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쓰니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직 제목밖에 안 썼는데도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입장 바꿔 반대로 생각해도, 나라도 이런 사연 보면 주작 즐~ 말도 안 된다 니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서 쓴 거 아님? 중간에 뭐 빠진 거 아니야? 이런 소리 나올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안 빼고 사실 그대로 적은 거라서 더 답답합니다. 남들이 믿어주고 공감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어제 오후 6시경, 남동생이 알바비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월급 받으면 잘 시켜먹는 편이라 이번에도 뭔가 사주겠다네요. 치킨은 최근에 먹었고, 피자도 안 땡기고, 그래서 제가 족발을 먹자고 했습니다. 시켜 먹으면 양도 적고 비싸기만 해서 집 주변에 있는 족발집에 남동생이 직접 가서 사 왔습니다. 전 우리 둘만 먹을 만큼 사 올 줄 알았는데 품에 한가득 4인분어치를 사 왔네요. 뭘 그렇게 많이 샀냐 했더니 어떻게 우리만 먹냐고, 엄마아빠도 드셔야 하니까 이만큼 샀다며 해맑게 웃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저 족발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7시가 될 때까지 부모님 두 분 다 돌아오지 않으셔서 우리는 '아, 오늘도 밖에서 드시고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그런 사례가 많았거든요. 아무 말 없이 늦게 오면 둘 다 외식하신 거고, 가끔은 밤새도록 아무 연락 없이 안 들어오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두 분 다 밖에서 드시고 오면 우린 집에서 밥 해먹거나 라면 끓여먹거나 월급날엔 배달음식 사 먹고, 그리고 뒤늦게 돌아오셔도 그거 보고 아무 말 안 하시고, 그런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과거랑 똑같을 줄 알았고,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제가 족발 딱 5점 먹었을 때 부모님이 들어오시더군요. "아유~ 엄마아빠 오셨어요? 와서 이것 좀 드세요." 우리는 이렇게 인사하고, 부모님은 옆자리에 앉고, 같이 즐겁게 고기파티하는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까진 웃다가 내가 저 말 하니까 갑자기 정색하며 집이 떠나가도록 빼액 소리지르시더군요. "어딜 엄마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먼저 먹어?????" "넌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그래서 제가 '늦게 오시는 것 같길래 배고파서 우리 둘이 먼저 조금 먹었다' 이렇게 했더니, "그럼 전화를 했어야지!!!!!!!" 하며 소리를 또 지르시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뭐 이런 것 갖고 저렇게 화까지 내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냥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납다, 심지어 저렇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돌변하는 일이 한두번 있었던 것도 아니라 제가 그냥 사과했습니다. "죄송하고요, 다음엔 꼭 전화하겠습니다. 일단 우리 같이 먹읍시다." 여기까지만 봐도 정말 주작같죠? 무조건 나만 무고한 피해자로 써 놓고, 엄마만 작정하고 악역으로 만들고, 완전 삼류 드라마 대본도 아니고 무슨 연출같이 써 놨잖아요. 저도 쓰면서 정말 답답합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저딴 일을 누가 당할까? 근데 그게 내가 된 거에요. 어쨌든 이렇게 전 미리 숙이고 사과를 했는데도 엄마는 계속 내 말꼬리만 잡으면서 넌 개념이 있니 없니, 넌 기본적인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다느니, 술먹은 사람처럼 같은 말 또하고 같은 말 또하고 자꾸 쏘아붙였습니다. 네, 제 불찰일 수도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샀으면 아무리 평소에 그런 얘기가 없었어도 알아서 전화를 하며 먹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아야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끝까지 잘못을 인정 안 하면 모르겠는데, 1턴만에 인정을 하고 사과했잖습니까. 