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모르는 남자친구

쓰니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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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같은 내용의 고민입니다.
성격이 나쁘다거나 한 것은 아닌데요. 서로 나이가 20대 중반인데도 남자친구의 예의? 생활습관?같은 것이 중고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제가 남자친구의 행동에 기함하거나 남자친구가 제 행동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하냐'하는 일이 간혹 있어요ㅠㅠ
처음 느꼈던 건 대학교 연극 동아리 소극장 공연 보러갔을 때였어요. 친구가 출연한다기에 남친이랑 저랑 후배랑 셋이서 보러 갔죠. 우리 학교 연극 동아리는 규모가 작아서, 극장도 작고 관객도 배우들의 친구 지인들 정도만 와요. 그래서 객석도 누구누구 있는 지 훤히 보일 정도인데 남자친구가 연극 중간에 계속 핸드폰을 보는 거예요ㅠㅠ처음 한두번은 '급한 연락인가보다' '시간을 보나보다'하고 넘겼는데 점점 핸드폰 보는 주기도 짧아지고 더 오래보고 그러길래 뭔가 했더니 핸드폰 게임... 뭐하는 거냐고 눈치 주니까 이따가 10분쯤 뒤에 이벤트 있는데 그때 아이템 받아야 한대요. 제가 모르는 게임이었지만 느낌상 중요한 이벤트 같지도 않고 그냥 모바일 게임에 흔히 있는 O시 접속 보상 뭐 그런 거 같았어요. 제가 어이없어 하는 데도 실실 웃으면서 "진짜 그것만 받을께"하고 조르는데 하필이면 제 옆에 후배도 연극 내내 카톡하고 있었어서 쎄게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보상받는 시간까지 계속 틈틈히 핸드폰으로 시간 확인하고 결국 보상 수령하고 나서도 지루했는데 계속 몇 분 단위로 게임 키는 거예요. 계속 눈치 줬는데 속삭이면서 하는 말이 "괜찮아 안 보여. 나도 다 생각해서 하고 있어." 결국 끝까지 말 안 듣더라고요.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였죠. 하필 자리도 중앙에 무대에서 말도 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는데(의자 치우면 무대까지 세네걸음에 닿을 듯), 장면 바뀌는 휴지기에 폰 보면 모를까 꼭 연기하는 중에, 심지어는 관객 소통하면서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폰을 봐요. 배우가 관객참여형 개그할 때 관객석 보면서 스캔하는데 남친은 게임하고 있고 후배는 톡하고 있고 정말 창피하고 속상해서ㅠㅠ후배라도 없었으면 진짜 강하게 말렸을 텐데 어린애 앞에서 싸우기도 싫고 후배가 더하면 더하고 있던 상황이라 괜히 돌려까는 느낌들까봐 눈짓하고 폰 뺏는 시늉만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남친의 성격을 보면 그때 제가 강하게 말렸다고 들었을까 생각되네요.
결국 그날 둘이 남아 집 데려다 주는 길에 싸웠는데"내가 데이트 중에 자꾸 폰 봐서 싫어?""...내가 언제 데이트 중에 폰 본 걸로 화낸 적 있어?"(데이트 중에 폰 봐서 화난 게 아님)"진짜 미안! 그렇게 싫어하는 지 몰랐어. 이제 안 볼게."(위의 말을 '지금까지 아무말 않고 참았다'라는 뜻으로 오인함)
여기서 남자친구가 진짜 내가 왜 화났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 지 짐작조차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정리해야겠다고 잠시 침묵했어요. 남친은 제가 삐쳐서 그런 줄 알고 계속 애교부리더라고요ㅠㅠ 조용히하라고 한 다음에, 말을 고르고연극 중에 딴 짓하는 것은 연극배우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내가 이십대 중반에게 이런 걸 가르쳐야 하는가 회의감을 가지고 말했죠.진짜 애기한테 가르치듯이 도입부부터 장황하게 설명했어요. 돈주고 보는 관객도 관람예절이 있는데 무료로 친구 응원하러 가서 무례하게 해야만 했느냐, 다 아마추어들에 어리고 처음 무대 서는 분도 있을 건데 속상하게 만들어야 겠느냐, 녹화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연기하는 중인데 배우가 기가 죽고 위축되서 실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너는 이걸 말로 해야 아느니?)
마지막 말은 차마 못했는데 남자친구는 깜짝 놀라면서 그런 것 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면서 너처럼 생각이 깊은 아이는 처음봤다더군요.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기는 커녕 정이 더 떨어졌습니다.자기는 영화 예절만 생각해서, 무대 빛이 훤히 비추는 밝은 자리라 핸드폰 불빛이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장면 전환하느라 불 꺼지고 어두울 때는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고. 뒷사람 방해 안 되게 손 내리고 보았다고. 이걸 변명이라고. 그런 이유로 무대 조명 훤히 받는 가깝고 밝은 자리에서 코밖고 핸드폰을 했다는 겁니다ㅠㅠ

그런데 남자친구의 진짜 문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자기 선의 상식이 다라고 생각해 고집을 피우는 거예요. 위의 예시도 잘 몰라도 제가 정색하고 싫어하고 기분 안 좋아진 것이 보이면 그깟 게임 한시간 참는 게 힘들었겠습니까. 단순히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절 무시한 거예요. 다른 관객들 안 보이게 내가 알아서 잘 조절해서 핸드폰 하고 있어,라는 자신감 때문에 끝까지 제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말리는 저를 잘 모르는 취급합니다.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기 전까지요. 연극 보는 동안 자기는 알아서 눈치껏 휴대폰 보는 건데 자꾸 뭐라하는 게 유난으로 느껴졌대요.
그 이후로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 여자친구한테 저런 말을 하지?' '어떻게 여자친구한테 저런 행동을 하지?' 이걸 넘어서서 '어떻게 저게 실례라는 걸 모르지?'하는 일이 계속 생기는데 그때마다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자각을 못하고 오히려 제가 너무 예민하고 앞서나가는 거라고 합니다. 저는 화가 나는데 남친은 왜 그게 화나는 일인지조차 이해를 못하고요. 정말 생각하는 게 제 눈엔 중딩같은데 남친은 본인이 꽤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사회생활 잘 한다고 자기 평가해요. 그도 그럴 게 어떤 경우엔 남친이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가고 똑똑할 때가 많습니다. 말하는 센스도 있고 처세도 잘 해서 무난하게 잘 지내요. 그런데 그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의범절이 너무 없어요! 역지사지 해보라 하면 "난 기분 안 나쁠 것 같은데?" 가끔은 "내가 당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써야 돼?" 진짜 싸이코인가 싶어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면 남친은 거의 제 말 듣고 저에게 맞춰줍니다. 근데 제 입장에서는 하면 안 되는 짓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인데 남친은 그걸 본인이 저에게 맞춰준 걸로 생각합니다. 왜 싫은지는 이해가 안 된다 그치만 너가 싫어하니 안 하겠다, 이거예요.
그냥 여자친구랑 싸우기 싫어서 자제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떤 게 무례한 지 바로 알 수 있게끔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데 진짜 같이 앉아서 뭐 공자 맹자 읽힐 수도 없고요ㅠㅠ 맘같아선 확 그렇게 하고 싶기도 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