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남친,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ㅇㅇ2020.05.08
조회8,110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효자예요..

남친은 어릴때 친아버지께 학대당했었습니다. 결국 남친의 어머니는 이혼을 하셨고 본인 자식들을 데리고 지금의 아버님과 재혼을 하셨습니다.

남친의 현 아버지께서는 제 남친과 남친의 여동생을 우리 아들, 우리 공주라고 부르며 친자식 못지 않게 애지중지 키우셨고,

그렇기에 그들 사이에 위화감이나 어색함 따위는 없었고, 오히려 진짜 피가 섞인 가족보다 더 이상적이고 화목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세 달에 한 번씩은 가족끼리 캠핑카 빌려서 여행갈 정도로, 크리스마스엔 무조건 가족끼리 파티도하고, 매년 가족 사진 찍거나, 서로 선물 교환하기 같은 이벤트도 남친의 어머니가 기획하시며 가족끼리 하는 게 참 많습니다.

여기까지가 남친의 집안 배경이고, 제가 이걸 설명한 이유는 남친이 왜 효자가 됐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남친이 어린 시절 친부때문에 고생하신 어머니, 친아들도 아닌데 사랑으로 키워주신 새아버지께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걸 알고는 있었어요.

저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오히려 남친의 새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남친이 그런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너무 깊습니다..
남친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얼마나 지금의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는지 잘 알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효자입니다.

어디냐고 연락해보면, 엄마가 마트가재서 마트 왔다,엄마가 크리스마스에 파티하자고 해서 들어가 봐야한다, 아버지가 밭 좀 갈으래서 밭갈다가 엄마가 음식 만드는거 도와달래서 도와주고 있다,

이런 내용입니다.

처음엔 저도 어머니를 잘 도와드리는 남친이 기특하고 가정적이라 생각햇습니다. 그런 말 있잖아요, 어머니께 잘하는 남친이 결혼 하고도 부인에게도 잘하고 처갓집에도 잘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된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효심있는 남친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친의 어머니의 행동과 남친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예요.

남친의 어머니는 사소한 것도 남친에게 부탁하고 시키십니다. 남친이 지금 뭘 하고 있던간에 급하다면서 이것저것 계속 도와달라고 하셔요.

남친이 여동생이 있는데, 걔가 지금 수험생이라 공부하느라 바빠서 안시키는건지, 아니면 공주처럼 키우느라 안시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걔한텐 아무것도 안시키십니다.

그리고 남친은 부모님이 시키는 건 따르는게 예의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돕는건 당연한거다 이런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며 절 이상한 사람 취급합니다.

저도 부모님이 도와달라면 도와드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짜잘한걸로 계속 불러서 도와달라한다면 부모님이 나에게 너무 의존하시는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한 번쯤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걸 입밖에 내며 저를 자꾸 무례한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을 보는 듯한 남친의 눈빛에 너무 화가 납니다.

게다가 항상 저에게

'부모님이 하라는데 당연히 하는게 예의 아니야?'

하면서 항상 예의를 언급하면서 부모님 말에 복종하는게 당연한거라는 식으로 말을 해요.

게다가 남친 어머니와 남친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제 결혼 생활이 뻔할 것 같아 결혼이 하기 싫어집니다...


계속 남편을 불러대는 시어머니, 계속 예의라면서 제 가정은 팽게치고 불려가는 남편.

혹은

남편이 한 것만큼의 효심을 바라며 저에게도 똑같이 이것저것 시키는 시어머니, 엄마가 시킨거 같이 안하냐며 저에게 예의 없다고 절 무례한 사람 취급하는 남편.


지금은 아직 결혼 전이라 저에게 불똥튀는 것은 없지만, 결혼 후가 너무 걱정됩니다..
저랑 시어머니랑 동시에 아프면 어른한테 먼저 가는게 예의다 이러면서 그 집으로 뛰어갈 것 같네요.
아들로써는 좋은 사람이지만, 남편감으로써는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챙겨주는 남친..자기 가족 얘기만 나오면 예민해지고 절 예의 없는 사람 취급하는데 결혼을 생각하는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위에 결혼 후 상황은 제 상상이구요.
혹시나 해서 주변에 저런 효자 남친과 결혼하신 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