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관련해서 가치관 문제. 제가 냉혈한인가요?

ㅇㅇ2020.05.05
조회24,513
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남친과 이야기를 나누다 약간 언쟁이 오가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남친과 3년째 연애 중인데, 남자친구가 불필요하게(?) 선물을 줍니다.이게 무슨 문제거리냐 싶겠지만ㅜㅜ 꼭 끝까지 글 읽고 고견 부탁드립니다.

처음 연애할 때부터 남친은 신발, 엑세서리, 파우치 같은 고가는 아니지만 30만원대 정도의 선물을 자주 줬습니다. 물론 선물은 언제나 감사하게 받았고 저도 비슷한 가격대로 보답을 했었어요. 저는 항상 받으면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성격인데(그래서 데이트도 웬만하면 반반합니다. 남,녀를 떠나서 제 성격이 이렇다는...) 처음에는 기쁘고 좋았지만 이런 일이 기념일마다(100일,500일,1년...) 이어지고 생일 때는 명품 선물까지 해 주니 점점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저는 필요한 물건은 다 제가 구입하고 실용적이고 계획적인 지출을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물건을 받았을 때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제 스타일이 아닌 건 잘 쓰지도 않습니다. 신발이나 악세서리도 제가 편한 것만 주로 합니다.) 그래서 생일 선물도 절친끼리는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서로 받고 싶은 선물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입니다. 물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받더라도 감사하게 받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티 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받은 것과 비슷한 가격대(대부분 그 이상)로 선물하는 편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지만 제가 짠순이나, 빈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참다가, 남친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고 작년 제 생일에는 레스토랑에서 저녁만 먹고 저녁은 남친이 내는 대신 선물은 하지말자고, 만약 남친이 선물을 하더라도 내가 원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남친 생일에 밥만 사줄거라고 약속했는데도 또 생일날 100만원 후반 대의 미니 크로스백 선물을 준비했더라구요. 그래서 남친 생일에는 제가 약속대로 밥을 샀고 받은 선물보다는 훨씬 작은 금액대의 선물을 했어요. 남친도 항상 선물을 주고서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에(평소에도 필요한 거 말하거나 눈치준 적 없어요.) 당시에 기쁘게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다음주가 3주년입니다. 연애한 지 3년이나 됐고 생일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이 밥만 먹자고 이야기하니까 남친이 갑자기 자기는 이미 제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제게 냉혈한이라고 합니다. 데이트 비용을 잴 때도 항상 반반 따지고 저번 생일 때도 자기에게 해준 게 훨씬 적지 않냐고 하네요.



 혹시나 오해할까봐 첨언하면, 저는 대학 졸업한 해부터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연차도 좀 되고 연봉도 꽤 쌥니다. 남친은 공무원이구요. 그래서 맹세컨대 남친에게 무언가를 사달라하거나 부족한 티 낸 적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남친이 부자라서 그런 거 아닌가 묻는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집안이 부자도 아닐 뿐더러 통장 잔고가 0원입니다. 저한테만 아니라 자기 친구들, 계모임에서도 베풀고 하는 걸 보면 충분히 이해가는 상황이겠죠..(그래도 거의 저한테 쓰는 게 대부분이긴 합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면서. 물론 선물은 따뜻하고 기분 좋지만 그것도 상대가 덜 부담스러워하고 감당 가능한 선에서 하는 거여야 그렇지 이 방식이 옳은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이번 3주년에도 수백만원 선물을 준비해야하는 건지, 대체 남친과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할지 그저 답답합니다.       


+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어제 좀 화나서 쓴 글인데 진정하고 덧붙이면 남친이 남는 장사 때문에 그런 건 확실히 아닙니다. 명품 사줘도 잘 하고 다니지도 않고 자랑/sns도 전혀 안 하는 타입이구요.
작년 여름 제 생일 때 진지하게 대화 나눌 때 자기가 이러는 이유는 무언가 물건을 줘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서?? 그런다고 했습니다. 고집 못 꺾을 거 알고 어차피 줄 거면 차라리 제가 필요한 헬스 회원권 끊어달라니깐 자기가 선물하는 이유는 그 물건에 추억이 담겨있어서 반드시 남는 것만 하고 싶다고 하네요. 여전히 그게 충분한 이유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도 점심 시간에 카톡했는데 생각을 바꿀 마음은 전혀 없답니다. 자기한테 선물 안 해도 되니까 자기는 3주년 선물 사 놓은 거 환불하기도 귀찮고 그냥 줄 거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