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저에게 돈을 안 쓰려고 합니다.

o2020.04.07
조회15,442

올해 20살인 대학생입니다.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그냥 적어 봅니다.

아빠가 저에게 돈을 안 쓰려고 합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볼게요.

1학년때 싼 롱패딩을 하나 샀었습니다. 패딩을 그거 하나만 입고 다니고 싼 가격이다 보니 2년 정도 입으니까 소매부분이 헤지고 팔 부분에 구멍이 나더라구요. 솔직히 입고 다니기 너무 쪽팔리고 부끄러웠는데 집에서 돈 없다 돈 없다 하니까 눈치 보여서 3년 내내 소매부분만 가리고 입었습니다. 신발도 운동화 하나를 가지고 매일매일 2년을 신다 보니 신발 옆부분이 찢어지고 밑창도 너덜너덜한데 차마 부모님께 말씀도 못 드리고 신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님이 고등학생 때 알바하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으셔서 스스로 돈을 벌 수도 없었어요. 고3때 다른 친구들은 대치동으로 현강 학원 다닐 때 저는 그냥 동네 작은 수학학원, 영어학원을 다녔습니다. 심지어 수학은 고등학교 3학년 1월에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서 싼 곳으로 새로 다니게 된 곳이었어요. 그때도 아빠가 퇴근만 하시면 학원비가 뭐 이렇게 많이 나가냐, 부담된다는 식으로 계속 말씀하셨고 학원 그냥 다녀도 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결국 눈치가 너무 보여서 수학학원은 두 달만 다니고 끊었습니다. 영어학원도 얼마 안 가 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친구들이 국어, 사탐 현강 다니자고 권유할 때 너무 멀어서 안된다고 핑계대고 혼자 속상해했던 기억도 나네요.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 가서 인강이라도 들어보려고 했는데 그냥 집에서 하지 뭘 그런 델 가냐 하셔서 결국 학교 야자실, 집에서 공부했었습니다. 오죽하면 주변 친구들이 너 자기주도학습한 거 진짜 대단한 거라고 대학에서 알아주고 너 뽑아줘야 된다고까지 얘기해줬습니다.

어찌저찌 대학에 진학하게 됐고 저는 기존에 있던 노트북이 발열이 너무 심하고 바람이 심하게 나와서 대학 가기 전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lg나 삼성 노트북으로 바꾸려고 했어요. 물론 제가 직접 알바해서 돈 모아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뭐 그램을 사냐고 그냥 3~40만원 노트북 사서 들고 다니라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이왕 사는 거 좋고 가벼운 걸 사고 싶어서 그램 살거라고 처음으로 우겼고 수능 끝나고 한 달에 4번만 쉬면서 알바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처음에 알바 반대하셨지만 그래도 노트북만이라도 좋은 걸 사보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램을 살 만큼 돈을 모아서 사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빠가 다시 왜 그리 비싼 걸 사냐 니 등록금이 얼만지는 아냐면서 화를 내시더라구요. 그때 내가 너무 우리집 사정에 안 맞게 사치를 부리려고 했나 반성했던 것 같아요. 저 남들 수능 끝나고 탈색하고, 네일케어 받고, 피부과 다닐 때 아빠 돈 얘기 무서워서 해보려는 시도조차 못했고 반곱슬이라 머리 뜨고 상해도 미용실가면 돈 많이 드니까 참고 묶고 다녔습니다. 로드샵 스킨, 로션 사는데도 도대체 왜 이렇게 화장품에 돈을 많이 쓰냐 이야기 들었고 안경 쓴 2년만에 처음으로 안경 부서져서 바꿀 때도 왜 괜한데 돈 쓰게하냐며 엄청 잔소리 들었습니다. 거북목 척추측만증 심한데 돈 많이 들까봐 병원도 한번 못 갔구요. 그런데 그러고 얼마 안돼서 국가 장학금 소득 분위가 발표됐었습니다. 그때 저는 당연히 낮은 소득 분위가 나올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9분위로 나와서 국가장학금 못 받는 걸로 나오더라구요.. 그때 배신감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국가 장학금 높은 분위가 잘 살고 부유하다는 걸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식한테 구멍 난 옷, 신발은 안 신기고 병원에 검진도 받게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매일 집에 아빠 앞으로 온 택배 왔을 때, 돈 없다 해놓고 차 바꿨을 때, 아빠 옷장에만 옷이 가득할 때, 엄마랑 나는 3~5년 된 액정 다 깨진 휴대폰 쓸 때 혼자 최신폰 쓸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가요. 다른 집은 없는 살림에 자식한테 하나라도 더 해주려고 하는데 우리집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돈의 압박 때문에 위축되고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속상한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냥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