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니께 막말하고, 친구랑 인연 끊으려고 합니다.

ㅇㅇ2020.04.19
조회41,790
안녕하세요, 방탈 죄송합니다.
제목이 많이 자극적인데, 불편하셨을 분들께도 먼저 사과드립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께서 보시고 현명한 답을 해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해서 적었습니다.
글이 길지만,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분께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친구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제가 과하게 판단하는건지 얘기 꼭 부탁드립니다.

일단 저와 친구는 둘 다 남자고, 친구는 저와 중학생일때부터 함께 20년넘게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중고등학교때는 거의 붙어다녔고, 대학교때 친구가 이사를 가고 나서도 일년에 두 세번 만났습니다.

원래 친구가 조금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긴 했지만, 천성이 긍정적이고 분위기도 밝은편이었습니다.그런데 재작년에 취업을 하고 나서 사내 따돌림 + 상사 갈굼을 좀 오래 당하다보니많이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더라구요. 밤에 통화도 가끔 했고, 밥도 먹었는데 그때마다 점점 친구가 우울해지고 더 내성적으로 변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더니 작년 10월쯤에 갑자기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면서 핸드폰을 잠깐 끊을테니, 연락이 안되어도 너무 걱정 말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알았다고 했는데 그 뒤에 무려 6개월간 잠수를 타더라구요. 그러다 저번달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을 하더니오랫만에 보자고 해서, 바로 나갔어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는 완전 멀쩡해보였습니다.그런데 사내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부서를 옮겼는데, 옮긴 부서에서도 괴롭힘이 심하다고 하더라구요.사람들이 자기 뒷담화를 계속 한다, 자기는 열심히 일하는데도 잘 알아주지 않고 자꾸 괴롭힌다는겁니다.어떻게 괴롭히냐? 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자기가 집에서 했던 얘기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그 얘기를 뒤에서 한다는겁니다.
저와 친구들은 그래서, 친구가 집에서 회사 사람 험담을 했는데 회사에서 똑같은 얘기가 돌았다...뭐 그런 얘긴 줄 알았습니다.
무슨 뒷담화를 하냐고 물어봤는데 말하면 너네 내가 이상하다고 할꺼다ㅠㅠ 하고 울상이길래..뭐 얘기하기 힘든 그런 안좋은 소문인가보다 싶어서(친구가 많이 소심하거든요)얘기하기 힘들면 말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같이 욕해줬습니다. 사회생활하면 이상한 놈들 많다 이런식으로요.


헤어진 이후에도 종종 전화로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몇 번 왔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싸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통화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부서를 새로 옮겼는데도 그 이전 부서의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지금 부서에서도 내 험담을 퍼뜨리는 것 같다. 


2) 회사 사람들이 내가 집에서 가족들과 나눈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똑같이 말한다.


3) 종종 내가 친구와 카톡으로 나눈 대화도 회사사람들이 그대로 똑같이 말할 때가 있다.

이게 저도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전 처음에 집에서 누구 험담했는데 회사에서 그걸 누가 알더라, 이런 얘긴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에요.
가령 집에서 친구 : 엄마 요 앞에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랑 탕수육 할인 이벤트하더라  엄마 : 아 진짜? 그럼 이번달에 한번 시켜먹어야겠네~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회사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할때 갑자기 이 말을 한다는겁니다.
 회사사람A: B씨 어저께 회의에서 이야기했던 요 앞에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랑 탕수육 할인 이벤트하더라? 회사사람B: 아 진짜? 그럼 이번달에 한번 시켜먹어야겠네. 그건 잘 넘겼어요.
이런식으로요. 이게 이해가 되세요? 친구가 말했던 '뒤에서 얘기한다'가 이런 거였던거죠.그래서 뒷담화의 내용을 말할 수 없던겁니다. 험담이 아니니까요. 말하면 자기 미쳤다는 소리 들을것 같아서 말을 못했던거에요.
친구는 아마 이후에 이게 일어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4) 이건 누군가 집에서 내 대화를 듣거나 카톡을 뒤지지 않는 이상 알아낼 수 없는 정보다. 즉, 누군가 내 핸드폰을 해킹해서 도청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5) 카톡을 적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적은 내용이 바뀌었다. 이건 누군가 내 컴퓨터를 해킹해서 원격으로 감시+조종하고 있어야지 일어나는 일이다.


6)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내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7) 지금까지 백신어플, 초기화도 해보고, 핸드폰을 3번이나 바꾸고 번호를 5번이나 바꿨는데, 계속 이런다. 특히 핸드폰을 바꾸면 바로 다음날 회사 사람들이 뒤에서 내가 가족과 나눈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마치 내가 핸드폰을 바꿔도 소용이 없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중간에 핸드폰을 바꾸고 잠적했던게 이거 때문이더라구요.)


