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생신선물로 싸웠어요

냠냐미2020.04.06
조회37,420
남편은 결혼전 이렇게 효자인줄 몰랐어요.
무심한 아들인 것 같았는데..
제가 많이 못 된 건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글 올려요..
긴 글 주의(아래 요약본 있음)——————————————

저는 현재 육아휴직중이고 신랑은 벌이가 꽤 좋은 편이라
크게 돈 걱정없이 살게 해줘요
그렇지만 저희는 집도 전세인데다
신랑 사업상 빚도 있고
앞으로 아기 교육이며 집도 사야하고 노후대비를 위해
지금 아기 어릴 때 열심히 모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 수도권으로 이사할 수도 있는데 (제 직장이 서울이라서요)
그러려면 더 골치가 아프겠지요.
부지런히 빚 처분하고 현재 살고있는 지방 아파트 전세금을 뺀다해도
웬만한 수도권 전세금 충당도 어렵구요.. 신랑도 새로 자리를 잡으려면 자본금이 꽤 필요할테니까요...

막상 제가 씀씀이가 큰편인 건 함정이지만
변명하자면 식구들 식재료 및 간간히 배달음식에 돈썼지
제 옷, 저만을 위한 무언갈 안산지는 1년 넘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신랑도 자기를 위해 돈 함부로 쓰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고 제가 생활비 얼마 쓴다고 터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평소엔 매우 털털하고 수더분한 사람이지요.
다만 총각때 외제차를 좋아해서 거기에는 돈을 좀 썼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재테크의 귀재라서 나도 엄마따라 돈아끼고 재테크를 잘 하겠으니 경제권 달라고 결혼전부터 외쳤지만, 신랑은 생활비는 넉넉히 주겠지만 자기가 사업 운영해야하는 돈도 있고 잡혀살기 싫다며 경제권은 주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가 번 돈이니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쓰겠다는 주의에요. 생활비는 섭섭치 않게줘요.

그래도 경조사비나 이런건 통일하기로 해서 양가부모님 생신과 어버이의 날, 추석, 설날에 30만원씩 드리기로 했어요. 1년에 300만원이지요.. 누구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큰 돈이지요..

작년에는 신랑이 저와 상의 없이 알리지 않고 80만원짜리 핸드폰을 통신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서 시아버지께 선물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알게 돼서 노발대발 했어요. 시아버지 폰이 오래돼 손자 영상통화용 핸드폰을 사주고 싶었다고 해요.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저와 미리 상의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니까 왜 자기 돈 쓰는데 허락받아야 하냐고 하더라구요. 크게 싸웠어요.

사실 친정에서 아기 100일까지 빈대 붙어서 다 키우고 왔는데
십원 한 푼 드리지 않고 나왔어요.
저희 친정 집은 노후대비 탄탄하시고 저희에게 물려주면 물려줬지 받기는 싫다 하셔서요.
그러고는 생신이나 설때 용돈 드리면 돌려주려고 하기 바쁘신 타입이세요.
세뱃돈으로 저희가 준비한 용돈이 민망하게 훨씬 많이 돌려주시고요..
저희 자리 잡을 때 까지는 용돈 받기 싫다 하세요.
친정엄마는 식비 아끼라며 반찬도 손수 만들어 자주 택배부쳐주세요.
저는 심정적으로 많이 죄송하지만 그래도 제가 얼른 집도 구하고 번듯하게 사는 걸 보는 게 더 좋겠다는 부모님 말씀에 백일간 아기와 저 산후조리해주신 사례금 드리려던 것도 아껴서 저금해뒀어요ㅜㅜ

그래서 제가 더 기분이 상하는 건지도 몰라요. 친정아버지 퇴직할 때 남편이 통크게 300만원 드렸지만.. 나중에 친구랑 우리 아기 백일까지 키워준 비용 퉁치듯이 생각하는 뉘앙스로 톡한 내용을 발견해서 열받았었구요.

