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직업 군인이 될 오빠에게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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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진심을 가졌는지 전혀 모를 거야. 오빤 내가 장난 같은, 호기심 같은 가벼운 마음이라 생각할 게 뻔한데 나 전혀 가볍지 않아. 오빠 군대에 대해서도 수백 번 수천 번을 생각해 봤을 거야. 셀 수도 없어. 대신 오빠는 나와 다른 가벼운 마음이었겠지. 내가 연락이 와서 ‘연락이 왔구나, 얘는 누굴까?’ 하는 마음이었을 거야. 그런 오빠가 나한테 관심이 생겼을 거고 오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내가 궁금했겠지.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을 거야. 군대에 대해서 말야. 9월에 가는 군대가 생각이 났을 거야 분명. 지금이 4월이니 길어도 5개월인데 그 시간에 오빠는 친구도 만나야 하고 들어가기 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고 싶을 거야. 나에 대한 가벼운 감정을 그리 신경 쓰고 싶지도 않겠지. 그런데 오빠는 내 진심을 가볍게 치부하겠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아닌데 오빠는 모르겠지. 왜 말을 안 하냐 할 수도 있는데 그거 생각해 봤어? 오빠가 부담스러워할까 말 한마디에 신경을 기울였고, 연락 하나에도 온 신경을 다 쏟아부었지. 그런 내가 과연 오빠한테 좋아한다 말할 수 있을까? 뭐 그건 사람마다 틀릴 거야 그렇지? 그런데 나는 상대방 입장에서 한없이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는데 내가 오빠였으면 내가 계속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절대 가볍지 않다고 얘기해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 시간이 주는 중요성은 꽤나 크더라고.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고 깊어질 수 있음을 느꼈어. 오빠가 지금 무슨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 그런데 언젠가 생각 정리가 된다면 우리 사이도 정리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오빠가 지금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니 나는 기다릴게. 아무것도 못 하는 나는 또 기다릴게. 이젠 기다리는 게 억울하지도 않고 비참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느껴져. 신기하지? 고마워 오빠 덕분에 나, 참을성이 조금은 길러졌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