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1년. 우울증 남편이 이혼하자네요..

ㅇㄹ2020.04.30
조회14,969
안녕하세요..
결혼한지 막 1년이 된 여자입니다
밤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얘기를 듣고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판에 왔네요
어디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죽을것 같아서요...

남편과는 6년전 대학생 때 만나 5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잘 맞았고, 제 성격상 잘 맞춰주는 편이라 싸움도 없었구요.
남편 처음 만나자마자 저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누가 봐도 좋은 커플이었습니다.


일단 남편은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하셔서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에 반해 굉장히 반듯하게 잘 자랐구요.
하지만 안으로는 상처가 너무 깊었나봐요..
어쨌든 남편은 어머니 아버지쪽 다 왕래하며 비교적 잘 지내왔어요.
반대로 저는 부모님과 어려움 없이 정말 평탄한 인생을 잘 자라왔습니다.
저는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 집안 환경은 내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결혼도 결정하게 된거구요.


사귄지 3년차정도 되었을 때였나.. 남편이(그땐남친) 저몰래 보증을 서고 돈을 잘못 빌려주고 돈 몇천만원을 빚졌을 때에도 너무 충격받았지만 잘 토닥여주고 내가 계속 옆에 있겠다고 위로해주며 위기를 넘겼어요.
저는 그만큼 남편이라는 사람을 믿었어요.
그 이후에 남편은 빚도 착실하게 다 갚았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잘해주었던 사람이었구요.


근데 그때쯤부터 남편에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아니 사실은 나중에 들어보니 어렸을 때부터 계속된 안에 내재되어있던 우울증이 겉으로까지 드러나 인식하게 된거였죠.
병원에 꾸준히 다니며 약을 계속 먹었습니다.(현재까지도요)
그때부터 남편은 약간 예민해지고 죽고싶다는 말을 하고 그래도 그때뿐이고 저에게 여전히 다정했습니다. 너무 잘 맞았고 행복했구요.
그리고 남편이 저에게 청혼했습니다.
연애 5년차. 결혼하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 결혼 1년차.
1년동안 남편의 우울증은 계속되었지만 잘 토닥이며 버텨왔어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남편이 어젯밤 그동안 말을 못했다며 울면서 힘들게 말을 꺼냈습니다. 이혼하고싶다구요.
제가 어제 남편에게 왜 먼저 안아주지도 손 잡아주지도 않냐는 얘기를 꺼냈었어요.
문득 어제 생각해보니 항상 제가 먼저 다가가고 했던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했더니 남편은 길고 긴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다며 시작했습니다.


연애때부터 항상 나에게 미안했다. 항상 죄책감이 들었고, 결혼하면 안정되어서 나도 괜찮아질줄 알았다.
항상 다독여주고 착하고 다 이해해주는 너라서 책임져야하고 미안하고 갚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결혼하면 남들처럼 괜찮겠지 했지만 오히려 결혼이라는 족쇄가 나를 옭아와서 죽고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올해초 집에 혼자 있는데 어떻게하면 너에게 안 들키고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검색하고 실행에 옮기려고까지 한 적도 있다.
나 너무 살고싶다.
너는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고 너를 좋아하지만, 사실 너를 여자로써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결혼은 정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점점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나는 채워줄 수 없는게 미안하다.
지금 이 결혼이라는 족쇄에서 풀어나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 너무나도 살고싶다. 죽고싶지 않다.
너로 인해 위로 받은 것도 많고 살게끔 해준 것도 맞지만 나는 결혼이란 걸 하지 말았어야했다.


대충 이런 말을 하며 남편은 펑펑 울었습니다.
너무너무 충격을 받아서 손이 떨리고 숨을 못쉬고 미친사람처럼 부정하고 더듬고 울었습니다.
저는 이혼할수 없다고 했어요.
저는 남편을 꽤 많이 의지하고 있고 남편 없이 산다는건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남편에게 그랬어요.

1년이든 2년이든 이혼만 하지말자. 연락 안하고 따로 살고 너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다가 돌아와라. 기다린다는 것조차 족쇄같을 거 알지만 나는 못하겠다.
그리고 나는 그렇다치는데 우리 부모님한테 절대 말 못하겠다.. 우리 부모님한테만은 제발 비밀로 하자.
방법을 생각해보자


남편은 한살이라도 어릴때 너를 위해 이혼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오랜시간 생각했다.라고 하더군요
제가 싫어서 이혼하는게 아니니 얼굴 안보고 살것도 아니고 가끔 만날수도 있고 친구처럼 지내자더군요.

일단은 억지로 진행하려는 게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거니 차차 앞으로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지금 저는 머리만 대면 자던 제가 잠이 안와 밤을 꼴딱 새고 지금 새벽 6시 반이 되었네요.

정말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누가 봐도 싸운적 없고 저희 사이도 너무 좋았어요.
물론 잠자리는 한달에 한번 뿐이었고 우울증약 때문에 성욕이 줄었다고 해서 넘어갔습니다.(참고로 남편은 절대 저에게 떳떳하지 못할 행동할 사람은 아닙니다)

남편은 약기운에 잠들었고 경기를 일으키며 이혼은 안된다고 했었던 저는 밤새 생각했습니다.
이혼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우리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릴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사나
이혼을 하지 않으면 또 어떻게 사나


머리가 복잡합니다..
해결책을 달라는 글은 아니에요..
어차피 남편은 절벽 끝까지 본인의 몸을 내던지기 직전이고, 저는 남편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이혼을 하든....이혼한 사람처럼 살아가며 돌아오길 기다리든..
기다리는게 제가 더 피말릴 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 정말 착하게 살았고 살면서 평탄하게 힘든일 없이 고비 없이 살아왔습니다.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지
저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너무 힘들어요

위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