8)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회사에는 나보다 더 못난 사람도 많고 일 안하고 게으름 부리는 사람도 많은데 그 사람(범인)은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


한 번이 아니라, 이 말을 대화 내내 반복 했었습니다. 10분동안 통화했는데 1부터 5까지 3번정도 반복했습니다.마치 어떤 논리적 주장을 펼치는...그 근거를 나열하는 느낌으로요.

그리고 전화로, 저와 친구들이 다같이 만났던 날저와 친구들이 자기가 해킹 당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했습니다.저희와 얘기 중에 자꾸 너네 내 소문 들은 거 없냐고 물어봤었는데저희는 농담인 줄 알았죠. 근데 진심이었던거에요.
그리고 그날 카페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길 알아보는 것 같았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해킹당했다는 걸아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자기는 절때 미친게 아니라고, 엄마는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발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병신인게 친구 말이 진짜인줄 알고 경찰에 신고하자 어디 미친놈들 콩밥 한번 먹게해주자...고 했습니다.
진짜 병신이었어요.... 전 정말 제 친구의 얘기에 어딘가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미안하다 친구야 진짜...진짜 근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진짜 미안해)
친구의 증상은 아무리봐도.....환각, 환청, 망상 증상에 너무 잘 들어맞고, 
이때까지 통화한 걸 생각해보면 지속 기간도 이미 6개월은 지났습니다.
저는 정말로 해킹 당하는 줄 알고 같이 업체 찾아가자고 했는데 지금 너무 후회됩니다.
전 친구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정말 하지 못했거든요.





저는 의학계열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신과 진단을 내릴 자격은 없습니다. 분야도 너무 다르고요.(사실 친구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지금....공부 왜했냐는 생각도 드네요.)
친구의 증상이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특정 인물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서면 뉴스뜨는거 아닌가 진짜 걱정됩니다.





친구의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는데(요새 너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상담 이야기나 정신병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개연성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긴장을 놓은 것 같다.객관적이고 바른 소리하면 막 역성을 낸다.요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있다.라고 하더군요.그러면서......... 세상에 더 무서운 사람도 많다고, 이겨낼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거에요. 이겨내야 앞으로도 살 수 있다면서요.(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기도 하고, 아버님 돌아가시고 홀로 아들 키워낸 억센 어머니십니다.)



전..... 오지랖이지만..... 친구가 최소한 상담은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세상에는 질병을 보는 여러 입장이 있기야 하겠지만,자력으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아요.







친구는 오랜 취준 생활로 친한 친구가 저 말고 없습니다.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저번에 이 친구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다들 연락을 꺼려하는 분위기고가족 친지도 어머니 말고는 안계십니다.

가까이 살았을 때라면 끌고서라도 갔을텐데, 집이 멀어서 한달에 한 번 친구를 보러 가기도 힘듭니다. 이런건 규칙적인 상담이 중요할텐데...진짜 몇 달 동안 계속 경과를 봐야한다고 알고 있거든요.직계 가족이 아니면 병원에서 뭔가 하는데도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기적인거 알지만, 정말정말 친한 친구라도....솔직히 보기가 무섭습니다.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 아니었으면 그냥 연락 끊었을겁니다.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고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친구와 연락이 지금 안됩니다.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친구가 상담이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이라도 고려해주실 수 있게돌려돌려 말해보려 합니다. (아니 그런데..대체 뭐라고 돌려 말해야할까요)






일단 친구와 통화 했던 녹음을 기사님께 맡겨서 문서화했습니다.통화 안에 위에서 얘기한 내용이 모두 들어있고요.제가 따로 요약도 했고, 통화 녹음한 것도 따로 담아서 드릴겁니다.
제 말 안믿어주실 것 같아서....그리고 저도 확신이 필요해서....... 정신과 의사 상담도 예약했습니다. 타이핑한 내용을 기반으로 친구에게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 맞는지 여쭤보고가능하다면 소견서도 받을 생각입니다. (환자 본인이 아니면 발급 불가가 원칙인데, 일단 여쭤보기라도 하려구요)


여기까지가 진짜.....진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요..... 저의 인생 최대 오지랖입니다......


지금도 어머니 얼굴 뵙고 얘기드렸다가 두드려 맞을 까봐 걱정입니다.저도 대못 박는거 같아 싫습니다.지금이라도 그만두고 괜찮아질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싶습니다.의사분께서 너무 과대 해석한것 같다고, 그냥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라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자력으로도 충분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주시면저도 얘기드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저의 마지막 희망이에요...





어머니께서 안믿어주시면 친구는 물론 그냥...친구네 집안이랑은 아마 연 끊길 것 같고그냥 놔둬도 친구가 악화되면.......저도 연 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제가 미친놈인 것 같지만어차피 안녕이라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제가 멍청한 견식으로 오지랖 넓은 짓을 하고 있는거라면 꼭, 제발 말려주세요.쓴소리 달게 받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