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남편에게 서운합니다.

마음2020.04.29
조회24,902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는 받고 싶은데 남편 하소연이라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기가 어렵네요.

이래서 많은 분들이 온라인상에 고민을 털어놓나봐요.

 

아기를 낳고 빠르게 몇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기는 금방 크고 하루하루 반응이 달라 힘들지만 예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실제로 예뻐하는 정도가 80이라면 100을 채우고자 억지로라도 더 정을 주고 놀아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자신이 있는 편이었고 결혼생활을 통해서 나름 인내심이 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힘듭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100일 즈음만 하더라도 남편에 대한 불만히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게는 그러지 않으나 타인에게 살갑지 않은 성격 탓인지 아이를 도통 예뻐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더군요.

아이가 태어나면 제게 하는 것처럼 할 줄 알았지 옆집아저씨처럼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육아에 노력하지 않으면 몇 개하는 집안일이라도 손이 안가게 해줬으면 하는데 신혼 때 곧잘 했던 일들도 점점 더 대충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많은 아내 분들의 불만인 결국 손을 한번 더 대게 하는거죠..ㅎㅎ

성격상 보통 이런 불만들을 남편한테 표현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이구요.

쌓이고 쌓이다 표정에서 드러나고 싫은 말이 나온 적이 두세번 있었으나 언쟁에서 본전도 못 찾습니다.

 육아에 대한 언쟁을 떠나 다른 언쟁이 생겨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냥 제가 입을 다뭅니다.

정신적으로 말라 죽을 것 같아서요.

어쨋든 최근에는 그냥 맘을 비웠습니다.

내가 손이 더 가더라도 그냥 하는대로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어째 아기 낳고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지네요..ㅎㅎ

그나마 최근에는 아이랑 점점 정을 쌓으려 노력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굉장히 바쁩니다.

새벽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구요.

그래서 평일에는 집안일 거의 제로에 아기도 거의 못 봅니다.

아빠 못 보는 애기 생각하면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워낙 바쁜지라 평일에 집안일하지 않는 것은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심란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기가 유난히 힘들게 한 날이기도 했고 저도 컨디션이 안 좋은게 겹쳐 남편 퇴근하는 여덟시 즘에도 아기목욕 뒷정리도 못하고 어지러진 상태로 수유 중이었습니다.

남편이 제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고 목욕 뒷정리를 하고 아기를 재워준 후 같이 저녁식사를 하였고, 남편은 제게 쉬라고 하지만 할 일은 제 눈에만 보이나 봅니다.

마무리하고 누워있는데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게워내지는 못하고 나왔고 남편이 토했냐 묻길래 속은 안 좋지만 하지 않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스트레스때문에 그런 것 같아 잠을 좀 푹 자고 싶어서 남편이 작은 방으로 가서 자기로 하였고 속이 계속 좋지 않아 뒤척이고 있었습니다.한시 반 즘 되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엉엉 울면서 깨는 바람에 이삼십분 가량 안고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근육소염제랑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허벅지 허리 팔꿈치 손가락 안 욱신거리는 데가 없었습니다.

속은 계속 안 좋은데 달래느라 쉬지않고 쉬쉬 소리를 내니 헛구역질이 올라오면서 갑자기 서러워 눈물이 나더군요.

아기가 이렇게 큰소리로 울고, 내가 몸이 안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신 해주겠다고 한번을 나와보지 않고 방에 있는 남편이 너무 야속했습니다. 

본인 아플 때는 케어받는 거 좋아하면서 너무 배려라는 것도 없는 사람같고 내 딴엔 일하는 사람 생각해서 점점 더 내가 끌어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러면 본인도 내 생각을 좀 해줘야 할텐데 점점 놓아버리는게 보이니 또 화가 나고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별 생각이 꼬아서 다 듭니다.

지난 날의 서운함까지 확 밀려들어옵니다.

 

저는 요즘 세상에는 돈도 같이 벌고 살림도 같이 육아도 같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복직을 해도 많은 일들이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아서 둘째는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현재는 친정엄마가  아이를 같이 봐주시고 아이도 크게 예민한 아이도 아닌데 저는 왜 이렇게 하루가 바쁠까요

지금 제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괜히 바쁘고 힘든 남편 탓을 하는 걸까요

저도 굉장히 바쁘게,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라 남편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하는데 가끔씩 원망이 솟구칩니다.

 

아이를 낳은 것은 후회하지 않는데 이 사람과의 아이를 가진 것이 잘한 일인가 싶습니다.

출산 전에는 삶의 만족도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점점 바닥을 향해 내려가네요.

 

다른 부부들은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 저와 같은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잘못됐다는 충고도 좋으니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