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웠다

ㅇㅇ2020.04.04
조회2,887
다 쓰고 다시 보니까 너무 오글거리네요..
혹시라도 읽으실 분은 슬픈 노래라도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답답할 때 여기다 글 쓰면 좀 후련해진다길래 들어와봤어
이 글을 마칠 때는 꼭 후련해져 있었으면 좋겠다

날 아는 사람들은 이러고 있는 내 모습 상상도 못할 거야
아마 내 성격을 가장 잘 아는 니가 제일 놀라겠지? ㅋㅋ
그래서 쓰는 거야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 용기 내봤어


우리 시작이 어땠더라 넌 기억해?
난 아직도 어색하니 악수나 하자던 니 모습이 생생해
참 너다운 인사법이었지 엉뚱하고 밝은 너랑 잘 어울리는
그리고 넌 말했어, 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아는 선배들 조르고 졸라서 어렵게 만든 자리라고
나한텐 친구 부탁으로 억지로 나간 불편한 자리였는데..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널 보니까 조금 미안해질 정도였어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욕심도 많고 여유도 없었어
연애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난 처음부터 널 밀어냈어
그런데 오히려 넌 내 첫 소개팅 상대가 된 것만으로 충분하다더라
난 그런 니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이 이렇게 낙천적일 수도 있구나

그 후로 넌 학교에서 나만 보면 달려와서 인사하고 다시 친구들한테 뛰어가고
내 강의실은 어떻게 알았는지 수업 끝날 때마다 음료수 쥐어주고 가고
가끔은 도서관 내가 공부하는 자리에 담요 두고 가고
내가 일하는 카페에 친구들 데리고 와서 놀다가 조용히 가고
쓰고 나니까 웃기네 니가 무슨 내 마니또야? ㅋㅋㅋ
처음엔 받는 게 너무 어색하고 싫어서 너한테 화도 냈었어
넌 오히려 나한테 부담스럽게 할 생각 없었다고 사과를 하더라
그냥 친한 동생으로만 생각해주면 안되냐면서..
내가 너무 오바했나 순간 무안해지더라
그 뒤론 그냥 편하게 대했어
그냥 나한테 잘하는 동생으로 널 마주하니까 니 성격 덕분인지 나도 편하더라
그런데 이미 학교에서는 너랑 내가 유명해진 뒤였어
뒤에서 우리가 언제 사귀나 내기도 하고 나랑 친한 친구들은 드디어 모솔탈출하냐고 놀리고
근데 너도 알잖아 난 사랑 같은 거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냥 이 모든 게 싫었어
나랑 관련해서 그런 소문이 나는 것도, 우리가 정말 사귀기라도 하는 듯 몰아가는 시선들도
그래서 나는 너를 피했고 그렇게 우린 다시 멀어졌지

근데 진짜 이상한 거 있지
내가 언제부턴가 널 마음에 품고 있었나봐
항상 내 옆에서 시끄럽던 니가 없으니까 좀 허전하더라
넌 잘지내는 것 같았어 학교에서 거의 보이지도 않았지만 뭐
그냥 나는 날 봐도 지나치는 니가 어색했을 뿐이야 그래서 니 생각이 났던 거야
혼자 이렇게 합리화 하고 나도 진짜 이상하다 그치
그 당시에 나는 내가 너무 풀어져서 자꾸 딴 생각하나 싶어서 다시 나를 막 졸라맸어

다들 대학 로망 캠퍼스 낭만 이러는데 나한테는 전쟁같은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던 나는 나 살기 바빠서 앞만 보고 달렸거든
아직도 내가 꼭 성공해서 남 부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박혀있어
또 버림받기 싫어서 비참해지기 싫어서 내 옆에 사람 두는 것도 꺼려했지
하루는 술 취해서 너한테 이런 얘기 했었어
그래서 난 널 받아줄 수 없다고
너는 그저 날 응원한다고 열심히 사는 게 멋있다고 그랬었지
날 인정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 자체가 정말 힘이 됐어
그래서 그 때 너 좀 괜찮은 자식이구나 하고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쓰다 보니까 순서가 막 꼬였는데
어쨋든 나는 다시 공부에 전념했고 결국 수석으로 졸업했지
그리고 졸업하는 날, 니가 1년 만에 나한테 말을 걸었어
꽃다발을 건네면서 정말 축하한다고
자기도 성공해서 돌아갈 테니까 그 땐 한 번만 봐 달라고
장난스럽게 하는 말에 그냥 웃고 넘기는 척 했지만
사실은 날 잊지 않았다는 생각에 좋았어
꼭 멋진 사람 돼서 나타나라는 말 진심이었어

사회에 나가보니까 여기는 더 치열한 전쟁터더라
난 또 정신없이 달렸어 니가 내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혀질 만큼
그렇게 내 업계에서 꽤 알아주는 회사에 들어갔어
회사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차츰 적응할 때 쯤
널 다시 만났지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협업회사 직원이 너일 줄이야
정말 신기했고 반가웠다
너도 그런 것 같더라
그렇게 우린 함께 일하면서 다시 친해졌어
업무 상대로 널 만나니까 열심히 하는 니 모습이 새롭기도 했고 옛날 생각도 나서 좋았어
우린 꽤 오랜 시간 같이 일했지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회식 자리에서 넌 내 옆에 다가와서 앉았어
자기 좀 멋져진 것 같은데 몇 번만 만나주면 안되냐고
여전히 엉뚱한 니 인사법, 사실 그리웠어
나한테 직진해주던 니가 돌아온 것 같아서 좋았어