그러면 좀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같은 말 계속 반복하고 그러자 남동생이 토라졌죠. 엄마아빠 드시라고 일부러 자기 돈 털어서 4인분을 사 오고, 오늘도 저번처럼 늦게 오는 거 같길래 배가 고파서 꼴랑 10분 일찍 먹었더니 그새 쳐들어와서 저렇게 깽판을 놓으며 노발대발하니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이건 마치 남편이 아내한테 주려고 꽃을 사 왔는데 아내가 그 꽃을 던지고 짓밟고 이딴 걸 왜 사왔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급이죠. 물론 토라졌을 뿐이지 별 말은 안 했습니다. 그냥 잔소리하는 거 묵묵히 들으면서 무시하듯 고기나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남동생 등짝을 5대 때리더군요. 근데 소리 들어보면 알지 않습니까? 이게 장난으로 때린 건지, 진심으로 아프라고 때린 건지. 진심으로 5대를 때리니까 남동생이 삐져서 먹던 뼈 족발 위에 휙 던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문 쾅 닫더군요. 그리고 이때부터 큰일이 났습니다. "000, 너 문 안 열어?????" "셋 셀 동안 문 열어!!!!!!" "어딜 어른 앞에서 문을 쾅 닫아!!!!!!" "어딜 집에서 문을 걸어!!!!!!" 문 두드리고, 소리지르고, 꼴랑 족발 다섯 점 먼저 먹었다고 집안 꼴을 이렇게 만드니 전 너무 어이가 없고, 서럽고,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이전까진 가만히 있던 아빠까지 그 모습을 보고 나서서 문 열라고, 가만 안 둔다고 소리지르고, 열쇠 찾고, 엄마는 그 시간에 쪼잔하게 인터넷 끊고, 그래서 잠시 집 옥상으로 올라가 친구랑 통화를 하는 내내 아랫집에선 문 두드리는 소리랑 고함 지르는 소리, 문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 이렇게 온 빌라가 들썩들썩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 한참 하소연하다 집에 돌아가니 왠지 남동생은 보이지 않았고, 저는 더 두리번거리는 대신 지갑이랑 폰이랑 외투만 챙겨서 근처 카페에 가서 친구랑 더 통화했습니다. 친구가 기프티콘을 주더군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 맛에 친구 사귀죠. 그렇게 한참 떠들고 음료수도 마시고 기분 좀 풀려서 돌아가려고 했을 그 때, 남동생한테 호출 메시지가 7개나 와 있는 거에요. 그리고 왜 아까 남동생이 없었는지 밝혀졌습니다. 남동생이 아빠한테 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아빠가 걔 어렸을 때 게임PC도 부수도, 걔 핸드폰도 던져서 부수고, 이건 내 눈으로 못 봤는데 걔 컴퓨터도 부쉈댑니다. 그래서 군대 갔다 온 지금도 아빠가 원망스럽고, 아빠가 두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 안에 갇혀있는데 문 쾅쾅 두드리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너무 무섭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이러다간 왠지 죽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명의 위협이 느껴져서, 112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 경찰이 왔다 갔고, 경찰이랑 아빠랑 대화하는 동안 집에서 도망쳤다고 하네요. 그리고 저한테 전화한 이유는 오늘 또 아빠가 컴퓨터 부술 거 같으니 자기 컴퓨터 본체에 들어있는 D드라이브만 빼서 갖다달라고 얘기하려던 거였습니다. 하, 눈물이 핑 돌더군요. 전 엄마한테 당한 기억, 안 좋은 기억이 정말정말 많은데 막상 남한테 얘기하려면 그럴싸한 사연이 없는, 이런 답답함에 굉장히 오랫동안 괴로워했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사실은 내가 정신이상자고, 엄마는 정상인데, 그래도 엄마가 싫은 건 그냥 다 나 혼자 망상 속에서 지어낸 허구의 이미지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런 게 아니었어요. 