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반장 썰

ㅇㅇ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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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에 반장 글 보고 생각나서 좀 끄적여봐. 난 지금 22살이지만 중3때가 여전히 잊혀지지 않아.
내가 중3 때 반장을 지원했던 적이 있어. 그 때 나 말고 다른 친구 한 명이 더 있었어. 원래는 이런 상황이면 투표로 진행하잖아? 근데 이상하게 그때 담임쌤은 투표를 안하시고, 학교 끝나고 나랑 그 친구를 부르더니 선생님은 내가 반장을 하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나보고 반장이라고 하셨어. 그 친구는 자동으로 부반장이 된거지. 다음날 담임선생님은 애들 앞에서 oo이가 반장이고 @@이가 부반장이야 라고 하시면서 거의 통보식으로 반장을 정하셨어. 나와 부반장 친구 이야기는 퍼져나갔어. 나는 담임쌤께 반장하고 싶다고 아부를 떨거나 뇌물을 드린 것도 아니고 그냥 지원하고 싶어서 했는데 담임쌤 덕분에(비꼰거야) 전교에 나쁜 년으로 소문나있더라. 부반장 친구가 워낙 친구가 많고 약간 일진과 잘어울리는 그런? 친구여서 소문이 나쁜 쪽으로 쭉쭉 뻗어나갔어. 나 진짜 2.3주간 집에서 울기만 한 거 같아. 시도때도없이 애들은 내 욕을 했고 내 친구들이 나 욕한거 제보한 것도 진짜 많았어.
그래도 내가 반장 역할을 잘 했으면 그나마 덜 힘들었을거야. 하지만 나는 소심했고 소문 때문에 자존감, 자신감 다 무너져내린 상황이었어. 어느정도였냐면 가정통신문 가져가라고 반 애들한테 큰소리한번 못질러서 칠판에 글로 쓰거나 다른 애들한테 부탁했어. 집에서 아무도 없을 때마다 소리 지르는 연습했던게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 애들을 잘 지휘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애들 의견에 휩쓸렸고 주관없이 반을 이끌어나갔어. 말 그래도 형편없던 반장이었어.
가뜩이나 공정하지 못하게 반장이 됐는데 반장 역할도 못하니깐 욕을 오지게 먹더라. 너무 힘든 시절이었어.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 반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1년동안 애들 눈치만 본거 같아.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임원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절 접었지. 그 부반장과 나를 함께 욕했던 친구들이랑 같이 고등학교에 올라왔었어. 그 친구들은 180도 변해서 나한테 살갑게 대하더라. 난 나를 욕했던 걔네들의 표정이 너무 생생했는데ㅎ.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중3때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인싸처럼 살았어.(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긴 한데 이 단어 말고 뭐라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어) 반 애들한테 큰 소리로 말하는 건 기본이고 임원도 아닌데 반장이랑 함께 반 이끌어갈 정도로 영향력있게 지냈던 거 같아. 내가 엄청 변한거지. 어쩌면 이게 중3 때 반장 했던 덕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 그때 늘 원했던 나의 모습들을 드디어 고등학교에 와서야 펼칠 수 있게 됐거든. 그리고 그 때 경험들을 통해 어떻게 내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 어떻게 반 애들을 이끌어야하는지 알게 됐던거 같아. 덕분에 고등학교 3년 동안 조장을 멋지게 해냈던 걸 생각하면 참 소중한 경험일지도 모르지.
반장으로 지냈던 그 때, 지금봐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어. 불공평하게 반장과 부반장을 선출했던 담임선생님, 반장 자격도 안되는데 반장을 계속 하면서 반에 피해만 주었던 나, 그런 나를 신나게 욕하고 반에서 소외시킨 부반장과 친구들. 그 누구도 잘 한 사람이 없거든.
그래도 1년동안 반장하면서 꽤 노력했던 걸 내가 알아.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단 것도 알아.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여기다가 써보고 싶었어. 잊히지 않는 기억이거든.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