너는 나한테 걸맞는 남자가 되려고 정말 열심히 살았었대
너도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날 찾아오려고 했는데
그 어디에도 내 흔적이 없어서 그냥 열심히 살다보면 만나겠거니 싶어서 더 노력했대
그리고 그렇게 내가 나타났고 이 기회를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대
넌 정말 내 상상을 뛰어넘는 사람이구나..
그 당시에 정말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 뒤론 말할 것 없이 우린 가까워졌어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일하면서 겪어본 넌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말이야


사랑이 서툴렀던 나지만 너여서 조금은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해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아온 나한테 너는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이었지
또 혼자가 될까봐 함께 하길 두려워하는 날 보채지 않고 기다려준 것도 너였어
내가 다가갈 수 있을 때까지 먼저 수없이 손을 내민 것도 너고
다른 사람 앞에서 기 죽지 않게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준 것도 너야
우린 남 부럽지 않게 사랑했고 정말 행복했어
너와 함께 한 이 5년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일 거야
난 정말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했고 너한테 많은 걸 배웠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을 뽑자면 학생 때 내가 널 밀어낸 순간들일 거야
너도 가끔 장난스럽게 잊지 못할 CC 추억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 너무했던 거 아니냐고 툴툴댔었잖아
그 때마다 너무 미안했고 또 여전한 너의 모습에 고마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만난 지 5년 된 날 CC 느낌이라도 내보자고 학교에서 데이트 했었잖아
처음 만난 카페에서, 그 때 그 자리에서 나한테 평생을 약속하던 널
그 장면을 한 폭의 그림처럼 아직 간직하고 있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불행한 하루인 그 날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입가에 미소가 눈물로 바뀌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어


이제부터 본론인데 서론이 너무 길었네
너랑 함께한 순간들 생각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들떴었나봐
이 이야길 어떻게 꺼내야 할까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선택이지만 이렇게라도 내 진심을 말하고 싶어
아무한테도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지금 해보려고 해

우리가 만난 지 5년이 다 돼갔던 그 무렵
너는 나를 가족들한테 소개하고 싶다고 했어
난 나한테도 가족이 생길 수 있는 걸까 기대했었지
그러다 하루는, 퇴근하는 널 놀래켜줄려고 몰래 너희 집에 숨어있었어
내가 준 선물들 나랑 함께 찍은 사진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모습에
또 혼자 감동을 받고 있던 날이었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나는 침대 이불 속에 숨었어
너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고 꽤 화가 난 목소리였어
그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 봐서 나는 놀래킬 생각도 못하고 계속 숨어있었다
통화 상대는 어머님인 것 같더라
나 같은 고아는 절대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
살면서 처음 느껴본 행복이 깨지는 순간이었으니까 말이야
혼란스러웠어 우리의 미래는 없는걸까
너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결혼 아니냐며 화를 냈지
그 날 난 자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었어
날 보고 잠시 놀란 니가 날 안고 우는데도 달래주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너한테 괜찮다고 말해주지도 못하고 말이야...

니가 평범한 집 아들이 아니란 건 예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어
넌 또래에 비해서 경제력이 좋았고
내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알기 전까진 가끔 놀랄만한 금액의 선물도 해줬으니 말이야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됐어
너는 나랑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더라
나는 그런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금방 깨달았어
잘모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아침드라마 같은 전개인가 싶겠지만 나도 믿기 싫은 사실인 걸
처음엔 너무 황당했어 말도 안돼 어떻게 내 남자친구가.. 이게 무슨 일일까
현실은 참 너무하지
나 이제야 좀 행복해진 것 같았는데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필 나의 유일한 약점이 우리가 이어질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돼버렸네
내가 걱정하던 일이 결국 이렇게 일어났어
나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어
그 상태로 널 보는 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
나도 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헤어지는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거든

너한테 모진 말을 뱉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순간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어떻게 하면 니가 덜 아플까 어떻게 하면 날 더 원망할까
사실대로 말하면 죄책감에 못살 니가 분명했으니까 말할 수 없었어
거짓말하지 말자는 게 우리 유일한 약속이었는데
내가 그 약속 못지켰어 정말 미안해
너 아프게 했어
또 난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너에게서 멀어져갔어
처음부터 용서는 바라지도 않았어
그저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 뿐이야
미안해.. 미안해 정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니가 날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나 그렇게 떠났던 거야
니가 날 찾아오지도 못하게 멀리 떠난 거야
해외 발령 신청해서 니가 없는 곳으로 갔어
나 되게 빨리 적응해서 내가 정말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도 들어갔다?
근데 있잖아 예전부터 그렇게 꿈꾸던 일 다 이뤘는데 이상하게 행복하지가 않아
시간은 매정하게 흘러서 벌써 널 본지도 3년이 흘렀는데
난 아직도 우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곳에 멈춰있어
널 만나기 전처럼 사랑 같은 거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갔어

넌 어떻게 지내?
처음엔 니가 너무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아서 일부로 니 소식 안듣고 살았어
근데 나중엔 니가 정말 날 다 잊었을까봐
아무일 없던 것처럼 잘 지내고 있을까봐
내가 정말 바라는 일인데 근데 또 그렇게 됐을까봐 니 소식 안듣고 싶더라

넌 정말 어떻게 지내?
너한테 상처만 준 나 같은 사람 깨끗하게 잊고 잘 지내고 있어?
나보다 더 너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서 행복해?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못해준 만큼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겁하게 도망가서 미안해
마지막까지 내 손 잡고 슬픔도 아픔도 함께 하겠다던 너 외면해서 미안해
항상 날 향해 달려와 준 너에게 등 보여서 미안해
그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날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미안해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내서 미안해
이런 사랑 하게 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