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만드는 달걀 샌드위치

Nitro202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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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도 마음대로 못 하는 이 시국.


사람들이 다들 집에만 있다보니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천 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와 같은 무지막지한 막노동 레시피가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좀 더 복합적인 노가다를 해보자 싶어 오래간만에 꺼내 든 100% 수제 음식 시리즈.


콘도그(https://blog.naver.com/40075km/221405765722), 햄버거(https://blog.naver.com/40075km/221025080131), 에그 아틀랜틱(https://blog.naver.com/40075km/221416295557)에 이어 네 번째 100% 수제 음식이네요.


이번에 만들 음식은 달걀 샌드위치입니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우유 한 컵을 살짝 데우는 것에서부터. 


여기에 설탕 한 테이블 스푼을 넣고 이스트 한 봉지를 섞어서 거품이 잘 올라오는지 살핍니다.


 

활성화된 이스트를 보울에 붓고 밀가루와 달걀, 그리고 소금 약간을 섞어줍니다.


믹서에 반죽용 후크를 부착한 후, 가루가 안 보일 정도로 섞이면 말랑해진 버터를 넣고 다시 반죽합니다.


 

반죽에 어느 정도 끈기가 생겼다 싶으면 반죽 약간을 떼어내서 지문 검사에 들어갑니다.


반죽을 죽죽 늘려 펴서 손가락을 대 봤을 때 지문이 비칠 정도로 얇게 펴지면 됩니다.


반죽이 덜 됐을 때는 이렇게 얇게 펴기 전에 끊어지지요.


 

히팅 보울 온도를 30도로 맞춰놓고 반죽을 넣은 후, 젖은 천을 덮어줍니다.


이렇게 한 시간정도 발효시키면 반죽이 두세 배 정도로 부풀어 오릅니다.


온도에 따라 발효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유지시킬만한 도구가 없을 때는 부피가 변하는 것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요.


물론 식빵을 자주 만들다 보면 몸이 느끼는 온도에 따라 '대충 몇 시간 정도 발효시키면 되겠구나'하는 감이 온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오르려면 도대체 몇 개의 빵을 구워야 할런지...


 

번거로운 게 귀찮아서 지름길로 대충 가려다가 오히려 할 일이 많아지는 경험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메일로 받은 서류에 서명을 해서 보내야 하는데, 이걸 출력하고 사인해서 다시 스캔뜨기 귀찮아서 태블릿 스타일러스 펜으로 서명하려다가 갑자기 인식이 안 되는 바람에 한참동안 드라이버 다시 깔고 삽질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프린터를 썼던 것처럼 말이죠.


반죽 분할 역시 마찬가지. 발효된 빵은 굽기 전에 가스를 빼고 세 덩이로 나눈 다음 접어서 성형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저울 꺼내는 게 귀찮아 그냥 대충 손을 떼어 눈짐작으로 대충 비슷하게 보일 정도로 나눴었는데, 그마저도 이리저리 비교 해 가며 반죽을 떼었다 붙였다 몇 번을 다시 나누었지요. 그러고도 구워보면 결국 높이가 제각각인 경우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빵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저울 사용하는 게 습관화 되고 나니 전체 반죽 무게를 재고 나누기 3 계산한 다음 분할하는게 훨씬 정확하고 빠르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비도불행(非道不行), 즉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이 뼈에 사무칩니다.


 

성형이 끝난 반죽을 식빵틀에 넣고 2차 발효를 합니다. 대략 30분 후에는 틀의 7~80% 높이까지 부풀어 오릅니다.


일반적인 식빵을 만들거라면 여기에 달걀물을 칠하고 그대로 오븐에 굽겠지만,


오늘은 샌드위치를 만드는 게 목적이므로 풀먼 브레드를 만들도록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뚜껑 하나만 덮어주면 되지요. 


 

180도 오븐에서 40분 가량 구워줍니다.


집 안을 가득 채우는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요리하는 냄새가 가져다 주는 행복도 참 여러가지 종류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밥솥이 기차 소리를 내며 내뿜는 증기의 밥 냄새는 친숙하면서도 포근한 가정의 행복이라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국 끓는 냄새가 뒤따르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장면이 절로 떠오르지요.  


반면에 야외에서 해 먹는 바베큐 냄새는 조그만 잔치의 냄새입니다. 고기 굽는 냄새와 장작에 섞인 훈연용 톱밥의 연기가 섞여서 피어오르며 맥주 거품과 숯불의 이미지가 장식을 하지요. 여기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즐거운 기분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집에서 맡는 빵 굽는 냄새는 햇볕 좋은 날 창가에 앉아 갓 내린 커피 한 잔과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두고 느낄 법한 여유로운 냄새입니다.


