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너에게 해주고싶은말

ㅇㄴㅇㄴ2020.05.03
조회492
안녕 오빠 잘 지내고있어? 벌써 2년하고도 10개월이나 지났어 신기해. 시간은 빠르면서도 느리고 느리면서도 빨라. 25살이던 오빠는 이제 28살이 됬을거고 23살이던 나는 어느새 그때 오빠 나이를 넘어 이제 26살이고. 이러니까 정말 실감나네.

그동안 이글을 올릴까 말까하는 긴긴 고민을 했어. 오글거리기도했고. 수천번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그래도 올려본다. 혹여 sns를 즐기지않는 오빠가 지나치다 이글을 볼까봐.

우리는 봄에 만났지. 그 날 오빠를 만나러 가는길에 만개했던 개나리를 난 아직도 기억해. 그렇게 꽃이 가득하게 핀 날. 생긴건 아메리카노를 수도없이 들이킬것같이 생겨서는 달디단 아이스티를 끊임없이 들이키는 오빠를 보며 참 신기했던게 기억난다. 내 말을 가만가만 들어주던 오빠에게 나는 참 많은 말을 했던 것 같아. 집에와서 보니 난 높은 굽을 신은 발목보다 목이 정말 많이 아팠거든. 그래도 그 가만히 들어주던 얼굴이 너무 좋았어. 내 말을 들어주던 오빠가 정말 어른같았고 안정감이 느껴졌었거든.

음. 사겼던 시간,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는 이제 더이상 쓸모없는거겠지. 나는 나대로, 오빠는 오빠대로 서로에게 상처주었고 서로에게 위로받았어. 그래도 그러면서, 그 시간을 거쳐가면서 오빠가 점점 나는 좋아졌어. 근데...오빠는 아니였나봐. 언제쯤인지 오빠가 점점 차가워졌을때, 내가 화를 내도 달래주지않을 때, 어디를 가도 내 손을 느슨하게 잡는걸 알았을 때, 내가 화를 내거나 삐지면 얼굴에 체념과 짜증, 그 오묘한 표정이 스쳐갈 때, 더 이상 나와 가고싶다는 곳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 오빠를 원망했어.

그때부터 난 미쳤던 것 같다. 마음이 변할수도 있다는게. 사랑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걸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고 힘들었거든. 변한 오빠에게 표현을 바라며, 제발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타하던 내 모습 , 그런데도 자존심은 있어서 바라는건 많던 나는 사실 지금 생각하면 꼴불견이었던 것 같아. 오빠의 사랑을 기다리던 나는 지쳐서 시들어갔던 것 같다. 오빠가 좋았다던 밝은 표정도, 시든 꽃처럼 메말라갔어...창피한줄도 모르고 신촌의 어느 사람많은 카페에서 제발 날 사랑해달라며 엉엉 울던 나를 보고 오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오빠가 잊혀지질않아. 집에 있던 볶음밥을 가득 들고 오빠자취방에 갔던 날, 고맙다며 안아주는 오빠의 품이 이상하게 차가웠어. 돌아서던 나는 마음이 스산했고. 이게 여자 촉이였나. 그게 마지막이였어. 오빠를 본. 그 후에 우리는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해서 시간을 가지기로했고 결국은 헤어졌지. 사실 사소한 다툼이 아니라 오빠도 쌓였던게 터진거겠지. 그땐 몰랐지만,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젠 알아. 그래 오빠도 정말 노력했어. 헤어지기 전의 몇달동안 나를 사랑하려 노력하는 오빠를 나는 알고있었어. 내가 마음이 제일 힘들때 나를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오빠를 알고있어서,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오빠를 원망하지는 않기로 했어.

그래,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오빠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한편으로는 오지 않을 것같아서 다음주쯤에 연락해봐야지라고 난 생각했었다. 근데 헤어진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오빠와 했던 비트윈에 들어갔는데 어....오빠 탈퇴했더라. 몰랐는데 한사람이 탈퇴하면 남은 사람도 남은 메세지, 사진들을 볼수가 없게 되더라. 그만큼 잔인한 어플은 세상에 없을거야. 난 딱 죽지않을만큼만 울었어. 그리고 그날 새벽 울다 지쳐 잠든지 15분만에 오빠 전화를 받고 난 정말 죽고싶었다. 지금도 궁금해. 대체 왜 전화했는지. 다음날 아침이면 후회할걸 왜 전화했는지. 나는 그 밤을 꼴딱 새웠어. 잠들지못했어. 그리고 다음날 미안하다는 오빠 말에 또다시 무너졌었지. 그 날과 우리가 헤어진 날은 아마 평생 잊지못할것같아. 내 평생 그렇게 운 건 처음이였거든.

