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난처합니다

ㅇㅇ2020.04.23
조회776
안녕하세요
결시친이 제일 핫하다길래 이쪽에서 글써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제목 그대로 저는 별거하고 있는 부모님 사이에서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저는 무남독녀 외동딸이고요
별거라는 상황도 따지고 보면 제가 만들어드렸어요
오랜 시간동안 봐왔는데 아빠의 폭력성은 없어지지 않더라구요

아빠가 폭력적이면 겉잡을 수 없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싸우고
아빠가 집어던지거나 부순 물건들을 나열하자면
접시,화분,창문,방문, 핸드폰, 장식도자기 등등..
단순하게 나열하니 되게 적어보이네요..

잘때 시끄러워서 깨어보니 부엌에서 부부싸움..
토요일에 학교끝나고 집에오니
동네 할머니가 계신데도 또 부부싸움
외가 식구들 다 놀러왔는데 난데없이 부부싸움..
고딩때는 지겹게 싸우길래 제가 이혼서류 구해다준 일등..
적어보니 다채롭네요



결정적으로 별거를 시키게 된(?)사건은 명절 전날인데요

여느 명절과 다름없이
아빠는 손 하나 까딱 안 하셨구요
다른 친척들은 명절 전날 오지도 않아요 명절 당일날 와요
그럼 명절 음식 누가 할까요?
저랑 엄마랑 다 맡아서 하는데
아빠는 누구도 잘 먹지 않는데 꼭 넣고 싶어하는 명절 음식이 있어요
그리고 늘 양이 부족하다며 타박이구요
그날도 어김없이 그런 날이었고
부모님이 투닥거리다가
이딴 성의없고 정성없는 음식 조상님께 드릴 수 없다며
다 완성된 음식 다 들고 나가 집 뒤에 있는 산에 내다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빠 편들지 않는다며 저한테 미친년이라고 욕하더라구요
하루에 대여섯시간 고생해도 인정 못 받는 짓
더 이상 하기 싫고
평생 그렇게 산 엄마도 더 이상 그렇게 살게 두기 싫어서
그 다음날 간단히 짐꾸려서 제 자취방에 엄마랑 올라왔습니다.

얼마간은 연락도 안 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제 자취방에 찾아왔습니다.
아침 7시고 8시고 오고 싶으면 옵니다.
잠에 깨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는거 진짜 소름끼치더라구요
그리고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행패 부리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요.
(긴 글이 될테니 간단히 말하자면 세 식구가 제 자취방에서 이틀간 있을때도 두 분이 싸워서 아빠가 소주병 깨고 핸드폰 던져 깨고 하던 일이 있었습니다. )


엄마는 그 이후로 아빠 딱 한번만나서
더 이상 볼일 없고. 더 이상 찾아오지말고 연락도 하지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단호하게 말하라고 하기도 했구요.


제가 괴로운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그런데 저는 딸이잖아요.
부모님 사이는 틀어지고 안 보면 그만이지만
저는 어쨋든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엄마도 아빠도 다 부양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요

그런데 아빠는 저를 엄마 설득하는 도구로만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대꾸를 안 하니까 연락이 엄마한테 안 와요
그리고 가끔 연락해서 저한테 불쌍한 척을 해요
이렇게 되고 나니 의욕이 안 생겨 뭘 하고 싶지가 않다
음식을 할 줄 몰라 컵라면으로 간신히 끼니만 때운다
계란도 이제 지겹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제사나 명절 전에 꼭 연락이 옵니다.
네. 필요한거죠. 음식 차려내는 아내 혹은 딸이.

사실은 이번주에도 아빠를 만났어요
너는 아빠엄마가 나이 먹었는데 헤어지길 바라녜요
저는 솔직히 헤어지든말든 상관 없습니다
두 분 사이에서 충분히 불행했고
겪지 말아야 할 일 많이 겪어서요
너는 중간에서 왜 설득을 못하냐고해서
20년 넘게 산 부부관계를 왜 내가 어째야하냐고 말했네요
저는 계속 이런 입장이라고 말해왔는데도
본인 하고싶은 말만 하구요..

엄마는 확실히 합칠 의사가 없으십니다.
그런데 서류정리를 왜 안하냐고 물으니
그 인간 꼴보기 싫어서 안 하신다고...
그럼 중간에서 시달리는 저는 뭔가 싶고..

쓰다보니 하소연처럼 되어버렸는데
제가 여기서 더 이상 뭘해야할까요?
부모는 제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더 불행하기도 싫고 불행이라 생각하기도 싫은데
한번씩 아빠가 저에게 엄마를 설득하라는 식으로 나올때면
아무리 부모라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요
암튼 인생 선배님들 고견 기다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에 제가 답댓 쓸 일은 없습니다.
차라리 추가글을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