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의 자녀로 산다는건..

ㅇㅇ2020.05.03
조회46,063
안녕하세요. 판을 자주 보는 사람입니다.

그냥... 신세한탄 하고싶어서 글 남깁니다.

제 주변 지인들중에선 이혼가정은 없어서.. 항상 그분들께 얘기 한다고 해도 위로 아닌 위로는 해주지만 그들도 힘들거란걸 알기에.. 그냥 일방적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여기를 선택했어요. (모든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힘들진 않을 거에요. 저도 특수한(?) 상황이라 힘들어서 글이라도 써봅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부모님들이 이혼하시고, 고2,3때는 외할아버지네서 지내다가 대학교때 타지에서 혼자 지냈어요. 거의 6년정도가 지나서야 다시 엄마와 살게 되었습니다. 8년이란 시간... 성인기에 접어들어 설 때쯤 혼자 살다보니 저만의 가치관과 생활습관이 생겨, 처음 엄마와 살게 되었을때 거의 매일 싸웠습니다.

참고로 엄마아빠가 이혼하신 후, 저와 저희 오빠의 학비와 생활비는 다 엄마가 장사해서 내주셨어요. 아빠는 이혼 후 한번도 양육비나 생활비를 보내준적이 없데요. 그래서 저는 항상 엄마한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지금까지 왔는데,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로 엄마가 아빠와 다시 합치게 되었어요.
사실 외가쪽이 여유로운 쪽에 속하는 집안이었는데, 사기를 당해서 엄마가 받고있던 지원도 다 끊겼어요.
그래서 엄마 혼자서는 우리에게 짐만 될 것 같다며, 너무 힘들다고 아빠와 합쳐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현재 한 집에서 각방을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빠는 따로 살고 있구요.
이 집도 문제가 많아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은데 그 부분은 아빠가 도맡아서 진행중이세요.

근데 저는 아빠가 너무 싫습니다. 끔찍하게 싫어요.
그냥 저한테 말도 안걸고 저 좀 내버려두면 좋겠는데, 자꾸 말을 걸어요.
8년 따로 살던 엄마랑도 맞추는데 힘들었는데, 아빠는 그거보다 더 싫습니다. 본인 고집만 피우시네요. 정말 고집이 엄청 세요. 제가 먹으려고 사다놓은 음식도 본인이 다 먹어버려요. 진짜 식탐이 엄청 생겨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너무 더러워요 정말.

저 어렸을때 같이 살때도 아빠와의 기억은 안좋은 기억 밖에 없습니다. 항상 주말에 같이 놀러가자고 했을때도 컴퓨터만 하고 앉아있던 사람이고, 그냥 정말 가부장적이고, 게으르고 능력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저 아빠라는 사람이 너무 싫어요. 끔찍할만큼.. 아빠같은 사람 만날까봐 결혼하기 두렵고 싫습니다.

근데 엄마는 너무 좋아요. 저희 엄마는 너무 연약하고 착하고 저랑 오빠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아빠랑 같이 살게 된것 도, 엄마 늙었을때 우리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어요.. 엄마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곤 아빠뿐이라..(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남매들끼리는 서로 틀어져서 안봅니다.) 그런 엄마가 너무 짠하고 맘이 아파요. 저한테 기대도 되는데.. 제가 그 정도 능력도 없는 딸이라 가끔 그것도 너무 슬픈 현실이네요.
저는 평생 엄마를 지켜주고싶은데, 결혼 안하고 그냥 엄마랑 둘이 살면 되는데.. 근데 자꾸 현실이 가로 막아요..


부부의 세계 보면 아들 욕하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그 아들한테 감정이입을 합니다.
대체 왜 우리 부모는 이혼을 해서.. 내가 하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왜 하필 우리집일까.. 저희 부모님도, 엄마도 그냥 평범한 엄마고 부모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오늘 예고편을 보니 '이렇게 다시 합칠거면 왜 이혼했어?' 라는 대사가 나오더라구요. 뭔가 머리가 띵해졌었습니다..

못살아도 좋으니 화목한 가족이었으면 좋겠는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싶기도 해요. 분명.. 정신적으로 뭔가 건강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집을 나가서 살자니 엄마가 너무 눈에 밟힙니다. 오빠랑 저때문에 짐 되기 싫다고 이 나이까지 힘들게 일도 하는데.. 엄마를 혼자 두고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비슷한 다른글을 봤더니 엄마가 선택한 인생이니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써주신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제 눈에 엄마는 너무 여리고 착한사람이라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저랑 오빠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온 사람인데.. 엄마라고 다 강인하다거나 자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건 아니니까요.
하.. 제가 썼지만 해결책은 없네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들이었지만 그냥 정말 얘기만이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글로 써보고나니 좀.. 아주 쪼끔은 괜찮아 진 것 같습니다.

신세 한탄용으로 쓴 글이라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읽어주신분이 있다면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두서 없이 쓴글이라 이해하기 힘든부분이 있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