반죽, 두 번에 걸친 발효, 그리고 성형과 굽기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는 작업이기에 최소한 반나절 정도의 여유가 없으면 시도할 수도 없는 게 바로 빵 만들기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빵을 굽는 냄새를 맡으면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주말 오후가 떠오릅니다. 


편안한 내 집에서, 별 다른 계획 없이 하품하는 고양이마냥 늘어지는 하루. 


하지만 게을리 빈둥거렸다는 후회 섞인 느낌이 아닌, 뭔가 이 여유를 알차게 즐겼다는 느낌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기"를 열심히 했다는, 모순적인 만족감이랄까요.


​다 구워진 식빵은 온도계 쿡 찔러서 내부 온도를 확인 해 봅니다. 


상업용 주방에서는 일단 한 번 셋팅이 끝나면 굳이 추가로 확인하지 않아도 언제나 똑같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가정집 주방에서는 모든 환경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까닭에 예전에 만들었을 때는 맛있었던 레시피가 이번에 만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맛이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하지요. 시키는 대로 재료 분량을 맞추고, 감이 아니라 저울과 온도계 등 측정 도구를 사용하고, 될 수 있는 한 자주 맛 보는 것.


베이킹의 경우에는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중간에 맛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레시피를 정확히 따르고 무게와 온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 집니다.


예전에는 노릇노릇 겉이 잘 구워진 식빵을 뜯어 먹었다가 가운데는 온통 설익은 부분이 남아있는 걸 보고 실망하고, 그 뒤엔 겁이 나서 오래 구웠다가 표면을 태워먹는 등 실수 연발인 적도 있었습니다.  


빵을 꺼내며 그 결과물이 성공인가 실패인가 두근거리며 도박을 하던 것은 페이스트리 셰프에게서 "황금 온도 200도"를 배우며 겨우 탈출하게 됩니다. 즉, 거의 대부분의 빵이나 과자는 내부 온도가 화씨 200도(=섭씨 93도)에 다다르면 다 익은거라는 법칙이지요. 


 

식빵이 구워지는 동안 달걀 샐러드를 만들어 놓도록 합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달걀 샌드위치가 너무나도 맛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맛의 비결이 빵도 달걀도 아닌, 직접 만든 마요네즈더라"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재료가 단순할수록 제대로 맛 내기는 힘들고, 평소에 자주 먹은 것일수록 진짜로 제대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의 감동은 커지는 법입니다.


달걀 노른자를 한 개 깨서 레몬즙과 함께 거품기로 저어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기름 한 컵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흘려넣으면서 계속 저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향이 강하지 않은 올리브유를 즐겨 사용하지만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기름을 넣어도 됩니다.


마요네즈 질감으로 뻑뻑해지면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합니다.


 

삶은 달걀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으깨 줍니다.


손으로 으깨기도 하고, 숟가락이나 포크로 으깨기도 했지만 결국 제일 맛있는 결과물은 반죽기로 단시간에 으깨며 섞는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건 뭐 취향 차이이긴 한데 이렇게 섞으면 흰자는 약간 큰 덩어리가 남아있으면서 노른자는 완전히 곱게 으깨지는 그런 상태가 되더군요.


중간에 파슬리를 뿌려서 섞는 것도 잊으면 안 되지요.  


 

100% 수제 달걀 샌드위치, 완성입니다. 


예전에 이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고 있노라니 한 친구가 와서 뭐냐고 묻길래 "Egg sandwich"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제 샌드위치를 보더니 "에그 샌드위치는 달걀 후라이를 끼운 거고, 이건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야!"라던 게 기억나네요.


제대로 달걀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 해 보면 그 친구 말마따나 마요네즈에 경의를 표하며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라고 풀 네임을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갓 구운 식빵. 여기에 갓 짠 레몬즙과 질 좋은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소금과 통후추를 바로 갈아넣어 만든 마요네즈의 조합.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비범한 맛입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달걀 샌드위치와 같지만 같지 않은 맛. 그야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맛입니다.


마치 일반 고기와 고급 고기의 맛이 같지만 같지 않은 것과 비슷하달까요.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음식이지만 진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의 감동이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명승지의 풍광을 보며 느끼는 감정보다 매일 지나다니던 출근길에 숨어있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을 때 더 감동적인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