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변경선

럽이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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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변경선

박상수

얼어버린 빨래를 걷어다가 아랫목에 두었지만 사라지기 일쑤였다 물 빠진 자국마저 아무렇지 않게 말라버리고 나는 열쇠를 잃어버린 얼굴로 대문 밖에 앉아 있었다 눈 녹은 웅덩이에 발이 빠질까 폴짝 뛰어오르면 조금은 날개가 생긴 것도 같았다 거짓말을 믿으며 소망하며 털모자를 쓰고 전봇대와 블록담 사이에 머리를 집어 넣었던 아이는 어른 셋이 달려들어서야 목을 빼냈고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문턱, 그렇다고 쉽게 울지도 않았다 잔불을 쬐듯 웅크려 걷는 행인들 따라 걷다보면 손바닥으로 유리창 닦아 내다보는 사람들, 먼지 앉은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걸려있었다 살얼음 녹았다가 다시 얼어버린 길 위에 서서 더 이상 열쇠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연통에서 빠져나온 온기를 따라 발자국 돌아보면 거기, 왕겨를 뒤져 마지막 겨울 사과를 꺼내 먹던 마음, 사과 안에 박혀 반짝이던 얼음과 눈 녹을 때의 그 빛이 또 다른 겨울을 불러오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