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한 여친에게 연락하고 싶어요

이제는2020.06.08
조회106,365
밤에 그녀가 보고싶고 연락하고 싶은 마음에 글이 좀 이상해도 이해해주세요..

얼마 전 저는 여친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원인은 대장암 발병이었습니다

한달 전쯤 밤에 갑작스럽게 구토를 했고 밤에 응급실가서 수액이나 맞으러 가야지 하고 갔다가 CT 찍자고 해서 보니 대장 안쪽이 부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입원을 4일하고 금식을 하고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시경이 끝난 후 의사가 상당한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서 일부를 조직 검사한다고 했습니다

혹시 암일 수도 있냐고 물어보니 검사결과는 나와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병원에 내원해서 결과를 들었습니다
의사가 빨리 상급병원 알아보라고 암이 맞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듣는순간 여자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어릴 때 가정형편으로 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고 어머니는 정서적으로 절 학대했습니다

부모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애정결핍이 있었던 제가 지금은 타인과 잘 지내고(물론 낯은 많이 가리긴 합니다만) 사회생활도 잘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7년동안 만났던 여친과의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누리고 사랑을 느낄수 있어서 였습니다

거기다 군복무도 늦게 시작한 저를 기다려주고 이제는 성실하게만 살면 될줄 알았습니다

비록 벌이는 적어도 정년까지 보장되어있고 서로 지탱해주고 그렇게 살면 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장암이라니...

하늘이 무너진다는게 이런 의미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날 집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왜 나인지
이제야 행복을 찾았는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가족력도 없고
비만도 없고
술담배도 안했고
나이도 만으로 서른이 안됐는데

왜 내가 걸려야 하는지 너무 어이없고 슬펐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방의 상급 병원에 가게 되었고 입원 전날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결혼도 안한 저의 병간호까지 보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전 입원을 했고 수술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회복을 기다리고 있으며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로 전이 여부를 판별합니다)

수술 후의 고통이 며칠이 지나고 사라지자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며칠전 병동을 걷는데 그녀가 보고싶어서 걷다가 울어버렸습니다 아파서 그랬는지 더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매일 부모님 대신 보호자로 와서 병간호 해주는 친구는 힘들때 기대는 게 그렇게 나쁜거냐고 제 선택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이 그런데 한 번 연락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전 친구의 이야기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더이상 그녀가 힘든것도 싫고 저말고 보통의 다른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한편으론 이 생각이 회피하려는걸 합리화 하려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 복잡합니다

일단 저는 연락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빨리 회복하는게 그녀가 빨리 맘을 털수 있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 이야기를 이렇게 털어놓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제 이야길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