너무 어이없고 스스로도 납득불가에 부조리하다 보니까 도저히 남한테 이런 사건을 조리있게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별 일 아니었는데 내가 나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였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그 동안 묻어놨던 기억이 물밀듯이 올라오더군요. 식사시간에 식탁에 밥숟가락을 놓는데 제가 구입해서 쓰는 수저 세트가 있단 말입니다. 다른 수저들이랑 다 섞어놨는데 그 날 우연히 그 세트 (숟가락+젓가락1+젓가락2)가 한손에 다 잡혔길래 그냥 제 자리에 먼저 놨어요. 내꺼니까. 그런데 엄마가 그걸 보더니 또 쌍심지를 켜면서 어떻게 넌 예의도 없이 니 수저부터 놓냐느니, 넌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느니, 넌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참 나쁜 사람이라느니, 마구 쏘아붙여서 정말 무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는 또 식시시간에 밥그릇을 놓는데 남동생이 아빠보다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밥을 펐는데 너무 많이 퍼지자 '아빠는 이만큼은 안 먹는데' 싶어서 이건 남동생 자리에 놓고 아빠 것 새로 퍼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걸 보면서 왜 아빠 밥그릇부터 안 놓냐고, 넌 기본이 안 되어있다고, 너란 사람은 참 예의도 없고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다고 또 막 폭언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전까진 높임말 반말 약간씩 쓰면서 서로 즐겁게 얘기했으면서, 어느 순간 분위기 좋은데 갑자기 정색 싹 하고 돌변해서 "ㅁㅁㅁ, 너 왜 높임말 안써?????" 소리 막 지르고, 어느 날 엄마가 음료수를 내 손에 쥐어주길래 그냥 마셨더니 "왜 어른이 사줬는데 고맙다고 안해?????" 정말 그런 일 터지기 전에 경보가 울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급발진하기 1초 전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둘이 있을 때만 저러는 것도 아니고 남들 앞에서도 저렇게 소리질러서 무안을 줍니다. 그럴 때마다 전 정말 부끄럽고, 당혹스럽고, 가끔은 모멸감까지 느껴집니다. 네, 폭언도 차라리 맨날 같은 상황에서 일관적으로 했으면 제가 적응을 했겠습니다. 그런데 몇 년간 아무 문제도 없이 그냥 넘어가 놓고, 심지어 그러기 1초 전까지도 헤헤 웃다가, 어느 날 저렇게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만 딱딱 잡아 갑자기 돌변해서 폭언 퍼붓고 집안 뒤집어놓고, 아니면 몇 시간씩 저한테 감정 퍼붓고, 그리고 이 모든 건 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니 탓이라고, 이러는 게 정말 너무 괴롭습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엄마들이 아무도 안 저런답니다. 맨날 '기본적인 예의' '기본적인 예의' 이러는데, 정작 저게 '기본적이다'라는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럴 때마다 너무 무섭습니다. 해도해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너무 순식간에 변해서 너무 무섭고, 마치 그 순간 귀신들린 거 같고, 그 순간 저는 병신같이 쫄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끝나면 너무 억울하고 자괴감이 들고,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사연이 사소하고, 말로 설명하면 웃기기까지 해서 남한테 하소연하기도 뭣한, 아무튼 그런 상황이 됩니다.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남동생 어찌어찌 달래서 같이 집에 돌아오니까 아빠랑 엄마가 남동생한테 어딜 부모를 112에 신고하냐고, 넌 미래에 범죄자가 될 거라고, 너같은 자식 둔 적 없으니 나가라고, 막 그러더군요. 네, 족발 먼저 먹어서 미래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족발 일찍 먹은 게 그렇게 큰 죄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남동생한테 잘못했다고 빌라고 했던 내가 너무 쓰레기같고 자괴감 들고, 그때 족발을 안 먹었으면 됐을까, 좀 늦게 10분만 기다렸다 먹을 걸 그랬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역시 다 내 탓입니까? 정말로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되는 일일까요? 