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여) 연봉5000만원과 맞바꾼 삶

퐁당퐁당병아리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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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간 병원. 퇴근하고 홍대에 있는 병원에 들렸다.


남들에겐 평범한 6시 퇴근 그리고 주40시간 근무.
주변에서 말하는 늦은 퇴근은 밤10시. 아무리 빡센 야근을 한다해도 52시간 근무. 주변을 돌아보면 퇴근후,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 주말엔 여유로운 휴식으로 행복한일상을 보낸다. (물론, 각자 다른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무튼 그래서, 나의 평균 근무시간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앖다.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그렇게 일하냐고 말하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2020년인데 나의 노동강도는 80~90년대 니까. 새벽2시에도 업무 카톡이 울리는 자연스러운 업종. 비상식적인 업무.

누가 그렇게 일 하라고 등떠민건 아니다. 그냥 일이 많다.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맞다. 일을 안하면 그만인데, 직장인은 그럴수가 없다. 일 안할거면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하고싶어도 적당히가 안된다. 왜냐면, 늘 최고를 원하니까. 사공이 많으니까. 맡은바 책임을 다해야하니까. 오늘도 난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직업이지만 사공들의 요구조건을 맞추다 보면 컴퓨터나 다름없다는 기분이 든다.

일도 일이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는 개인주의때문에 더 고단하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회의는 길어지고, 확답을 하지 않는다. 효율적이지 못한 회의가 끝나고 메일이나 회의록으로 기록을 남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나의 본 업무는 6시 이후부터 진행이 된다. 결정된 건 없고, 시간은 흐르고..
회사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보직자들도 발빼기에 급급하다. 팀원이 타 부서에서 터지고 와도 싫은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복잡한 결재 라인이며, 대기업 이지만 시스템의 부재로 잔업무가 많은 곳. 사람이 없다고 말하면, 어딜가나 다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상사가 있는 곳. 사업은 벌려야만 하고, 사업을 위해서는 직원의 행복은 무시되는 성과주의.

바닥 부터 8년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이 일이 이해가 안될때가 많다. 나도 이해가 안되는데 가족.친구.연인에게 내 일을 이해시킬 수 없다.

주80시간 근무는 꽃다운 31살의 젊음과 연봉 5000만원과 맞바꿨다 생각한다. 연봉 5000만 보면, 작은돈은 아니다. 나도 안다. 근데 80시간으로 따져봤을때 내 시급은 5300원꼴... 물론 연봉도 연봉이지만, 비전이 있는 회사라서 이직을 결심한 거였다. 더 큰 목표와 나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프고 우울하니 다 소용이 없다. 일 하느라 주변사람을 챙길 여유도 없으니 친구도 몇 안남았고, 멀리 사는것도 아닌데 가족도 일년에 몇번 못본다. 내 선택이라 누구의 탓을 할 수 도없는 현실. 젊음을 무기로 도전한 이직. 이직한지 9개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선택이어서 다행이다. 난 지금 많은걸 느끼기고 있으니까.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더라도 나의 삶이 유지되었을때 열정을 발휘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니까. 일을 하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일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장치여야 한다. 이 글을 읽으며, 누군가는 그럴것이다 요즘 애들의 투정이라고.....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워라벨을 위해 떠나는 직장인들도 주변에 많아졌으니까.

코로나로 인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일이 있음에 감사하라고 말하는 주변사람들. 얼마전 동생은 코로나로 인해 업계상황이 좋지 않아 실직했다. 힘들다는 얘기를 꺼낼수 없다. 하... 감사한 마음 반, 회사가 미운 마음 반을 안고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정도 연봉이면 나도 그렇게 일하겠다.”라고... 아마 그들은 그렇게 일을 안해봤기 때문에 쉽게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난 책임감 하나로 주 80시간씩 8개월을 일하면서 불행하게 버텼으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지만 너무 지쳐 하고 싶은것도 없다.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쪽 업계를 떠나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