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업보라고 하죠.
저는 카르마를 믿습니다.
환승 이별을 당했었어요.
벌써 3년 전 일이에요.
멍청하고 순진했던 스물 네살에 그 남자를 만났어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 하면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어요.
제가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주고 싶었어요.
결혼을 말하는 그 사람이랑 평생 함께하고 싶었어요.
우리 부모님도 만나고, 그 쪽 부모님도 보고 ...
오래 사귀다보니 조부모님까지 뵈었네요.
그렇게 서로의 집을 자연스럽게 챙기고 오가는 해가 쌓이면서 우리는 정말 진지한 사이가 됐구나 , 이 사람은 내 가족이 될 사람이구나 하고 너무 빠르게 착각을 했던걸지도 모르겠어요. 대체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은 제 삶의 일부였어요.
그래서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저는 현실 부정을 하기 시작했었어요. 제가 받은건 이별 통보도 아니었죠 어찌 보면, 그냥 제 인생에서 조금씩 사라지기로 결정한 사람처럼 어느 순간 피곤하다며 데이트 중에 먼저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 얼굴이 보고싶어 한시간 거리를 심야에 택시라도 잡아타고 오던 사람이 점점 제가 보고싶지 않다는 듯 연인 사이에 당연히 해야할 대화도 줄여가더라고요. 잠깐의 권태 혹은 새로 시작한 일이 너무 바빠서 정말로 그 사람 말대로 너무 지쳐서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크리스마스 주에도 일이 바쁘다고 말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전 주에 그 말을 들은 저는 그 말을 믿고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냈습니다. 새해전야에도 일이 바쁘다고해서 얼굴을 볼 수 없었어요. 어떻게 새해 전야까지 일이 바쁠 수가 있냐 정말 너무한다 했지만 일이 그런걸 자기보고 어쩌냐 하길래 저도 할 말이 없었죠. 괜히 바쁜 남자친구에게 투정 부리는 나쁜 여자친구가 될까봐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애써 부정했던걸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보낸 몇 년의 시간들을 믿었기 때문에 의심할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sns를 일절 사용하지 않던 저는 우연히 그 사람의 sns를 들어갔다가 유독 눈에 거슬리는 어떤 여사친의 댓글을 보게 됐습니다. 남자친구의 sns라고 하지만 평소에 전혀 찾아보지 않았었는데 그날 갑자기 들어가고 싶었거든요.
여자의 촉인가요? 방금 달린 평범한 댓글이 있었는데 그게 기분이 나빴어요. 정말 평범한 댓글이었는데 다른 여사친들의 댓글도 많았는데 유독 그 댓글만 눈에 거슬렸어요.
남자친구가 언젠가 그 여자 이름을 지나가듯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다른 친구들 얘기를 많이 해주는 남자친구였는데도 이상하게 그 여자 얘기는 듣자마자 묘했었어요. 얘기한것도 딱 한번이었는데. 딱 한번 그 여자 이름을 들었는데 그게 왜 거슬렸는지 이유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여자 계정을 눌렀는데, 그 여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주에 여행을 갔다는걸 알게됐어요.
피드에 올라온 게시글을을 쭉 훑어봤어요. 대놓고 남자친구의 사진이 올라오지는 않았어요.
남자친구랑 있다는 티도 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너무 좋다” 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올라온 음식 사진에 남자친구 집 식탁보와 접시세트가 보였어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집에 갔었구나, 뭐지? 이미 이성을 잃었지만 스크롤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여행 사진에는 풍경과 함께 남자친구의 카메라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게 찍혔더라고요. 그여자는 “깜짝 여행으로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다” 하고 그 사진을 올렸어요.
뇌가 정지된것 같고 심장이 쿵쿵 울리면서 설마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하고 한참 동안을 눈을 굴린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친구 집 식탁보, 그리고 제가 아는 그 그릇이었어요. 그리고 틀림없이 남자친구의 것인 그 카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와 그 해 6월 여름 휴가를 함께 갔을 때 찍은 그 지역 풍경 사진을 그 여자에게 보내줬었나보더라구요. 6월에 우리가 한창 휴가를 보낼 무렵에 찍었을 그 사진을 “이러니 내가 안좋아 할 수가 있나?” 하고 올려놨어요.