진짜 대체 저한테 왜 매번 저러는 건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오늘처럼 집안 다 뒤집고 몇 시간씩 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기애애해져서 '내가 잘못 봤나?' 이런 느낌 받게 만듭니다. 감정 가지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된 거 같습니다. 이거 진짜 안 당해본 사람은 이해 못합니다. 차라리 하루종일 기분나쁜 일이 있어서 그랬으면 제가 100번 양보해 이해라도 하고 조심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런 일 터지기 전까지 하나도 기분나쁜 기색이 없었고, 심지어 웃기까지 했고, 도저히 제가 미리 기분을 알고 조심할 껀덕지가 없었습니다. 예고도 없는 게, 마치 지뢰같습니다. 그리고 남동생 결국 반성문도 몇 번씩 쓰고 무릎 꿇고 빌고 간신히 용서받고 자기 방에 들어갔는데, 방문 잠궈놨다고 지금 새벽2시인데 아직도 혼나고 있네요. 족발 다섯 점 먹은 시간이 6시50분인가 그런데 지금 그것 때문에 장장 7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항상 이랬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화장실 빼곤 개인 방문 잠그면 난리가 났고요, 옷 갈아입는다는 얘기 없이 문 잠그면 막 철컥철컥 문고리 비틀고 따고 들어오고 "어딜 문을 잠궈!!!!!!" 소리지르고 그랬습니다. 아무리 화나도 문 쾅 닫으면 죽어라고 쫓아와서 버릇이 없다고 잔소리 듣고, 문 좀 세게 닫았다고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동생 문쾅 1회에 잠그기 1회 달성했으니 익숙하게 저런 일 당하고 있네요. 원래 제 친구 엄마들만 빼고 딴 집 엄마들도 다 이런가요? 원래 모든 엄마들 자식한테 저러는 거 정상인데 내가 이상해서 이상하게 보이는 건가요? TV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문도 쾅 닫을 수 있고 잠글 수도 있던데, 걔네들은 영화라서 그런 거고 원래 현실에선 안 되나요?1,123169
족발 다섯 점 때문에 집에 경찰이 왔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직 제목밖에 안 썼는데도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입장 바꿔 반대로 생각해도, 나라도 이런 사연 보면
주작 즐~
말도 안 된다
니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서 쓴 거 아님?
중간에 뭐 빠진 거 아니야?
이런 소리 나올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안 빼고 사실 그대로 적은 거라서 더 답답합니다.
남들이 믿어주고 공감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어제 오후 6시경, 남동생이 알바비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월급 받으면 잘 시켜먹는 편이라
이번에도 뭔가 사주겠다네요.
치킨은 최근에 먹었고, 피자도 안 땡기고,
그래서 제가 족발을 먹자고 했습니다.
시켜 먹으면 양도 적고 비싸기만 해서 집 주변에 있는 족발집에 남동생이 직접 가서 사 왔습니다.
전 우리 둘만 먹을 만큼 사 올 줄 알았는데 품에 한가득 4인분어치를 사 왔네요.
뭘 그렇게 많이 샀냐 했더니 어떻게 우리만 먹냐고, 엄마아빠도 드셔야 하니까 이만큼 샀다며 해맑게 웃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저 족발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7시가 될 때까지 부모님 두 분 다 돌아오지 않으셔서 우리는 '아, 오늘도 밖에서 드시고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그런 사례가 많았거든요.
아무 말 없이 늦게 오면 둘 다 외식하신 거고,
가끔은 밤새도록 아무 연락 없이 안 들어오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두 분 다 밖에서 드시고 오면 우린 집에서 밥 해먹거나 라면 끓여먹거나 월급날엔 배달음식 사 먹고,
그리고 뒤늦게 돌아오셔도 그거 보고 아무 말 안 하시고,
그런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과거랑 똑같을 줄 알았고,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제가 족발 딱 5점 먹었을 때 부모님이 들어오시더군요.
"아유~ 엄마아빠 오셨어요? 와서 이것 좀 드세요."
