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제 나이에 군대도 안간 어린애 만나는거 미친짓이죠..제 또래,연상 남자들 중 걔보다 괜찮은 남자 많아요 당연하죠.. 걔보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옷도 잘 입고 차도 있고 돈도 잘 벌고 좋은 학교 나와서 번듯한 직장 다니는 그런 남자 제 능력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요..생각도 깊고 예의 바르고 진지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미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죠걔랑 만나기 전처럼 나이때문에 죄책감, 부담감 안 느끼고 남 눈치 안 보고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와 연애 하면 좋을 것 같아요..그러고 싶구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제가 어른으로서 결론 지어줘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걔한테도 저한테도 그게 좋은거니까요 제가 먼저 잘랐어요 분명히 제 의지였어요..
근데 그 어떤 남자와 비교해 봐도 걔가 나은 건 없는데이태원 식당에서 먹은 크림 파스타보다 걔가 해준 근본없는 토마토 스파게티 라던가유명한 한정식 집의 전복 미역국보다 내 생일날 걔가 끓여준 밍밍한 미역국이 먹고싶어요좋은 포장지에 싸여진 비싼 향수 선물보다 손 튼다고 걔가 발라준 핸드크림 냄새가 더 좋았어요한강 따라 드라이브는 못해도 걔랑 지하철에서 손잡고 같이 봤던 야경이 더 기억나요교복 셔츠 안 에는 늘어진 티셔츠 내가 사준 만원짜리 목도리를 두르고집앞 마트에서 싸구려 딸기 사서 빨개진 얼굴로 머리 부스스하게 와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문 두드리던 걔가 짓는 표정,말투,걔가 하는 말들 그런 게 제 이상형이 돼버렸어요..그냥 잠시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 인생을 뒤흔든줄 몰랐어요이런 적이 처음이에요ㅠㅠ저도 성인이 미성년자 사귀는거 이해 못 했던 사람이고이 나이먹고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제 자신이 한심하고 징그러워요 그런데도 돌아갈 수 없다는게 너무 무서워요..아직도 그애는 저한테 매달리는데 술마시면 바로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어질까봐 좋아하던 술도 못 마시네요.. 당연히 저는 알죠..이제 걔가 20살 성인이라고 해도 저는 곧 30이고 저희 둘에게 미래는 없다는거 잘 알아요..
어떤 사람을 만나도 걔보다 나은 걸 아는데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꾸 걔랑 비교하게 돼요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걔 말고는요ㅠㅠ27년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에요 제 감정이 마음대로 안 되니까 무서울 지경이에요여느때처럼 헤어지기로 마음먹으면 똑같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