아직도 모든게 기억이 날 정도로 저에게는 깊은 트라우마랍니다. 언제부터였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집에서 밥을 해먹고 또 여행도 갔으니 만난지는 오래된 사이이고 최소한 반년은 나를 속였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화 내봐야 소용도 없지만 그 날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어찌나 나던지 아무것도 못하고 엉엉 울음만 나왔어요. 그러다가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요. 나는 뭐였을까? 이럴거면 왜 나에게 진작 말해주지 않은걸까? 왜? 나를 무시하면서 즐거웠던걸까? 둘은 내 존재가 우스웠던걸까? 친구들 중 몇이나 이 사실을 아는걸까? 저 여자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나만 바보된 느낌...
그날도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이 와서는 일이 겨우 끝났다는 그 사람에게 어, 그래... 수고했어 하니 화가 났냐고 풀어주려 하더라고요. 며칠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화를 내야할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또 부모님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그것도 모르겠어서 괴로웠어요. 결혼할 사이로 생각해서 사위처럼 대하던 남잔데... 헤어져야 하는데, 갑자기 왜 헤어졌다고 해야하지?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정상적으로 그 사람을 대할 수가 없었어요. 이미 정은 떨어졌지만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컸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고함을 질러야 하나? 이 사람의 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걸까?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그 사람은 대뜸 저에게 “지쳐하는 너를 두고보기가 너무 미안하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 같아지는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고 말하더군요.
바람 피는거 다 알아,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저는 바보였는지 그때는 그걸 말해서 뭘하나. 이미 우린 끝난걸. 하는 생각에 수긍하고 헤어졌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어요. 바람, 환승, 이별통보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고 내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같고 한심하고 슬펐어요.
그리고 두달 뒤, 저는 그 사람 프로필 사진이 그 여자 사진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눈치 보느라 헤어지고 마음껏 사진을 못올렸었겠죠. 저는 트라우마가 너무 깊게 각인되어서 한동안 밥도 못먹고 살이 10kg 가까이 빠졌었어요. 하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죽을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는건 못할 짓인거 같고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하고 열심히 다시 저를 돌봤어요.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에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적어도 폐인처럼 살지는 말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러던 중에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저에게 과분한 사람을 만났어요. 저는 상처가 너무 아파서 사랑 받고싶지도 주고싶지도 않았는데 제가 준비될 때까지 사랑 안줘도 된다고 받기만 하라고 한 남자였거든요.
그리고 지금 연애 2년째이고 결혼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가 알 필요는 없었지만... 사귄지 몇달만에 동거를 시작했고 동거 중에 임신했는데 식은 못올리고 그냥 살다가 결혼 생활 시작한지 1년만에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비교적 최근에 이혼 소식을 들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국 생각보다 행복하지는 않았나봐요. 물론 저에게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켠에는 그렇게 대단한 사랑이면 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니싶어 씁쓸하기도 한데, 한켠에는 어쩔 수 없이 통쾌한 마음이 있기는 하네요. 울다 지쳐 잠들었던 날이나 행복해보이는 사진들을 보면서 죽지 못해 살던 날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고소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전히 상처는 조금 남아있는거 같아요. 씻은듯이 나았다면 거짓말이고 아직도 때론 그때 받은 충격에 마음이 시리기도 하고 아파요. 스물 일곱살의 나를 꼭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어요. 하지만 가끔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때론 지금의 행복이 똑같이 깨질까 하는 불안감이 덜컥 들어서 자다가 깨기도 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곁에 있는 남자친구가 너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제 그런 심약한 부분을 알고도 상처까지 품어주는 바다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환승 이별 당하신 분들, 상대가 바람펴서 헤어지신 분들...
지금은 죽을 것 같아도 곧 조금씩 괜찮아지는 날이 올겁니다. 그리고 인생은 길잖아요. 꼭 더 어울리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날이 올거에요. 환승이별은 정상적인 이별이 아니라 바람에 불과하고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는 비겁한 짓이에요.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당신 곁에 둘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업보는 다 돌아오는거라 믿어요. 카르마가 그 사람들의 인생을 손봐줄테니 나는 내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정말 쉽지 않지만 조금씩은 괜찮아져요. 결국에 인생은 나를 위해 끊임없이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고 마음을 편히 먹어봐요. 힘내세요.