우리는 이렇게 인사하고, 부모님은 옆자리에 앉고, 같이 즐겁게 고기파티하는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까진 웃다가 내가 저 말 하니까 갑자기 정색하며 집이 떠나가도록 빼액 소리지르시더군요.
"어딜 엄마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먼저 먹어?????"
"넌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그래서 제가 '늦게 오시는 것 같길래 배고파서 우리 둘이 먼저 조금 먹었다' 이렇게 했더니,
"그럼 전화를 했어야지!!!!!!!"
하며 소리를 또 지르시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뭐 이런 것 갖고 저렇게 화까지 내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냥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납다, 심지어 저렇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돌변하는 일이 한두번 있었던 것도 아니라 제가 그냥 사과했습니다.
"죄송하고요, 다음엔 꼭 전화하겠습니다. 일단 우리 같이 먹읍시다."
여기까지만 봐도 정말 주작같죠? 무조건 나만 무고한 피해자로 써 놓고, 엄마만 작정하고 악역으로 만들고,
완전 삼류 드라마 대본도 아니고 무슨 연출같이 써 놨잖아요.
저도 쓰면서 정말 답답합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저딴 일을 누가 당할까? 근데 그게 내가 된 거에요.
어쨌든 이렇게 전 미리 숙이고 사과를 했는데도 엄마는 계속 내 말꼬리만 잡으면서 넌 개념이 있니 없니, 넌 기본적인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다느니, 술먹은 사람처럼 같은 말 또하고 같은 말 또하고 자꾸 쏘아붙였습니다.
네, 제 불찰일 수도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샀으면 아무리 평소에 그런 얘기가 없었어도 알아서 전화를 하며 먹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아야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끝까지 잘못을 인정 안 하면 모르겠는데, 1턴만에 인정을 하고 사과했잖습니까. 그러면 좀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같은 말 계속 반복하고 그러자 남동생이 토라졌죠. 엄마아빠 드시라고 일부러 자기 돈 털어서 4인분을 사 오고, 오늘도 저번처럼 늦게 오는 거 같길래 배가 고파서 꼴랑 10분 일찍 먹었더니 그새 쳐들어와서 저렇게 깽판을 놓으며 노발대발하니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이건 마치 남편이 아내한테 주려고 꽃을 사 왔는데
아내가 그 꽃을 던지고 짓밟고
이딴 걸 왜 사왔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급이죠.
물론 토라졌을 뿐이지 별 말은 안 했습니다. 그냥 잔소리하는 거 묵묵히 들으면서 무시하듯 고기나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남동생 등짝을 5대 때리더군요.
근데 소리 들어보면 알지 않습니까? 이게 장난으로 때린 건지, 진심으로 아프라고 때린 건지.
진심으로 5대를 때리니까 남동생이 삐져서 먹던 뼈 족발 위에 휙 던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문 쾅 닫더군요.
그리고 이때부터 큰일이 났습니다.
"000, 너 문 안 열어?????"
"셋 셀 동안 문 열어!!!!!!"
"어딜 어른 앞에서 문을 쾅 닫아!!!!!!"
"어딜 집에서 문을 걸어!!!!!!"
문 두드리고, 소리지르고, 꼴랑 족발 다섯 점 먼저 먹었다고 집안 꼴을 이렇게 만드니
전 너무 어이가 없고, 서럽고,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이전까진 가만히 있던 아빠까지 그 모습을 보고 나서서 문 열라고, 가만 안 둔다고 소리지르고, 열쇠 찾고,
엄마는 그 시간에 쪼잔하게 인터넷 끊고,
그래서 잠시 집 옥상으로 올라가 친구랑 통화를 하는 내내 아랫집에선 문 두드리는 소리랑 고함 지르는 소리, 문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 이렇게 온 빌라가 들썩들썩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 한참 하소연하다 집에 돌아가니 왠지 남동생은 보이지 않았고, 저는 더 두리번거리는 대신 지갑이랑 폰이랑 외투만 챙겨서 근처 카페에 가서 친구랑 더 통화했습니다.
