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HE MASK)-7

바람200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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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개는 단약 한 개만으로 한독공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했다.


"정말 그 단약(丹藥) 하나로 가능하다고? 못 믿겠는데..."


막개의 말에 갈마웅은 입가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물론! 이 약 하나 가지고는 않되지. 후후...약을 복용시킨 후 그의 명문을 통해서
 독맥에 퍼지도록 해야한다. 물론 약을 먹인 후 바로 그의 혈을 뚫어주지
 못하면 이 약도 소용이 없어진다. 나는 약을 네게 줄뿐이다. 나머지는
 네가 해야겠지....후후"


갈마웅의 말을 듣고 막개는 또다시 놈의 간계에 걸려드는 것 같았다.
설사 천지환과 적단을 바꾸어 구한다 해도 초개에게 약을 먹인 후 자신이
그의 독맥에 약기운이 퍼질 수 있도록 기(氣)를 잡아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적을 앞에 두고 초개에게 기를 주입하며
치료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끝내는 자신이 초개를 치료하는 그 순간에
놈들은 공격을 하여 모두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초개를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막개는 생각을 마치고 갈마웅에게 말했다.


"좋다. 내가 천지환을 던질 테니 너도 적단을 던져라!"


말을 마치며 그는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는데 은빛 찬란한 환(丸)이었다.
환은 크지 않았다. 팔목에 차면 딱 맞을 정도의 크기에 은빛이었는데
그 겉에는 세밀하게 용과 호랑이가 조각되어 마치 살아있는 듯 했다.


"오!! 그것이 천지환(天地煥)!!"


막개가  꺼낸 천지환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움과 아름다움에 소리쳤다.


사실 갈마웅이나 그의 수하들이나 천지환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형태를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은빛 환이라는 정도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찬란한 은빛이 자신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듯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크하하하. 그것이로구나! 그래. 빨리 던져라. 어서!"


갈마웅은 천지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빨리 그것을 자신의 손안에 넣고 싶었다.


"적단을 넘겨라. 그래야 이 천지환을 주겠다."


"그래. 그래 주고 말고......자 가져가라!"


갈마웅은 빨리 천지환을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에 별 생각 없이 적단을 막개에게
던졌다. 막개 또한 적단을 던지자 천지환을 공중에 힘껏 던졌다.


붉은 적단과 은빛 천지환이 공중에서 교체하며 다가오자 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자 빠르게 움직였다.


막개는 공중에 떠서오는 적단을 거의 손에 잡으려는 찰라 차가운 기운이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 놀라며 몸을 틀었다.
막개가 몸을 튼 사이 어느새 갈마웅이 천지환을 움켜쥐고, 적단을 잡으려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 적단이 잡히려는 찰라 막개가 손가락을 튕기며

합곡혈(合谷穴)을 공격했다. 합곡혈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있는 혈로 적중되면
손에 마비가 오므로 갈마웅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


갈마웅이 손을 회수하자가 막개는 재빠리 적단에 손을 가져갔다.

순간 갈마웅이 매서운 발길질을 막개의 복부에 공격하면서 적단을 향해 지풍(指風)을 날렸다.


막개는 복부에 무거운 힘이 파고들자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는
적단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때 갈마웅이 날린 지풍(指風)이 적단을

맞추는 바람에 적단은 다시 공중에 높게 떠올랐다.


갈마웅은 입가에 얇은 웃음을 지으며 공중에 뜬 적단을 향해 태음장(太陰掌)을 날렸다.
이제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막개나 꼬마 거지나 살려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굳이 적선을 베풀며 아까운 적단을 적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차리리 없애버리는
것이 그에게는 편했다.


막개는 적단이 공중에 뜬 사이 갈마웅이 장을 날리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치며 움직였다.

 

"이놈! 적단에 손대지 마라!!"

 

 막개가 빠르게 움직이며 갈마웅의 장에 맞서 들어갔다.

갈마웅은 막개의 강맹한 장이 자신의 옆구리를 공격해 오자 무시할 수 없어

적단에 쏟던 기운을 살짝 옆으로 흘리며 막개의 기운에 부딪혔다.

 

"펑!!"

