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짝사랑 한 애가 있어

ImeI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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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카테고리가 어딘지 몰라서 그냥 글 써봐미안, 판은 처음이거든.딱히 말해주고 싶은 친구들도 없고, 인스타에 올리자니 걔가 볼 것 같아서.그냥 푸념하는 거고 기분이 괜히 답답해서 익명으로 말하고 싶었어.

나는 10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 회사 발령에 따라서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어.나는 한참 지방에 살다가 처음으로 이쪽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야. 아는 사람 한 명도 없고, 그때는 10년 전이라서 이제 막 우리 또래들도 휴대폰을 가지기 시작했던 나이었어. 그러다 보니 원래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방법이 거의 없었지.내가 살던 지역은 여름방학 개학도 9월 초에 하고는 했었어.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를 온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8월에 개학을 맞이하게 된 거야. 낯선 사람들과 낯선 지역에서.

엄마가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내 학원이었고, 거기서 널 처음 만났어. 물론 초등학생 때니까 친한 친구 사이로 지냈지, 그때 널 연애 감정으로 좋아하진 않았어. 10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 뭘 하고 놀았겠어? 그냥 놀이터 가서 술래잡기하거나 문구점이나 분식집에서 불량식품 사 먹고 학원 가는 게 일상이었지. 그땐 휴대폰도 폴더폰이나 터치폰이었으니.

처음 학교 갔을때, 방학때 며칠 먼저 봤다고, 아무도 모르는 학교에서 인사를 해주는 너가 그렇게 반갑더라. 나는 그곳에서 혼자 사투리를 쓰는 아이였고 모든 게 너무 어색했거든.실내화 주머니라는 것도 이사오고 처음 쓰는 정도였으니까. 너랑 나랑은 다른 반이었어, 대신 바로 옆 반이었지. 원래 성격이 밝아서 그런지 넌 이때부터 친구가 굉장히 많았어. 우리 반에 있는 네 친구들을 나에게 소개시켜 줄 정도였으니까.

다니던 학원은 조그만한 동네 학원이라서,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다 같은 시간에 학원을 맞춰가고는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쌤도 엄청 힘들었겠네ㅋㅋㅋㅋ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원하는 시간 아무 때에나 학원을 가면 됐거든. 다른 애들이 중등반 대비를 한다고 학원을 빠져 나가고는 해도, 학원이 단지 집이 가까워서 다니던 너랑 나는 6학년 마지막까지 그 학원에 다녔었지. 마지막 날에는 학원 쌤이 떡볶이를 사주기도 했고.

6학년 때에는 내가 방과 후 수업을 듣느라 월요일에는 꼭 학원을 늦게 갔는데, 넌 운동장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다가 내가 방과 후가 끝나면 같이 학원에 가고는 했어. 그때는 마냥 학원에 혼자 가지 않아서 좋았었지. 너랑은 아파트도 같은 단지라 집도 같이 갔어. 수학여행 때는 우리 친한 친구들이랑 다 같이 으르렁 준비도 하고 그랬는데 그땐 정말 재밌었어. 아는 언니 오빠들 중학교 넥타이 빌려서 흰 셔츠에다가 메고 춤췄었지, 나름 교복이라면서 말이야. 그때 사진 보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

신기하게도 너랑 나랑은 같은 반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랬는데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조금 신기하기도 해. 학원을 맨날 가는 것도 아니였고말야. 그리고 어느새 너가 조금씩 좋아진 것도 사실이야. 넌 엄청 착하고, 재밌고, 늘 멋있었거든.

아쉽지만 너랑 나랑은 다른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어. 나는 학교 교칙이 조금 더 엄격했던 중학교에, 너는 교복이 예쁜걸로 유명한 중학교에 들어갔어.둘 다 학원도 그만뒀으니, 등교할 때 빼고는 만날 일도 거의 없었지. 아마 학교 가는 방향이 달랐으면 이것보다 조금밖에 만날 수 없었을 거야. 그래도 여전히 같이 놀고, 만우절엔 장난으로 페북에 연애중도 띄워놓고 그러면서 놀았지.