올해는 시어머니 생신이 돌아와서 찾아뵙고 싶지만 시국도 시국이고 거리도 멀어 패스하기로 했어요.
저희 친정엄마 생신과 일주일 차이인데 친정엄마 생신도 함께 패스하기로 했구요.
양가에 선물이나 현금 부쳐드리려고 하는데 신랑이 갑자기 로봇청소기 두 대를 시어머니 선물로 드리자고 하는거에요.
근데 제가 생각엔 시댁이 미세먼지가 좋지 않은 지역인데 공청기가 없어서 공청기 사드리자 했어요.
(사실 작년 아버님 생일 선물로 제가 공청기 말했는데 자기 맘대로 핸드폰 사드렸죠. 그러고는 “공청기 작년에 안사줬던가?” 이러더군요.)

그럼 제가 시댁엔 용돈 드리는 것 대신 공청기 사드리자고 했는데 거기서부터 수가 틀렸나봐요.
용돈도 드리고 공청기도 사드리고 싶다고요.
저는 우리 부모님은 공청기 있어서 양가 똑같이 하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부모님께 용돈 적게 드리는 것 아니다.. 고 했는데 신랑은 부모님께 자기가 번 돈 드리는 것도 허락 받아야 하냐며 통제받기 싫다고 하네요.
감정이 격해져서 작년 아버님 생신 핸드폰 선물 드릴 때 화났던 이야기도 했는데 저를 부모님 드리는 돈아까워서 닥달하는 여자로 몰아붙이더군요..

저는 사실 80만원짜리 폰에 요금제도 대신 내드리는 것.. 제가 생각한 생신선물 스케일보다는 상당히 크지만 그래도 손자랑 영통하고 싶은데 바꿔드리고싶다고 미리 저에게 말했다면 기왕 사드리는 거 좋은 폰으로 바꿔드리자고 제가 먼저 말했을 것 같아요.


근데 신랑은 제가 그렇게 반응 안했을것 같대요.
무작정 저를 낳아준 부모님께도 돈 아끼는 수전노로 몰더니 주변에는 월 100만원씩 용돈드리는 사람도 있는데 생신에 이정도도 못하냐며 화를 내더군요.

저도 화가 나서 그럼 그렇게 용돈 드리는 오빠 주변의 여유로운 사람들처럼 모아둔 자산이 많냐고 했어요. 그러자 저는 얼마나 돈 모아서 결혼했냐고 반격 하네요

사실 저는 돈 거의 안모았고 사실 친정부모님 돈으로 시집 왔어요. 그래도 집값이며 결혼비용 모두 반반 해서 왔구요. (저희 친정이 오히려 자잘자잘하게 더 들었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 친정에 저는 진짜 몹쓸 딸이네요.

그리고 신랑만큼 제가 돈을 잘 버는 직종이 아니고 서울에서 사느라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돈을 신랑이 약간 노력하는 것 보다 훨씬 덜 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딱히 아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결혼당시 빚은 없었어요.

저는 이럴거면 혼자 살지 왜 결혼했냐고 했어요. 내돈 네돈 나눠가며.. 그랬더니 처음부터 생활비도 각자 반반내자고 하려 했다는 신랑의 말에 저는 너무 참.. 회의감이 들었어요.

본인보다 벌이가 훨씬 적은.. 이제는 휴직중이라 수입없는 저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나 싶고. 이 사람에게 결혼의 의미는 무엇인가 싶었어요. 저는 하루하루 지출내역을 포함해 사소한 것들도 남편과 다 얘기하고 숨기는 것 없이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애썼는데 신랑은 내돈 내가 쓴다는데 상관마라고 하니까요ㅠ

제 직업이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라 복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이 걱정이 됐는데... 진짜 제가 이 직업이라도 없었으면 얼마나 무시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ㅠ 절대 힘들어도 직업을 꼭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우리 가족의 미래를 그릴 때 아주 큰 부는 이루지 못해도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번듯한 살 집이 있고 아기 교육하는데 궁색하지 않은.. 중산층의 미래를 꿈꿨는데, 신랑은 제가 수도권 집을 탐내는 것부터 욕심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친정의 분위기는 다들 엄청 열심히 돈을 벌고 굴리고 모든 면에서 성공하기 위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고 실제로도 부를 축척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신랑은 그런 저희 집의 분위기를 일면 수긍하면서도 다소 전투적으로 느껴지나봐요.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이런 느낌?

