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조주빈과 문형욱(갓갓) 검거 관련 기사 보고 묻어뒀던 기억이 떠올라 깜짝 놀랐어요.
언론에서는 그들의 협박 수법이 충격적이고 독특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건 실은 아주 오래된 거예요.
갓갓이 처음 이런 종류의 범행을 시작한 게 2015년이라고 하는데, 저는 2000년대 후반에 이런 경험을 했어요. 따라서 그들의 여성 협박 수법은 최소 10년이 넘은 겁니다.
저는 그 때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아직도 정확한 정보 유출 경로는 몰라요. 명함이었는지, 핸드폰 관련 정보였는지... 아무튼 가해자가 제 번호와 직장, 이름, 나이와 사진이 있었던 건 확실해요.
지금은 SNS가 몹시 활달해서 미성년자까지도 개인사진을 온라인에 찍어서 올리는 일이 잦지만 그때만 해도 SNS는 하는 사람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지도 몇년 안 됐으니까요.
그래서 가해자는 협박의 주요 빌미인 “개인사진”을 얻기 위해 제게 전화를 끊임없이 걸어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받으면 3초 정도 있다가 끊는 전화를 1시간에 몇 번씩 거는 거예요. 하루에 100통 이상 와요.
처음에 저는 무슨 신종 스팸전화인줄 알았어요.
이 전화는 차단도 할 수가 없었어요.
특정 번호로 반복해서 걸면 해당 번호를 차단하면 되지만, 이 전화는 번호 후반부가 끊임없이 비슷한 다른 번호로 걸려 왔거든요. 아무리 차단해도 계속 와요. 미치죠.
나중에 알고 보니 K*같은 곳에서 전화번호자동생성기계를 팔고 있더라고요! 이걸로 계속 번호를 바꿔가면서 걸었던 거예요. 전 이런게 있는 줄 그때 알았어요.
전화로 마케팅 하는 것 때문에 있는 기계라는데... 이렇게 악용될 수 있는 물건을 아예 대놓고 팔다니.
지금도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무튼 이 부분은 N번방 가해자들의 수법이 아니니 이만 넘어가고, 이후 제 가해자는 문자로 “돌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얼굴이 나오는 몸사진을 찍어서 보내라”라고 협박하더군요. 네 회사, 출퇴근 경로 다 알고 있다면서요. 신고하면 퇴근길에 실종될 줄 알라는 말까지.
제 생각에 얼굴이 나오는 몸사를 보내면 그때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협박의 구렁텅이일 것 같았어요. 그런데 벗어날 방법도 없었고요.
그래서 못 보내겠다, 한번만 봐달라고 빌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제 얼굴을 벗은 여자에게 합성한 사진을 보내며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요새 말하는 딥페이크인데 그땐 그런 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꽤 그럴듯하게 해놔서 당사자가 아니면 눈치 못챌 정도로 잘만들었던데 미칠 것 같더라고요.
결국 전 경찰에 신고하는 쪽을 택했고, 이후 제가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한 가해자가 퇴근길에 직접 찾아와 집 근처에서 절 폭행했어요.
알고보니 가해자는 1명도 아닌 4명이나 되더라고요.
다행히 누군가의 112 신고로 저는 전치 8주의 부상을 입는 선에서 구출이 됐습니다.
현장에서 1명이 잡혔고 이틀 뒤 2명, 주범 1명은 2020년까지 아직도 안 잡힌 상태입니다.
공개수배 상태인데도... 여태까지 버티는 겁니다.
그 주범은 이미 강간 2범이라 하더라고요.
제가 겪은 일을 이렇게 길게 적은 이유는 무엇보다 여성 분들이 안전하길 바래서입니다.
저놈들은 4명이나 되는 수에 범죄에 들인 공, 저와 아무런 개인적 연관이 없는 걸 봐서 100%성착취 범죄에 절 끌여들이려 했다고 의심되거든요.
개인적인 스토킹이 아니에요. 조직적인 범죄에요.
이번 N번방 사건 보고 더 확신이 들었어요.
SNS에 사진을 올리든 회사 업무로 명함만 주고받든 저런 놈들의 눈에만 뜨이면 무조건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이상하면 서슴없이 신고하시고, 내가 부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따윈 하지 마세요.
무조건 저놈들이 나빠요.
저는 저 놈들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회사도 퇴직해야 했고 이사도 했고 폰번호도 바꾸고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한 채 1년이란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저에게 “네가 뭐 어디서 개인정보 흘린 거 아니냐?” 라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혼자 상처받아 많이도 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잘못한 거 없단 거 알아요.
N번방 사건은 결코 최근에 일어난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고요. 유사범죄가 최소 10여년 전부터 계속 일어났으며 지금도 그놈들과 비슷한 수많은 범죄자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모두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