내 꿈은 막연한 디자이너였고, 너는 꽤나 예전부터 패션모델이었어. 그러다 어느새 2학년이 되고 너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어. 난 항상 같이했던 등굣길을 혼자 가게 되었고. 친구가 너만 있는건 아니지만, 너 없이 하는 등굣길은 처음이라 어색하더라. 어학 연수라 금방 돌아올줄 알았는데, 너가 아직까지 해외에 있을 줄은 이때의 나는 전혀 몰랐을 거야.

넌 해외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았어. 내가 기억하는걸로만 해도 벌써 필리핀, 러시아, 프랑스 이정도거든. 어학 공부만 하는줄 알았는데, 너가 러시아에서는 모델 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많이 놀랐어. 그때 우리는 중3이었으니, 꿈에 대해선 불확실한 시기잖아. 물론 네가 모델치고는 엄청 늦은 거라고 말 해주긴 했지만, 당시에 느끼는 느낌은 조금 달랐지. 어쨌든 넌 네 꿈에 진심이었어.
톡으로 같이 옷도 고르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눴던 너가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고 있었어.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는 처음에는 괜찮을 줄 알았지만, 결국엔 연락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 넌 국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서로의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제외하고선 근황을 아는 방법이 거의 없었잖아.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게 벌써 2~3년 전이네. 너가 모델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공식 계정 비스무리한 계정을 하나 팠고, 자연스럽게 친구들이랑 서로 연락하던 계정은 이제 거의 쓰지 않지. 물론 나도 너와 연락했던 계정은 거의 없애버렸고, 둘 다 페이스북도 계정을 없애버렸잖아. 그렇게 전화를 많이 하던 너였는데, 둘 다 전화번호도 바꿔서 이제는 전화도 못하고 말이야.

이때의 나는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 패션디자이너를 하려면 입시를 해야했고, 실기를 보기 위해서는 학원을 다녀야 했으니까. 네가 패션을 좋아했던게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었나봐. 나도 옷에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고 장래희망을 써서 내라는 종이에는 3년 내내 '패션디자이너' 단 하나였어. 매번 고맙게 생각해. 다른 친구들이 장래희망으로 골머리를 앓을때 난 고민해본적이 없으니까.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것 같아. 고등학교때 친구들도 정말 좋고 재밌었어. 너를 다시 만나는 날엔,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줄게.

물론 지금 당장이라도 연락을 할 수는 있어. 그런데 그렇고 싶지 않아. 언젠가는 생각이 또 바뀔까?

우리는 둘 다 너무 바빠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겨를이 없었어. 너는 해외에서 꽤 많은 런웨이를 했고, 브랜드 모델을 섰어. 어리지만 잡지에 실린 널 봤을때 너는 빛나고 있었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고 쇼에 섰던 너는 정말 멋졌어. 머릿결 상한다고 하지 않던 염색도 하고, 귀도 뚫은 너는 어쩌면 내가 알던 너가 아닐지도 몰라.

사실은 멋지게 살고 있는 너를 보면, 힘들고 지치던 순간도 잊고서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 이때의 나는 어쩌면 너를 존경하고 있었나봐. 좋아하는 감정과 존경하는 감정이 뒤섞이기 시작했어. 청춘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졸업식날에 짠 하고 나타난 첫사랑! 이런것도 있던데,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인가봐.

있지, 이번에 나는 국내에서 유명한 미대에 들어갔어. 물론 패션디자인과로 말이야.나는 이제 디자인을 배우고, 옷을 만들거야. 유학도 가게 될거고. 물론 쉬울거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아. 주변에 패션디자인과인 사람들이 조금 있거든.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ㅋㅋㅋㅋ 그래도 멋있는 과인것 같아. 물론 실습은 못하고 있지만.

처음 만났을때, 내 이름 특이해서 한 번에 외웠다고 너가 말 해줬던거 기억나?동명이인도 단 한번도 만나본 적 없다며. 사실 나도 그렇거든.너는 지금처럼 네 일을 열심히 해줘, 나는 내 이름을 걸고 꼭 유명한 디자이너가 될게. 그때 내 이름을 보고, 내가 만든 옷이라는걸 알아차려줘.

나중에 디자이너와 모델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