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설렜던 첫사랑 14

스누피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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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추천으로 기다려주시는 분들

늦지않으려 서둘러 왔어요

 

[14]

 

선배가 나에게 던진 건전한 데이트에 관한 제의는

무~척 사랑하는 연인간의 스킨쉽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장치를 마련 후 건전하게 하겠다는

꽤나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선배의 의중을 파악했다

그때 당시 난 어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진 않았던것 같다

 

나에게 연인간의 스킨쉽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전제하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란 조선시대 유교적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었고

내가 꿈꿔온 그것은 음악이 흐르고 와인을 한잔 걸치고 새하얀 샤워가운을 입은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다...

그런 그림으로 상상해왔으므로 지금의 상황이 내가 이 선배를 아무리 좋아한다해도

아닌건 아닌거였다

 

선배 니가 나에게 노골적으로 던졌으므로

나도 대놓고 답하겠다

 

나랑 선배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처음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내 처음의 상대가 선배가 되는 것도 싫고 지금 이 상황도 싫다

쓸데없이 꽤나 다부진 목소리로 씩씩하게 외쳤던 것 같다

 

내 대답에 선배는 픽 웃었다

생각이 제대로 박혀있어서 좋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까지...

이게 그럴 일인가?

 

근데 늦은 시간 자꾸 이런식으로

단 둘이 있게 되는 상황에는 나도 남자인데 위험하지 않겠어?

너도 좋아서 이런 상황 동의한거 아냐?

선배가 정곡을 때렸다

 

선배를 좋아하지만 그 깊이를 나도 아직 모르겠고

선배를 좋아하지만 선배의 여성 편력은 싫고

선배를 좋아하지만 선배랑 내 처음을 함께 할만큼은 아니다

 

좋아하는건 맞는거 같냐?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좋아했다 그건 맞다

선배를 멀리서 보면 떨렸고

안보면 생각났고

연락이 올까 핸드폰을 하루종일 쳐다본 날도 있었다

그치만 선배가 다른 여자들이랑 어울려 있는걸 보면서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조금씩 마음을 접기로 했다

보지 않으면 쉽게 접어질 것 같아서 피해다녔고

그렇게 적응되는 것 같았는데 선배가 또 나타나서 지금 나를 흔들고 있다

 

조근조근 선배가 묻는 말에 대답했다

 

선배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흔들리는건 인정한다

그치만 얼굴을 보지 않으면 조금씩 잊혀진다

그만큼 내가 선배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조금 깊었던 호기심 정도로 정리하려고 한다

 

내 말을 듣고만 있던 선배가

냉장고에서 다시 물을 한병 꺼내 내 앞에 뚜껑을 열고 내려두었다

 

목이 말랐던 차

몇모금 마시고 물병을 내려두는데

아까 선배가 친절히 단추까지 꼭꼭 잠가둔 가디건이 한쪽 어깨로 쏠리면서

반대편 어깨가 시원해졌다

 

참 몹쓸 옷이다

 

선배가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고는 한쪽으로 쏠린 내 가디건을 다시 고쳐주고

열린 물병의 뚜껑을 닫았다

 

말로는 노골적으로 유혹해놓고

옷을 입히는 선배 너의 이 이율배반적 행위는 무엇?

 

너무 늦은 시간

더 늦기전에 이 집을 나와야 했다

더 있다가는 선배 얘가 나를 또 어떻게 홀릴 지

거기에 또 홀랑 넘어갈 수도 있는 내 자신을 믿지 못하겠으므로

 

선배 좋다는 여자들 많잖아요

선배가 좋아하는 건전한 데이트 그런 여자들이랑 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는 현관쪽으로 향했다

 

늦었어 데려다줄게

 

혼자가도 되요

 

내 가방 끈을 잡는 선배의 손을 뿌리치는데

그런 내 손을 또 선배가 잡았다

 

니가 믿든 안믿든 상관은 없는데

나도 내 나름...뭐 그런게 있어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나랑 그러는 막 엄청난 쓰레기는 아니라고

구차하게 내가 이걸 너한테 왜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나를 너무 쓰레기로 알고있지는 말라고...

 

내 손을 잡고 가지 못하게 막은 선배가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길게 말하는 선배를 처음 봤다

매번 장난스레 툭툭 던지는 한두마디의 말

웃고 있는 얼굴이 익숙했는데

참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길게 말하고 있다

내 손을 꽉 잡고 깍지까지 끼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