친구가 기프티콘을 주더군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 맛에 친구 사귀죠.
그렇게 한참 떠들고 음료수도 마시고 기분 좀 풀려서 돌아가려고 했을 그 때, 남동생한테 호출 메시지가 7개나 와 있는 거에요.
그리고 왜 아까 남동생이 없었는지 밝혀졌습니다.
남동생이 아빠한테 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아빠가 걔 어렸을 때 게임PC도 부수도,
걔 핸드폰도 던져서 부수고,
이건 내 눈으로 못 봤는데 걔 컴퓨터도 부쉈댑니다.
그래서 군대 갔다 온 지금도 아빠가 원망스럽고,
아빠가 두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 안에 갇혀있는데 문 쾅쾅 두드리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너무 무섭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이러다간 왠지 죽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명의 위협이 느껴져서,
112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 경찰이 왔다 갔고,
경찰이랑 아빠랑 대화하는 동안
집에서 도망쳤다고 하네요.
그리고 저한테 전화한 이유는
오늘 또 아빠가 컴퓨터 부술 거 같으니
자기 컴퓨터 본체에 들어있는 D드라이브만 빼서 갖다달라고 얘기하려던 거였습니다.
하, 눈물이 핑 돌더군요.
전 엄마한테 당한 기억, 안 좋은 기억이 정말정말 많은데 막상 남한테 얘기하려면 그럴싸한 사연이 없는, 이런 답답함에 굉장히 오랫동안 괴로워했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사실은 내가 정신이상자고, 엄마는 정상인데, 그래도 엄마가 싫은 건 그냥 다 나 혼자 망상 속에서 지어낸 허구의 이미지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런 게 아니었어요.
너무 어이없고 스스로도 납득불가에 부조리하다 보니까
도저히 남한테 이런 사건을 조리있게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별 일 아니었는데 내가 나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였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그 동안 묻어놨던 기억이 물밀듯이 올라오더군요.
식사시간에 식탁에 밥숟가락을 놓는데
제가 구입해서 쓰는 수저 세트가 있단 말입니다.
다른 수저들이랑 다 섞어놨는데 그 날 우연히 그 세트
(숟가락+젓가락1+젓가락2)가 한손에 다 잡혔길래
그냥 제 자리에 먼저 놨어요. 내꺼니까.
그런데 엄마가 그걸 보더니 또 쌍심지를 켜면서
어떻게 넌 예의도 없이 니 수저부터 놓냐느니,
넌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느니,
넌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참 나쁜 사람이라느니,
마구 쏘아붙여서 정말 무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는 또 식시시간에 밥그릇을 놓는데
남동생이 아빠보다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밥을 펐는데 너무 많이 퍼지자
'아빠는 이만큼은 안 먹는데' 싶어서
이건 남동생 자리에 놓고 아빠 것 새로 퍼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걸 보면서
왜 아빠 밥그릇부터 안 놓냐고,
넌 기본이 안 되어있다고,
너란 사람은 참 예의도 없고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다고
또 막 폭언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전까진 높임말 반말 약간씩 쓰면서 서로 즐겁게 얘기했으면서, 어느 순간 분위기 좋은데 갑자기 정색 싹 하고 돌변해서
"ㅁㅁㅁ, 너 왜 높임말 안써?????"
소리 막 지르고,
어느 날 엄마가 음료수를 내 손에 쥐어주길래 그냥 마셨더니
"왜 어른이 사줬는데 고맙다고 안해?????"
정말 그런 일 터지기 전에 경보가 울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급발진하기 1초 전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둘이 있을 때만 저러는 것도 아니고 남들 앞에서도 저렇게 소리질러서 무안을 줍니다.
그럴 때마다 전 정말 부끄럽고, 당혹스럽고,
가끔은 모멸감까지 느껴집니다.