환승이별 당하신 분들께.
저는 카르마를 믿습니다.
환승 이별을 당했었어요.
벌써 3년 전 일이에요.
멍청하고 순진했던 스물 네살에 그 남자를 만났어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 하면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어요.
제가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주고 싶었어요.
결혼을 말하는 그 사람이랑 평생 함께하고 싶었어요.
우리 부모님도 만나고, 그 쪽 부모님도 보고 ...
오래 사귀다보니 조부모님까지 뵈었네요.
그렇게 서로의 집을 자연스럽게 챙기고 오가는 해가 쌓이면서 우리는 정말 진지한 사이가 됐구나 , 이 사람은 내 가족이 될 사람이구나 하고 너무 빠르게 착각을 했던걸지도 모르겠어요. 대체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은 제 삶의 일부였어요.
그래서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저는 현실 부정을 하기 시작했었어요. 제가 받은건 이별 통보도 아니었죠 어찌 보면, 그냥 제 인생에서 조금씩 사라지기로 결정한 사람처럼 어느 순간 피곤하다며 데이트 중에 먼저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 얼굴이 보고싶어 한시간 거리를 심야에 택시라도 잡아타고 오던 사람이 점점 제가 보고싶지 않다는 듯 연인 사이에 당연히 해야할 대화도 줄여가더라고요. 잠깐의 권태 혹은 새로 시작한 일이 너무 바빠서 정말로 그 사람 말대로 너무 지쳐서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크리스마스 주에도 일이 바쁘다고 말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전 주에 그 말을 들은 저는 그 말을 믿고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냈습니다. 새해전야에도 일이 바쁘다고해서 얼굴을 볼 수 없었어요. 어떻게 새해 전야까지 일이 바쁠 수가 있냐 정말 너무한다 했지만 일이 그런걸 자기보고 어쩌냐 하길래 저도 할 말이 없었죠. 괜히 바쁜 남자친구에게 투정 부리는 나쁜 여자친구가 될까봐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애써 부정했던걸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보낸 몇 년의 시간들을 믿었기 때문에 의심할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sns를 일절 사용하지 않던 저는 우연히 그 사람의 sns를 들어갔다가 유독 눈에 거슬리는 어떤 여사친의 댓글을 보게 됐습니다. 남자친구의 sns라고 하지만 평소에 전혀 찾아보지 않았었는데 그날 갑자기 들어가고 싶었거든요.
여자의 촉인가요? 방금 달린 평범한 댓글이 있었는데 그게 기분이 나빴어요. 정말 평범한 댓글이었는데 다른 여사친들의 댓글도 많았는데 유독 그 댓글만 눈에 거슬렸어요.
남자친구가 언젠가 그 여자 이름을 지나가듯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다른 친구들 얘기를 많이 해주는 남자친구였는데도 이상하게 그 여자 얘기는 듣자마자 묘했었어요. 얘기한것도 딱 한번이었는데. 딱 한번 그 여자 이름을 들었는데 그게 왜 거슬렸는지 이유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여자 계정을 눌렀는데, 그 여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주에 여행을 갔다는걸 알게됐어요.
피드에 올라온 게시글을을 쭉 훑어봤어요. 대놓고 남자친구의 사진이 올라오지는 않았어요.
남자친구랑 있다는 티도 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너무 좋다” 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올라온 음식 사진에 남자친구 집 식탁보와 접시세트가 보였어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집에 갔었구나, 뭐지? 이미 이성을 잃었지만 스크롤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여행 사진에는 풍경과 함께 남자친구의 카메라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게 찍혔더라고요. 그여자는 “깜짝 여행으로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다” 하고 그 사진을 올렸어요.
뇌가 정지된것 같고 심장이 쿵쿵 울리면서 설마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하고 한참 동안을 눈을 굴린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친구 집 식탁보, 그리고 제가 아는 그 그릇이었어요. 그리고 틀림없이 남자친구의 것인 그 카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와 그 해 6월 여름 휴가를 함께 갔을 때 찍은 그 지역 풍경 사진을 그 여자에게 보내줬었나보더라구요. 6월에 우리가 한창 휴가를 보낼 무렵에 찍었을 그 사진을 “이러니 내가 안좋아 할 수가 있나?” 하고 올려놨어요.
