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의 산책

럽이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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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의 산책

정병숙

저녁은 너무 일찍 찾아들었다
길나선 달빛보다 먼저 옷 갈아입고
야생의 영혼들 마른 옷깃 흔드니
갱년기 앓던 민들레의 봄꿈이
홀씨처럼 피어난다
남몰래 아픈 이들,
저녁은 길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나무에서 나무로
얼었던 내 혈관을 타고 흘러
말랐던 감각의 관다발을 흔든다
살아야겠다 다짐하는 안개바람 속
도둑고양이 한 마리 쓰레기 뒤적이고
전선 없는 전봇대에 바람이 매달린다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자동차의 행렬
꼬리가 길다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