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갑질하는 친정엄마

ww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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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하소연 입니다. 그냥 그동안 힘들었다구요.엄마한테 모진소리하고 나면 그렇게들 속이 쓰리다는데저는 드디어 엄마의 답정너에서 벗어나 할말 다 하고 이제 열흘짼데...살면서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것 같습니다.나쁜년 욕먹는것도 각오했고, 그러거나 말거나.. 인데..그래도 부모님 돌아가시면 남는거라곤 형제들인데 그 형제들 조차 절 쌈닭으로 모는거 보니하.. 정말 인생 허망하네요. 이제 진짜 제 가족은 제 신랑 뿐인가 봅니다.
흔한 얘깁니다. 제법 괜찮은 대학 나와서 괜찮은 회사에서 돈 잘 벌던 아빠가사업병 걸려서 회사 때려쳤고, 엄마도 사모님 소리 듣고 싶다며 동조했죠.그러나 IMF 터졌고, 그 이후로도 사업병 때문에 누구 밑에서 일 못한다, 구멍가게 못한다..그러는 동안 2남 1녀, 저는 장녀였고 밑으로 딸린 두 남동생까지..아버지 형제자매.. 우리의 고모, 큰아빠들 아니었으면 교복이나 제대로 사입었을까요..그런 집에서 장녀로 살았습니다.
제가 머리가 좀 크고.. 중학교 졸업할때쯤 부터엄마는 저를 앉혀두고 아버지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남동생들은 말해줘도 이해를 못한다, 저것들도 남자라고 지 아버지 편만 들거다.대충 이런 논리로...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을 저 혼자 감내하고 살았습니다.그리고 그 대화의 끝은 대부분 살기 힘들어서 니 아빠랑 안살란다. 이혼할거다...어린 나이에는 그게 너무 충격이라 그러지 말라며, 엄마 힘들면 내가 도와주겠다며한창 공부해야할 나이에 엄마는 방에 누워서 티비 보는 동안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그러는 동안 간간히 일이 있어도 집에서 놀던 아빠는단 한번도 도와준 적이 없었습니다. 오래돼서 부서진 수납장 버리는 일도 제가 했어요.그때 아빠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졸고 있었구요.
심지어 중학교 3학년 이후로 그놈의 돈 없고 힘들어서 니 아빠랑 이혼하겠다는 소리에저는 한번도 용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온갖 교내 사생대회, 글짓기대회, 독후감대회 그런거 어떻게든 잘 써서 내서3~5만원 정도 나오는 문화상품권... 그거 현금으로 바꿔서 용돈 썼고한학년 아래 후배들 필기공책 검사 할때 작년에 제가 한거 후배한테 팔고 그랬습니다..그놈의 이혼한다 소리가 도대체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그렇게 나이를 먹고 저도 가족이 너무 버거워 졌습니다.그래서... 또 흔한 얘기죠. 제 한 몸 건사하겠다고 열심히 살다 보니가족들은 나몰라라 하면서 지밖에 모르는 세상 나쁜년이 되어 있었습니다.그래도 가족의 끈을 아예 놓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미련했을까요..
결혼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반드시 저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주겠다며호언장담을 했지만... 보고 자란 나의 부모가 늘 이혼을 염두해 두고 사는 사람들인데제가 무슨 희망을 가지고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요...그래서 저는 결혼 못하겠다고.. 더 오래 연애하는건 아닐것 같다며 2년 하던 연애를20대 후반쯤 그만뒀습니다. 남자친구는 많이 잡았지만.. 저때문에 그사람이 원하는 인생계획을포기하게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희망없는 결혼을 제가 할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3년동안 저도 혼자 지내며.. 여전히 엄마는 끄떡하면 이혼하겠다고 자식들을 겁박하고..물론 예전처럼 저도 쩔쩔매지는 않았지만.. 남동생들 결혼할때까지는 참아보라며나는 어차피 결혼 할 거 아니지만, 이혼가정이라고 남동생들 무시당하면 쓰겠냐.. 하며 말렸죠.그런데 저랑 헤어지고 남자친구도 누구도 안만나고 살았더라구요.저 잊겠다고 해외로 일하러 나가서 혼자서 온갖 고생 다하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또 저를 찾는거..결국 그 마음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결혼하게 됐습니다.사위가 돈 잘번다고 하니 입이 귀에 걸려서 좋아하더라구요.. 엄마는..물론 제가 취직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버이날, 생신 같은 때에 용돈드리는거 말고는친정에 큰 돈 들어간 적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다 중간에서 막았어요.그거가지고 엄마는 또 자식새끼 땜에 이혼 안하고 살았는데 찬밥 취급이라며 왜 사냐고이혼 하겠다고 겁박했지만... 그냥 듣고 흘렸습니다.
그런데 열흘전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네요.아버지가 술 드시고 실수하셔서 엄마에게 막말을 하셨고(뭐라 그랬는진 저도 모릅니다.)그러고도 사과 안하시고 집안 분위기 험악하게 만든다고 막내 남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그래도 아버지가 누나 말은 좀 들으니까 말 좀 해보라구요...곧 막내 남동생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요.그래서 총대 매기 싫다.. 부부 일이다. 두분이 알아서 하시게 둬라.. 하고 피했습니다.그랬더니 또.. 엄마가 연락와서는 내가 이제 니 아빠 불쌍해서 그냥 데리고 살기로 맘 먹었는데어제 그 일 있고 나서 정말 더 살기 싫다며. 그런데 딸년이라는 너는 그런 아빠한테엄마한테 잘 하란 몇마디도 하기 싫고 엄마한테 위로 전화 한번 안하냐구요..그래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혼 하고 싶으면 해. 진심이야.아무리 아빠가 불쌍해도, 사실 누구나 세상에서 제일 가여운건 자기 자신이잖아.엄마도 그냥 엄마 인생 제일 가엾게 여겨. 그리고 그 가여운 인생 좀 나아지는 방법이 이혼이면해. 그냥. 이혼 해. 나도 엄마 더이상 가여워서 더 살라고 못하겠다. 그냥 이혼 해.
... 그랬더니... 역시나...자기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제가 저런식으로 나오니 당황하더군요.어떻게 니가 부모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면서,그동안 남동생들 생각해서 참고 살라고 해서 내가 참고 살았는데 이제와 이혼하라는거냐고..(사실 이혼하지 말라고 말하며 돈이든 뭐든 자기한테 주어지던 이득들이 좋았던 거겠죠.)소리소리 지르며 이혼 할거라고, 하고 만다며 악을 쓰시더라구요.
저 아무 대꾸 안하고 그냥 전화 끊었고..그렇게 오늘입니다.그저께 이제는 이혼한다로는 협박이 안돼서 그런가 콱 죽든가 해야겠다고 톡이 오길래..나도 사는게 영 더럽고 힘들면 그런 생각 많이 했다.죽는 거 밖에 상황이 나아질게 없다는 판단이 확실히 들면 난 그때 죽으려고.어쩌겠어. 누구나 내 인생이 제일 가여운데.라고 답장했습니다. 답 없더군요.
하.. 그 일로 막내 남동생은 집안 분위기를 좋게 하랬더니 폭탄을 날렸다며 저한테 더 지랄이길래..... 이것도 전화통 붙들고 한 30초 듣다가 끊어버렸습니다.그리고 오늘은.. 그냥 다 차단하려구요.
힘드네요... 허망하고...30대 중반을 넘어가서야 이제 이걸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