아직도 모든게 기억이 날 정도로 저에게는 깊은 트라우마랍니다. 언제부터였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집에서 밥을 해먹고 또 여행도 갔으니 만난지는 오래된 사이이고 최소한 반년은 나를 속였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화 내봐야 소용도 없지만 그 날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어찌나 나던지 아무것도 못하고 엉엉 울음만 나왔어요. 그러다가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요. 나는 뭐였을까? 이럴거면 왜 나에게 진작 말해주지 않은걸까? 왜? 나를 무시하면서 즐거웠던걸까? 둘은 내 존재가 우스웠던걸까? 친구들 중 몇이나 이 사실을 아는걸까? 저 여자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나만 바보된 느낌...
그날도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이 와서는 일이 겨우 끝났다는 그 사람에게 어, 그래... 수고했어 하니 화가 났냐고 풀어주려 하더라고요. 며칠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화를 내야할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또 부모님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그것도 모르겠어서 괴로웠어요. 결혼할 사이로 생각해서 사위처럼 대하던 남잔데... 헤어져야 하는데, 갑자기 왜 헤어졌다고 해야하지?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정상적으로 그 사람을 대할 수가 없었어요. 이미 정은 떨어졌지만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컸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고함을 질러야 하나? 이 사람의 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걸까?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그 사람은 대뜸 저에게 “지쳐하는 너를 두고보기가 너무 미안하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 같아지는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고 말하더군요.
바람 피는거 다 알아,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저는 바보였는지 그때는 그걸 말해서 뭘하나. 이미 우린 끝난걸. 하는 생각에 수긍하고 헤어졌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어요. 바람, 환승, 이별통보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고 내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같고 한심하고 슬펐어요.
그리고 두달 뒤, 저는 그 사람 프로필 사진이 그 여자 사진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눈치 보느라 헤어지고 마음껏 사진을 못올렸었겠죠. 저는 트라우마가 너무 깊게 각인되어서 한동안 밥도 못먹고 살이 10kg 가까이 빠졌었어요. 하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죽을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는건 못할 짓인거 같고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하고 열심히 다시 저를 돌봤어요.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에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적어도 폐인처럼 살지는 말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러던 중에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저에게 과분한 사람을 만났어요. 저는 상처가 너무 아파서 사랑 받고싶지도 주고싶지도 않았는데 제가 준비될 때까지 사랑 안줘도 된다고 받기만 하라고 한 남자였거든요.
그리고 지금 연애 2년째이고 결혼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가 알 필요는 없었지만... 사귄지 몇달만에 동거를 시작했고 동거 중에 임신했는데 식은 못올리고 그냥 살다가 결혼 생활 시작한지 1년만에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비교적 최근에 이혼 소식을 들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국 생각보다 행복하지는 않았나봐요. 물론 저에게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켠에는 그렇게 대단한 사랑이면 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니싶어 씁쓸하기도 한데, 한켠에는 어쩔 수 없이 통쾌한 마음이 있기는 하네요. 울다 지쳐 잠들었던 날이나 행복해보이는 사진들을 보면서 죽지 못해 살던 날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고소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전히 상처는 조금 남아있는거 같아요. 씻은듯이 나았다면 거짓말이고 아직도 때론 그때 받은 충격에 마음이 시리기도 하고 아파요. 스물 일곱살의 나를 꼭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어요. 하지만 가끔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때론 지금의 행복이 똑같이 깨질까 하는 불안감이 덜컥 들어서 자다가 깨기도 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곁에 있는 남자친구가 너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제 그런 심약한 부분을 알고도 상처까지 품어주는 바다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환승 이별 당하신 분들, 상대가 바람펴서 헤어지신 분들...
지금은 죽을 것 같아도 곧 조금씩 괜찮아지는 날이 올겁니다. 그리고 인생은 길잖아요. 꼭 더 어울리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날이 올거에요. 환승이별은 정상적인 이별이 아니라 바람에 불과하고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는 비겁한 짓이에요.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당신 곁에 둘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업보는 다 돌아오는거라 믿어요. 카르마가 그 사람들의 인생을 손봐줄테니 나는 내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정말 쉽지 않지만 조금씩은 괜찮아져요. 결국에 인생은 나를 위해 끊임없이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고 마음을 편히 먹어봐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