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앞서 미리 푸는 소름돋는 썰

소름썰쟁이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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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갑자기 더워졌다가 또 비가 와서 무서운 얘기 하기 좋은 날씨라 글씀. 前여친이 겪은 일을 前여친 본인한테 들었던건데, 지금은 헤어지고 여친이 없으니 음슴체로 하겠음.


여친이 2학기 금욜 강의가 끝나고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니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급식친구들은 수업이 안 끝나 인적이 드문 오후 2시였다고 함.

여친이 사는 동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못보던 아저씨가 담배를 피고 있었음. 방금 피기 시작한건지 담배가 길었다고 함. 여친은 비흡연자라 담배냄새를 엄청 싫어했음. 그래서 담배 긴거보고 '빨리  가서 엘베타면 같이 안 타고, 담배냄새도 덜 맡겠구나' 하는 생각에 숨참고 빠르게 걸어서 아저씨 앞을 지나갔다고 함.

그런데 갑자기 '저 아저씨가 흡연구역이나 구석가서 펴야지 왜 입구에서 펴서 내가 숨참고 빨리 걸어야 하는거지?'하고 짜증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힐끗 쳐다봤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고 함.

 소름 돋는거는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서 눈이 마주친거였으면 여친이 갑자기 빠르게 걸어오니까 부딪힐까봐 피하려고 봤으려니 하겠는데, 머리는 아파트 입구 앞에 주차장쪽 향해있는데 눈길로만 여친을 봤다는거임.

그 때 소름이 쫘악 돋으면서 느낌이 딱 쎄했다고 함.

여친이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라 엘베가 2개였는데 왼쪽은 짝수층, 오른쪽은 홀수층이었고 짝수층 엘베 왼쪽에 계단이 있었음. 대충 (6호-5호-4호-계단-짝수-홀수-3호-2호-1호) 이런식임.
여친이 현관에 들어섰을때 엘베 둘 다 1층에 있었다고 함.

 그래서 여친이 빨리 타고 올라가야지 하는데 뒤에서 사람이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나는 거임. 돌아보니 아까 담배피던 아저씨가 올라오는거ㄷㄷ 여친이 방금 아저씨 지나 계단 4칸 올라와서 현관 들어섰는데, 바로 뒤따라 올라오는거임. 무슨 고래허파가 아닌 이상 방금 꺼낸 담배를 그렇게 빨리 필 수가 없음. 여친 들어가는거 보고 피던 담배 버리고 쫓아온거임.

여친은 점점 느낌이 쎄해졌지만 대낮인데 자기가 과잉반응하는걸까 싶어서 소리지르는 대신에 평소 안 읽던 주민게시판? 아파트 공지 붙여놓는 게시판 읽으면서 아저씨가 올라가기를 기다렸음.

근데 엘베 둘 다 1층에 있는데 아저씨가 엘베 사이에서 뒷짐지고 짝다리 짚고 서서 엘베 사이에 걸려있는 거울로 쳐다보고 있는거임.

 그때 여친이 '와 이건 진짜다 어쩌지' 하고 머리가 핑 하얘지는데 엄청난 긴장감 때문인지 쿨타임이 다 찬건지 눈치도 없이 배에서 3일만에 응가가 준비되서 일분일초가 급하다는 신호가 왔다고 함 상가화장실은 멀기도 하고 쓰기도 싫어서 여친은 결국 돌아서 나갈 수도 없고, 순순히 올라갈 수도 없는 위기상황에 처했음.

그런데 사람이 급하면 머리가 엄청 잘돌아가게 되나봄. 갑자기 새하얗던 머리속에서 딱 '내가 우편물을 확인하면 저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탈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함.

 그리고 우편함을 눈으로 스캔하기 시작했음. 여친은 604호 살았는데 그 날따라 다들 부지런히 우편물을 찾아간건지, 우체부 아저씨가 아직 안 온건지 우편함은 텅텅 비어있었고 1004호에만 우편물이 꽂혀있었다고 함.

 좀 더 높은 층이었으면 안전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여친은 1004호 우편물을 자기 우편물인 것처럼 어디서 온건가 확인하면서 천천히 엘베로 걸어가니까 그때서야 아저씨가 엘레베이터 홀수층을 타고 버튼을 눌렀는데, 버튼누르면 소리 나는 엘리베이터라 밖에서도 알 수 있었는데 '9층' 소리가 남.

여친이 10층 우편물 확인하는거 보고 9층으로 가는거임... 그거 보고서 인터넷에서 읽었던 어떤 싸이코가 6층이면 바로 밑에 5층 누르고, 5층에서 내릴때 웃으면서 칼들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는 괴담있잖슴? 그게 막 뇌에서 재생됐다고 함. 너무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릴뻔했다고 함.

엘베 문이 닫히자마자 여친은 우편물 다시 1004호에 꽂아넣고, 짝수층 엘베로 뛰어가서 6층 누르고 닫힘버튼 연타했다고 함. 쥐죽은듯 조용한 엘베 안에서 여친이 탄 엘베가 5층일때, 옆에서 아저씨가 탄 엘베가 9층에 도착했는지 '9층입니다' 안내하는 소리 나고 슈우웅 문열리는 소리가 났다고 함. 그리고 여친이 탄 엘리베이터도 6층에 도착해서 스르륵 천천히 멈추고 있었음.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짝수층 엘베 왼쪽이 계단이라 여친이 엘베 타고 올라갈때면 4층 사는 초딩들이 엘베가 올라갔다 내려오는거 못 기다리고 1층까지 우다다다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는 소리가 6층에서 내릴때까지 들린다고 함.

그런데 6층입니다 하고 엘베 문 열리는데 위에서 사람이 두다다다다 뛰어서 내려오는 소리가 나는거임. 애들이 뛰면서 나는 우다다 소리가 아니라 성인이 뛰면 나는 그 두다다다 하며 아파트가 울리는 소리;;

여친은 엘베 열리자마자 집인 604호로 뛰는데 구조가 엘베에서 내리고 계단을 가로질러야됨. 그런데 발소리가 벌써 7층까지 옴. 뒤돌아보면 아저씨랑 눈 마주치거나 잡힐거 같아서 여친은 뒤에 쳐다도 못 봤다고 함. 집은 다행히 도어락이라 열쇠를 떨어트리고 그런거 없이 비밀번호 치고 들어가서 문을 쾅 닫았음.

도어락이라서 문 다시 잠길때까지 손잡이 꽉 붙잡고 있었는데, 그 몇 초 동안 발소리는 계단을 다 내려와서 문앞까지 달려왔음. 띠리링 하고 문 잠기자마자 문앞에서 쿵! 하는 소리랑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남.

여친이 발소리라도 내면 아저씨가 문을 미친듯이 두드릴까봐 무서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손잡이만 꽉 붙잡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함. 어디로 가는 발소리도 안 들렸으니까 문 앞에 서있는게 분명했음. 1초 1초가 너무 길게 느껴지던 그 때 핸드폰으로 부우웅 하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옴.

정황상 문 앞에 서있는 아저씨가 보낸 문자인게 확실함. 여친은 어떻게 자기 번호를 알아내서 문자를 보내는건지 무서우면서도 대체 자기한테 왜 이러는지 너무 궁금해서 보게됐는데 거기에는 여친집 현관문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써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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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목요일 저녁에 주문한 물건이 금요일 낮에 도착하다니 로켓배송 배송속도 실화냐? 진짜 쿠팡은 전설이다. 쿠팡에서 이 기획으로 광고만들면 가슴이 웅장해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