참 많이 힘들었었어. 잠을 자면 1시간에 한번씩 소리를 지르며 깼다. 꿈에는 오빠가 나왔지. 여러모습으로. 울기도 참 많이 울었고 밥도 아예 먹지 못했어. 밥을 보기만해도 눈물이 났어. 우리가 마주앉아 먹던 음식들이 생각나서. 집밖으로도 나갈 수가 없었어. 밖에는 행복했던 우리 모습이 가득했거든. 술을 마시면 혹시 전화를 하게 될까 무서워 술도 마시지 못했고(믿어져??나처럼 술을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3주넘게 못마셨다니까) 내 방에 들어가면 오빠가 준 편지 인형 선물을 마주칠까 두려워 내 방에도 들어가지못하고 거실에만 있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나는 멍하게 시간을 보냈어.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았어. 아마 내 감정이 그때 그랬던것같아. 난 아직도 오빠와 헤어지고 두어달의 기억이 괴롭다. 밖에 없어.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밖에도 나가지못하고 밥도 먹지못하고 방에도 들어가지못하고 거실 땅바닥에서 하루종일 울다 멍때리다 또 울다 지쳐 잠들다가 소스라치며 깨어나며 말라가는 큰 딸을 보다 못해 어느날 우리 엄마가 날 끌고 생선구이집을 데려갔어ㅎㅎ어지간히 속이 끓었던 것 같아, 우리 엄마. 뚝뚝 눈물을 흘리는 내 눈을 닦아주며 흰쌀밥 위에 큼직한 생선구이조각을 퍽퍽 얹어주며 엄마가 말했어. 그사람 가면 더 좋은놈온다. 또 그 좋은 놈 가면 더 좋은 놈 온다. 오는걸 잡으려면 너는 살아야한다. 먹어라.

엄마를 봐서, 아빠를 봐서, 나는 정신을 차리기로했어. 차린 척이라도 해야했어. 바쁘게 살기로 했어. 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지역에서 내가 바라던 모든조건에 맞는 좋은곳에서 일하고있어. 벌써 사회생활 3년차야ㅎㅎ그리고..... 엄마 말대로 좋은 사람을 만났어. 오빠만큼 좋은 사람이야. 오빠랑 헤어지고 얼마안되어서 만난 사람인데, 묵묵하게 힘들어하던 날 지켜주고 기다려줬어. 날 너무 좋아해줘ㅎㅎ나 이사람이랑 있으면 완전 공주님이 된 것 같아. 쥐면 터질까 잡으면 부서질까 완전 공주취급해. 배려도 많이해주고 많이 아껴줘. 한결같이. 변하지 않을 같이. 그만큼 좋은사람이야. 오빠가 마지막에 말했지. 나를 사랑해주는 좋은 사람만나서 행복하라고. 나는 이제 조금씩 행복해지고있고 점점 오빠가 더 좋은기억으로 남고있어.

참 미련하기도 하지. 그렇게 내 손을 매몰차게 놓은 오빠를 미워하지 못하는 게. 근데 우리 만났던 시간의 내가 너무 예뻤어서, 그리고 내가 아는 오빠는 너무 좋은 사람이였기 때문에 도저히 미워할수가없다. 어휴...

오빠, 이제서야 너무 아파서 전하지못했던 말을 한다. 너무 아팠던 나를 추스리고 이 말을 하는데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 이 글이 흘러흘러 오빠가 이 글을 보면 무슨생각을 하려나. 오빠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할것같기도하고. 어쨌든.

오빠, 오빠는 참 멋진사람이고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또 대단한 사람이야. 오빠는 늘 오빠를 낮췄지만 내눈엔 제일 멋있게 빛났었어. 진짜 많이 사랑했어. 웃을때 접히던 고운 눈을. 유난히도 예뻤던 코를. 여자손처럼 길고 고왔던 손과 맨날 스트레스받아하던 살짝나온배도. 또 나를 안아주던 듬직한 품도, 무뚝뚝하지만 이따금씩 하는 실없는 장난도. 깔끔한 성격도. 그리고 알게모르게 상대를 배려해주는 그 착한 마음을 제일 사랑했어.

내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해서 오빠에게 상처입힌 모든 시간을 이제서야 사과한다. 참 돌고돌아 가는 사과다ㅋㅋㅋ

오빠 나는 이제 오빠를 미련없이 놓아줄 준비가 된 것 같아. 내옆의 이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끝난것같아. 오빠보다 더더 사랑할거고 그때보다 더더 행복해질거야. 그리고... 여태 놓지못하고 꼭 쥐고있었는데 이제는 놓아줄게. 이제는 그러니까.. 오빠도 행복해져. 이말이 해주고싶었어. 이제 난 오빠가 밉지도 원망스럽지도 그립지도 않다. 그러니까 우리 나중에 길가다 마주치면 안녕도 하지말고 모르는 사이로 스쳐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