시부모님은 평소 뭐든지 저희가 알아서 잘 살아라 하시는 편이고 물려주는 것은 없어도 노후를 부탁하는 일 없이 두 분이서 잘 지내시겠다는 주의세요. 며느리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노력하시구요. 저도 그런 두분께 큰 불만은 없어요.

언젠가 신랑 부모님께 수도권의 살인적인 집값에 대해 말씀드리며 앞으로 저희가 수도권으로 이사 갈 생각을 하면 걱정이다.. 나중에 집을 사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말씀 드린 적 있는데 너무 과욕부리지 말라는 말씀만 하셨어요. 저는 시댁에 손벌릴 것도 아닌데 솔직히 집 사는게 왜 과욕일까? 의문이 들었구요.. 집안의 분위기는 당연히 다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저와 신랑의 생각의 차이가 여기서 비롯되는구나 생각이 드니.. 간극을 좁히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희 친정에서는 얼른 집 사도록 돈모으라고 푸쉬해주는 편이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아요.

신랑은 본인 원가족들에게는 인심을 후하게 쓰는 편이에요.
조카들도 명절때마다 장난감이며 용돈이며 살뜰히 챙기구요.
그런 사람이 상견례때는 저희 아버지가 식사비 결제할때까지 멍하게 있었구요. 친정집에 저랑 아기가 같이 머물 때 자기 쓰던 방 흔쾌히 내준 제 동생한테도 해준거 1도 없어요. (조카는 항렬이 아래고 제동생은 동생이라 다른가봐요)

올해 시어머니 생신선물에 용돈까지 얹어드리자고 화낸 사람이지만 결혼후 제 두 번의 생일을 치를 때 마다 모두 생일 당일 저에게 뭐갖고 싶냐고 묻고 선물 괜찮다고 하니 케익과 꽃으로 그냥 넘어간 사람이에요.아, 제 첫생일은 그나마도 생일 날짜를 까먹어서 그냥 넘어갔구요.

저는 일단 저희가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 집도 구하고 하기 전에는 무조건 아낀 뒤에 그뒤에는 인심을 쓰자는 주의에요... 그렇다고 제가 몰염치한 완전 짠순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신랑에 보기엔 글쎄요.. 저는 시가에 코로나때 장도 못보시고 맛난거 못드실까봐 대게도 산지에서 택배로 보내드리고.. 신행다녀온 뒤 선물도, 첫해 생신에도 나름 신경써서 고급지게 대접해드리려 했어요.. 영상통화 아기보여 드리려 최소 주2회는 드리구요.. 아주 살가운 며느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돼먹은 며느리도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신랑은 그렇다고 저희 친정에 잘하느냐.. 딱히 아니구요, 무심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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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저 - 시어머니 생신선물:공청기(30만원대 삼성),
저희 친정엄마 생신선물 30만원 현금용돈드리자

신랑- 시어머니 생신선물 :공청기+30만원용돈+a?(로봇청소기 두대도 함께 사드리고 싶은 눈치),
저희 친정엄마 생신선물은 동일 수준으로 드리자(그런데 어떻게?)

저희의 상황- 빚있고 모아둔 자산 크게 없고 근 시간 내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 및 신랑 사업 근거지 옮길 예정임.
육아휴직중이라 제 수입은 없고 신랑의 벌이는 꽤 좋은 편


저 좀 못되게 군건가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받아들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