네, 폭언도 차라리 맨날 같은 상황에서 일관적으로 했으면 제가 적응을 했겠습니다.
그런데 몇 년간 아무 문제도 없이 그냥 넘어가 놓고,
심지어 그러기 1초 전까지도 헤헤 웃다가,
어느 날 저렇게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만 딱딱 잡아
갑자기 돌변해서 폭언 퍼붓고 집안 뒤집어놓고,
아니면 몇 시간씩 저한테 감정 퍼붓고,
그리고 이 모든 건 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니 탓이라고,
이러는 게 정말 너무 괴롭습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엄마들이 아무도 안 저런답니다.
맨날 '기본적인 예의' '기본적인 예의' 이러는데,
정작 저게 '기본적이다'라는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럴 때마다 너무 무섭습니다.
해도해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너무 순식간에 변해서
너무 무섭고, 마치 그 순간 귀신들린 거 같고,
그 순간 저는 병신같이 쫄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끝나면 너무 억울하고 자괴감이 들고,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사연이 사소하고, 말로 설명하면 웃기기까지 해서 남한테 하소연하기도 뭣한,
아무튼 그런 상황이 됩니다.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남동생 어찌어찌 달래서 같이 집에 돌아오니까
아빠랑 엄마가 남동생한테
어딜 부모를 112에 신고하냐고,
넌 미래에 범죄자가 될 거라고,
너같은 자식 둔 적 없으니 나가라고,
막 그러더군요.
네, 족발 먼저 먹어서 미래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족발 일찍 먹은 게 그렇게 큰 죄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남동생한테 잘못했다고 빌라고 했던
내가 너무 쓰레기같고 자괴감 들고,
그때 족발을 안 먹었으면 됐을까,
좀 늦게 10분만 기다렸다 먹을 걸 그랬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역시 다 내 탓입니까?
정말로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되는 일일까요?
진짜 대체 저한테 왜 매번 저러는 건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오늘처럼 집안 다 뒤집고 몇 시간씩 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기애애해져서
'내가 잘못 봤나?' 이런 느낌 받게 만듭니다.
감정 가지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된 거 같습니다.
이거 진짜 안 당해본 사람은 이해 못합니다.
차라리 하루종일 기분나쁜 일이 있어서 그랬으면 제가 100번 양보해 이해라도 하고 조심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런 일 터지기 전까지 하나도 기분나쁜 기색이 없었고, 심지어 웃기까지 했고, 도저히 제가 미리 기분을 알고 조심할 껀덕지가 없었습니다.
예고도 없는 게, 마치 지뢰같습니다.
그리고 남동생 결국
반성문도 몇 번씩 쓰고 무릎 꿇고 빌고
간신히 용서받고 자기 방에 들어갔는데,
방문 잠궈놨다고 지금 새벽2시인데 아직도 혼나고 있네요. 족발 다섯 점 먹은 시간이 6시50분인가 그런데 지금 그것 때문에 장장 7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항상 이랬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화장실 빼곤 개인 방문 잠그면 난리가 났고요, 옷 갈아입는다는 얘기 없이 문 잠그면 막 철컥철컥 문고리 비틀고 따고 들어오고 "어딜 문을 잠궈!!!!!!" 소리지르고 그랬습니다.
아무리 화나도 문 쾅 닫으면 죽어라고 쫓아와서 버릇이 없다고 잔소리 듣고, 문 좀 세게 닫았다고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동생 문쾅 1회에 잠그기 1회 달성했으니 익숙하게 저런 일 당하고 있네요.
원래 제 친구 엄마들만 빼고
딴 집 엄마들도 다 이런가요?
원래 모든 엄마들 자식한테 저러는 거 정상인데
내가 이상해서 이상하게 보이는 건가요?
TV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문도 쾅 닫을 수 있고 잠글 수도 있던데, 걔네들은 영화라서 그런 거고 원래 현실에선 안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