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모아이'에게...☆

베틀노래2004.02.16
조회356

 

 

 

☆...내 사랑 *‘모아이’에게 ...☆


반 아이들의 쪽지를 모두 읽었단다.

한 아이도 널 놀리지 않은 아이가 없더구나,

정말 미안하다.

6년 내내 전교생에게 그런 놀림을 받았을 걸 생각하니 피가 솟구치더구나,

학우들을 찾아보고 잘 친하라고 격려해주는 것은 불구하더라도

선생님 한번 찾아뵙지 못한 나의 미련스러움이 죄스럽단다.

내 사랑 모아이! 이렇게 부르는 어미도 밉겠지,

얼마나 상처가 되었겠니?

그래도 넌 언제나 의젓했었고 넌 언제나 겸손했었지,


널 처음 대할 때의 경이를 너는 모를 거야,

강보에 쌓인 수십 명의 아기들 중에서 너는 이목구비 뚜렷하고 얼굴윤곽이 뚜렷한 모습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단다.   믿기지 않아서, 네가 내 아들이란 게 믿기지 않아서 몇 날 몇 밤을 설쳤는지 모른단다.   너무 과분한 신의 선물이셨지,

그런 너는 자라면서도 다르더구나,

한 번도 보채지 않았고 한 번도 떼쓰지 않아 서운했었단다.

아이답게 가끔은 보채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위해 떼쓰는 아이다움이 없어 안타까웠어,

어쩌면 넌 본능적으로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었나봐,

한 번도 책 읽어라 한 적 없지만 넌 알아서 책을 친구했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천자문이며, 사자소학이며 명심보감이 어찌 네 눈에 들어 왔는지

너무 신기하단다.   지금도,

한  가지 부족한 운동신경으로 태권도사부에게 심한 모욕을 견디다 못해 태권도복을 입고

서점에 퍼질러 앉아 만화명심보감을 읽고 있던 모습을 어제 같이 기억한단다.

배움에 눈이 반짝이던 네가 무릎 꿇고 도저히 태권도장에는 가고 싶지 않다던 너를 보며

비난과 꾸중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려는 어른들의 편견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단다.

네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아팠던 마음, 나도 알고 있으므로 더욱 아팠단다.

뚜렷이 엄마의 초등시절을 기억하므로,

언제나 놀림을 받으며 나는 서서히 작아지고 무너지고 있었단다.

그렇게 초등시절이 다갈 무렵 네 외삼촌이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다 엄마가 다니는 학교에

전학을 왔지,

놀림의 주동자가 하교 길에 코피 터지도록 네 외삼촌에게 얻어맞는 것을 보며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랐는데

나는 네게 그런 상쾌, 통쾌를 줄 수 없어 미안하더구나,

나는 네게 그런 형제를 줄 수 없어 안쓰럽더구나,

잘 견뎌준 네가 너무 고맙고 너무 무성의했던 나의 책임감이 미안할 따름이야,

세상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착한 아들아,

너같이 멋진 녀석을 본 적이 없단다.

너같이 겸손한 녀석은 만나 본 적이 없단다.

너같이 지혜로운 녀석 역시 만나 본 적이 없지,

어른을 알고 스승을 알며 도의를 먼저 알아 버렸으므로

너같이 인성 바른 녀석을 만나보지 못했으므로

엄마의 오늘은 행복하고 엄마의 내일은 꿈결이란다.

엄마는 오늘도 네 생각을 하며 차량속도를 줄인단다.

조금이라도 너와의 시간을 벌기 위해,


부족하고 미련하고 못난 엄마의 말을 성경처럼 믿고 교리처럼 따르는 너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단다.

내 사랑 모아이!

네가 있었으므로 이제껏 삶은 꿈속이었고

네가 있었으므로 오늘의 삶은 만족의 연속이란다.

내 사랑 모아이! 졸업을 축하한다.

그래,

세상은 항상 너에게 고맙다고 느낄 것이며 미안하다고 느낄 것이야,

친구들의 쪽지처럼 말이야, 결국 넌 세상 위에 서게 된 거지,

넌 친구들 누구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도 없었고 고맙다고 말 할 필요도 없었다고

했지!

그게 바른 삶이고 바른 길이란다.

내 사랑 모아이!

이제 새로운 시작도 잘 해내리라 믿는단다.

교복을 입고 더욱 의젓해질 모습을 그리며 엄마는 너무 행복해,

귀공자 같은 네가 나를 만나 미안하고

성자 같은 네가 나를 만나 고마울 따름이야,

사랑한다.   내 사랑 모아이!


*모아이: 태평양 한 가운데에 떠 있는 이스터섬의 머리가 아주 크고 귀도 상당히 긴 형상의

               거석상을 일컬어,


글/이희숙

 

 

 

☆...내 사랑 '모아이'에게...☆

 

*감자

 

(노래는 양희은의 한계령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