 

강맹한 두 기운이 부딪히자 두사람은 서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갈마웅의 태음장을 비껴맞은 붉은 적단은 이미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태음장에 의해 산산히 조각났는지 아님 어딘가로 멀리 떨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막개는 붉은적단 사라지자 참담했다. 이렇게 또다시 갈마웅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죽으면 그만이다. 초개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너의 복수는
 꼭 해주마!'


막개가 거의 포기심정으로 낙담할 때였다.

 

갈마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뭐냐?"


갈마웅의 놀라움에 찬 목소리 뒤로 낭낭한 웃음소리가 퍼졌다.


"호호호호....고맙다! 갈마웅. 네 덕분에 이렇게 천지환이 쉽게 내 손에 들어올 줄이야."


낭낭한 웃음소리는 나무 위에서 들려왔는데 그곳에는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얼굴에 하얀 천을 가리고 있어 그 용모를 알 수는 없지만 맑은
웃음소리와 입고있는 옷이 딱 맞아 그녀의 굴곡있는 몸매를 잘 나타내 주고있는 것이
아마도 아름다운 미녀일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녀는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의 손에 있는 천지환을 흔들어 보였다.
갈마웅은 그녀의 손에 있는 천지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네 년이 언제..."

 


순간의 일이었다.
갈마웅은 적단에 신경이 집중되어 막개와 서로 장을 주고 받고 주춤 할 때

왼쪽으로부터 따스한 기운이 몰아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며 급히 장을

회수하여 따스한 기운에 맞서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기운에 맞부딪쳐 들어 갈 땐 이미

그 기운이 사라지고 우측으로부터 또 다른 기운이 몰아쳐 들어왔다.


갈마웅은 깜짝 놀랐다.


'아니!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내게 다가왔다는 말인가!'


그는 놀라며 자신의 절기인 태음장(太陰掌)을 펼치며 맞아 들어갔다.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힘이 격렬히 부딪혔다.
갈마웅은 세 발자국씩이나 물러선 뒤에도 가슴의 기혈이 진동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듯 다시 빠르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초.. 고수로구나!'


갈마웅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는 극한의 한독공(寒毒功)을 끌어올리며 반격을 준비했다.
대기가 북극의 얼음과 같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내리던 눈이 바로 얼음 덩어리로
바뀔 정도의 극한의 한기였다. 차가운 한기에 그의 수하들이 못 견디고 물러섰다.
그러나 빠르게 다가온 상대는 비웃기라도 하듯 그의 몸을 맴돌며 공격을 하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나무위로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갈마웅은 허탈감에 빠졌다. 기껏 끌어올린 기운을 한번 제대로 써보기 전에
상대가 달아나니 아쉽기도 했고 화도 났다.


파파파...


분출구를 찾지 못한 기운은 애매한 바닥에 박히고 말았다.
극한의 기운을 갑자기 많이 끌어올렸기 때문에 그 기운을 발출하지 않으면
몸 속에 충돌이 생겨 주화입마를 당하고 말기 때문에 눈 바닥에 기운을 발출한
한 것이다.

 


갈마웅과 신비한 여인의 대결은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잠깐의 순간에 서로 치고 받으며 이루어진 것이라 다른 사람은 그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여인의 손에 천지환이 들어갔는지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러나 막개만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여인이 어떻게
천지환을 갈마웅으로 부터 빼 가는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갈마웅은 처음 천지환을 왼손으로 잡고 계속해서 적단을 막개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 공격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잡은 천지환을 품안에 넣을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신비의 여인이 갈마웅을 공격했고 둘이 장을 교환하며 부딪힐 때
이미 승패는 난 것이었다.


여인은 교묘히 허허실실 작전으로 갈마웅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공격을 하였는데 처음 왼쪽으로 들어간 공격은 허초였고, 오른쪽으로
들어온 공격이 진짜였다. 그러나 그 오른쪽 공격 또한 여인의 계산된 허초나
마찬가지 였다. 오른쪽 공격이 갈마웅의 태음장(太陰掌)과 맞설 찰라 여인은
교묘히 태음장의 기운을 옆으로 흘리며 받은 것이다. 이것은 여인의 무공중
최상이라 할 수 있는 무허무상(無虛無想)의 수법이었다.

 

무허무상(無虛無想)의 수법은 상대힘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기운은

별로 쓰지 않으면서 상대는 크게 상하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수법이다.


