이런거 아니냐고 했어요

제가..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아빠가 예전에 제 얼굴 베개로 눌러서 죽을 뻔했는데 기억 안나냐고 말했어요...

예전에 중학생때 장난치다가 내가 좀 심하게 장난쳤는데 베개로 눌렸어요
계속 발버둥 치다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풀러줬어요
이때 아빠 표정이 장난인데 왜그래?라는 느낌이었죠
그리곤 그게 끝이었어요

아빠가 기억이 안난대요

제가 또 소리쳤는데 사실 잘 기억이 안나요

아빠가 왜 그때 말했냐고 했죠

저는 무서워서 말 못했다고 소리치고...

그때 엄마는 입원 중이었고 집에 아빠랑 저밖에 없었어요
중학생에 생각이 짧아서 그냥 넘어갔죠
엄마한테도 말 안했어요
엄마가 좋아서 결혼한 연인인데 어떻게 나쁜 말을 하겠어요
사실 그것보다 저 혼자 키우기 힘들어서 재혼 한거면 제가 무슨 낯으로 그런 말을 하겠어요


저는 너무 억울해서

그럼 내가 그동한 힘들어한거는 뭐냐고 엉엉 울면서 소리쳤죠..
그때 거실옆 부엌에는 엄마도 있었어요


아 기억났어요 억지로라도 아빠한테 물어본게
엄마가 부엌에서 소리죽여 우는 게 들렸거든요 분위기 정말 안좋있어요 제탓이죠...

저는 계속 울고 소리치고...
아빠는 듣다가 부엌에 계신 엄마한테

얘 데려가라고 한마디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또 울컥해서

제가 간다고 말하고 방으로 척척 걸어갔어요
그리고는 옷을 갈아 입고 나갈 준비를 했죠

엄마한테 카페간다고 하고 나와버렸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울고
눈물 범벅인 얼굴 닦으면서 거리로 나와서 더 울었어요
왜인지 몸이 너무 떨렸어요

친구한테 연락해서 친구랑 같이 밖에서 놀았어요
우울한 이야기로 친구를 힘들게 하기도 그렇고
친구가 먼저 이런 기분 날려보내자고 해줬거든요


주말내내 밖에서 애들 만나서 저녁먹고 들어오고...


평일에는 사강들어야해서 집에 있었어요

저녁에 아빠가 오셔서 일단 다녀오셨어요 하고 인사드렸어요
그뒤로는 방에 있었고
저녁밥 차려드려야하는데 나갈 기분이 안들었어요
아빠가 밥먹자고 하면 나가야지 했는데
어떤 말도 없더군요


친구랑 카톡해보니까 일단 엄마랑 대화 해봐야겠더라고..
근데 엄마가 그날 술 드시고 카톡이 왔어요

우리가 이해하고 조금만 참자고...


다음날 엄마가 계속 이럴거냐고 조심히 물어보시더라고..

제가 어떻게 해야하냐고 말했죠... 솔직히 더 이야기 하기 힘들었어요...

오늘은 엄마가 먼저 사과해보래요...
그러면 아빠도 사과할거라고...

솔직히 전 엄마가 절 도와줄거라고 생각했어요
뭘 어떻게 도와줄지도 모르면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착각한거죠..

엄마는 지금 이상황이 힘들어서 토하고 계속 몸이 안좋았다고 해요 아빠는 따로 저한테 말을 걸려는 시도도 안하고 제가 계속 방에 있어서 그럴까요?



제가 사과해서 이 일을 해결해야할까요?
제가 먼저 사과하는 거 맞을까요?


사실 사과할 마음이 안들어요 제가 뭘 잘못했지 싶고...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사과하는 게 맞는 걸지도 몰라요...
그냥 쉬고 싶어요...
그냥 지금 조언이 필요해요



횡설수설 적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