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동생

원쓰리2020.04.22
조회28,808

내가 공장에서 근무를 했는데 친한 동생이 있었어.
1살 동생이고 나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지.
얘가 좀 짜증을 많이 내고 직설적인 면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걸 할 말은 하는 용감한 성격이다. 멋있는 남자 로 착각했어
반면 난 동생한테 화를 낸적이 없고 착한 형으로 보이기 위해 늘 노력했어.
근데 그게 결국 만만하게 보이고 무시받는 지름길이더라...

한 1년 정도 일하다가 갑자기 내가 계속 하던 일이 없어져서 그 동생 일하던 자리에서 같이 일하게 됐는데 그때는 정말정말 좋았었는데 거기가 일이 정말 지옥이더라고 그 동생은 나보단 늦게 들어왔지만
그 자리에서는 프로수준이었고 난 귀찮게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상황이지.. 처음에는 친한 동생이라 순조롭게 잘 해나가나 싶었는데 첫날부터 걔가 아주 대차게 화를 내더라 내가 원래 처음 하는 일은 실수도 좀 하는 편이고 서툰 편인데 익숙해지면 진짜 장인급으로 하거든. 내가 맡게 된 일이
진짜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마지막 공정이었어가지고, 앞에서 실수하면 괜찮은데 내가 실수하면 그대로 나가니깐 진짜 회사가 난리나고 윗사람들 한테 대차게 혼나는 상황이었어.. 너무너무 부담되고 제일 힘든 일을 나 혼자 떠맡게 된거지..

그래서 동생이 일할 때 나한테 화내는 거 이해는 하면서도 좀 더 부드럽게 말할수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긴 들었었는데 좀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일하는 위치에는 3명 있는데 2명은 나한테 제품을 조립해서 전달만 하면 거의 끝이고 1명인 내가 그 제품을 다 검사하고 부품 끼우고(이거 안끼우면 ㅈ댐) 포장하고 처음하는 내가 제일 힘든걸 떠맡게 됐어.. 지금보면 참 웃기지.. 일을 2,3배로 많이 하는거야.. 물론 바쁠때는 동생이 좀 많이 도와주는 편이야(근데 그거가지고 엄청 유세떨고 기분 나쁠때마다 안 도와준다고 협박함)
그 2명은 조립만 하는데 계속 떠들고 중간중간 화장실 들락날락하는데 나는 너무 바빠서 손발이 쉴 틈도 없고 조금만 멈추면 갯수가 안 나온다고 욕 먹으니깐 열심히 했는데
내가 서툴고 일도 너무 어려워서 동생한테 많이 물어보고 의지도 했거든. 점점 동생은 본색을 드러내고 짜증내는 횟수도 많아지고 나는 그게 전부 다 내 잘못인 줄만 알고 항상 주눅들어서 사과만 했지..

그러다가 결국에는 폭발을 해버렸는데
내가 헷갈리는걸 확인차 물어봤는데 어제 얘기했는데 그걸 까먹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그 뒤로 또 다 들으라고 내 뒷담화 연설을 하는데 "저 형은 ~한 사람이다" 라는 말을 듣고 몹시 분개해서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어. 그게 처음으로 화낸건데 그러니까 가만있더라.
아마 놀랬겠지. 근데 그 뒤로 냉전이 이어져서 말도 안하고 있다가 동생이 뭘 떨어트린거야. 그래서 나는 화해도 할 겸 그걸 주워줬는데 걔가 알아서 줍는다면서 짜증을 냈는데 나는 또 폭발해서 왜 짜증내냐고 분노했어.. 그리고 얼마 뒤 나한테 한 다는 말이
앞으로 절대 형을 도와주지 않겠다 얘기도 안하겠다!
진짜 그때 가슴이 철렁했고 제일 상처받은 때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기분 나빠서 싸울 수도 있고 짜증도 날 수 있어. 하지만 한 두번 볼 사이도 아니고 계속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이자 친구처럼 소중한 동생한테 저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속상하고 가슴에 대못이 박힌거야
쇼크를 받아서 난 울기 직전이었고 아무말도 못했어.
그 뒤로 몇시간 지나고 동생이 미안했는지 갑자기 잘해주더라..
뭐 사과라고 생각하고 한번은 욱해서 실수한거구나 하고 예전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얼마안가 또 싸우게 됐어.. 그게 동생도 사람이라서 실수는 가끔씩 하거든. 나 도와주다가 작은 실수를 해서 그거 얘기해주는데 자기가 했다는 보장도 없는데 왜 나한테 뒤집어 쒸우냐면서 언성높이면서 화를 내더라. 내가 화내지 말고 좀 더 부드럽게 말하면 좋겠다고 하니까 화가 나는데 어떻게 부드럽게 말하냐고 화냄;; 누군 화 안나서 안 내는 줄 아나? 그리고 또 다시 두번 다시 얘기하지 말자고 손절선언 하더라.. 처음들었을때는 멘붕이었는데 두번 들으니까 정말 화가 나고 실망했지. 얘는 조금만 신경에 거슬리면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난 동생한테 마음을 닫음 그 뒤로 다시 아무일 없듯이 대함(사과는 안함)

진짜 절친한 동생이 원수되는거 한 순간이구나 싶어.
이거 말고도 진짜 억울한거 엄청 많은데

1. 내가 쌓아둔 빈 박스를 동생이 옮기는데 박스가 넘어져서 내가 맞을뻔함. 근데 내가 이상하게 쌓아서 그런거라고 단정짓고 소리지름.(괜찮냐고 걱정도 안함)

2. 나한테 혼내는게 습관화가 돼있음. 혼내고 나서 내가
사과를 하는데 그 뒤로 아무일 없던 것처럼 일하는데 뭘 잘했다고 당당하냐고 화냄;;

3. 감정적이라서 조금만 맘에 안들면 오만상 찌푸리고 입으로 욕하고 나를 자기 아랫사람으로 생각함

4. 일 관련 아닌걸로도 혼냄. ex)자기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말하는게 기분나쁘다, 그래가지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냐, 나잇값을 못한다 등등

5. 나중에 새로 들어온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도 실수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제품을 집어던질 뻔함

예전에는 내가 항상 잘못한 줄 알고 자존감도 낮아서 당하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진짜 동생이 나를 무시하고 하대하는 게 느껴져서 그 뒤로는 동생이 무례한 짓 할때마다 못참아서 소리지르고 싸움판 벌임
그러니까 얘도 점점 괜찮아지더라

근데 5번에 아저씨는 너무 착하신 분이라서 맨날 혼나기만 하다가 스트레스 받으셔서 화 한번 못내시고 그만두심 ㅠㅠ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다 읽어줘서 고마워
진짜 남들한테 너무 착하게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걸 그 동생 덕분에 깨달았고 부당한 상황에서 화내고 싸울수 있는 용기도 얻은 것 같아서 뭐 인생경험 한 것 같아. 내 잘못도 물론 있겠지만 절대 용서 할수 없는건 동생이 앞으로 다신 얘기하지 말자고 상처를 준거야. 그 말을 2번이나 했으니 그때부터 끝난거지

처음 써본 글이라 재미 없었을텐데 이거 읽은 사람들 모두 건강조심하고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