그래서 갈마웅은 여인의 장을 정면으로 받아서 세 걸음이나 물러나서도
가슴이 진탕된 것이고 여인은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무허무상(無虛無想)의 수법을 펼쳐 갈마웅이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왼쪽 손에
있는 천지환을 백의 신비여인이 낚아채 간 것이었다.

 

허탈감과 분노로 인해 갈마웅은 소리쳤다.


"네년은 누구냐?"


"호호호...네놈은 내 이름을 알 자격도 없다!"


"뭐냐? 이런..."


갈마웅은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호호호...어쨌든 이런 좋은 물건을 주었으니 목숨은 살려주마!"


여인의 말에 갈마웅과 마불웅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뭐하냐? 저 년을 잡아라!!"


그들의 명령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여인은 그들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한마디 말했다.


"나는 벌레들하고는 놀지 않는다. 그럼 잘 들 있거라...호호호호"


여인은 순식간에 하얀 괘적을 남기며 사라졌는데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는
이미 수장 밖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여인이 도망을 가자 갈마웅과 마불웅은 당황했다.


추괴 나찰을 부축하고 있던 마불웅이 갈마웅에게 말했다.


"형님! 쫒아야 되지 않습니까?"


마불웅의 말에 갈마웅은 막개를 쳐다보았다.


'아깝구나! 지금이 아니면 저놈을 죽일 수 없는데...'


갈마웅은 수하들을 보고 소리쳤다.


"뭣들하느냐...저 년을 쫒아라! 천지환을 꼭 찾아야 한다."


그의 명령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여인이 도망간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갈마웅은 막개를 향해 말했다.


"상천제 막개. 운이 좋구나! 다음에 만나면 꼭 네 놈 목을 가져가마!"


막개는 갈마웅의 말을 들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네 놈이 나를 피해 다녀야 할 것이다!"


"후후..."


갈마웅은 얄미운 웃음을 남기며 마불웅과 나찰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막개가 가볍에 한숨을 쉬었다.


"후...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 겠구나!"


그는 말을 마치며 땅에 떨어진 적단을 찾았다. 얼마를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에
붉은 색 단이 보였다.


"오! 저기 있군!"


기쁨에 적단을 주어든 막개의 얼굴이 금새 굳어졌다.


"이런..."


적단은 반쪽이 날아가 있었다. 갈마웅의 태음장에 적단이 견디지 못하고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막개가 허탈감에 빠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초...초개야!!"


치우였다. 언덕 위에서 모든 사정을 보고 있던 치우가 청도삼괴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달려 내려온 것이다.
치우는 달려 내려오자마자 쓰러진 초개를 끌어안았다.


"초개야! 정신좀 차려봐!"


어느새 치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친동생은 아니지만 삼년을 같이 지내오면서
친동생보다도 더욱 혈욱의 정이 느껴지는 아이였다.
치우가 초개를 붙잡고 우는 것을 보고 막개는 가슴이 아팠다.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치우와 초개에게 미안했다.


'차라리 그날 치우를 따라오지 않는 거였는데...'


막개는 후회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더 지체하다가는 놈들에게 다시 잡힐지도 모른다. 그리고 초개도 치료를 해야한다,'


막개는 치우를 달랬다.


" 우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놈들이 언제 또 올지 모르니..."


초개를 붙잡고 울던 치우는 놈들이 다시 온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초개를
안고 일어섰다. 


"그럼...빨리 피하죠."


"초개를 나에게 줘라! 네가 안고 뛴다면 힘들 것이다."


막개의 말에 치우는 초개를 넘겨주었다. 자신이 초개를 안고 도망친다면 얼마
못 가서 지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초개를 건네 받은 막개는 주위를 한번 살폈다. 더 이상의 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가자! 멀리가면 갈수록 좋다."


막개가 말을 하며 달리자 치우도 그 뒤를 빠르게 쫒아 갔다.
하얗게 쌓인 눈밭에 그들의 발자국이 촘촘히 박혀 들어가며 자취를 남겼으나
계속해서 쏟아지는 함박눈에 의해 금새 흔적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도망가는 그들에게는 행운이요 뒤 쫒는 자들에게는 불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