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회의감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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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때 공부를 안했어요 아니 사실 공부만 안한게 아니라 그냥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어요 애들하고 몰려다니면서 술담배나 하고 싸움도 여러번 크게해서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온적도 많고요 밤엔 삼치기나 하면서 돌아다녔고 누구를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쓰레기짓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존재자체로 다른애들이 불편했을 거 같네요 그 외에도 학교에서 여러가지 사고도 많았고 부모님 속도 썩이고 가오에 찌들어서 술사진 페북에 올리고 그렇게 학생같지 않은 창피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그 결과 당연히 수도권 4년제는 꿈도 못꾸게 됐고 경제적 형편도 좋지않아 지방에서 자취도 할 수 없어 그냥 수도권 전문대에 원서 넣었습니다 그나마 고3 2학기때 미래가 불안해서 벼락치기로 조금 공부룰 해서였을까요 중고등학교를 보내온 제 한심한 모습에 비해선 정말 괜찮은 보건전문대에 들어갔습니다 뭐 그래봤자 전문대긴 하지만요 그래도 운좋게 붙었으니 이게 마지막 기회다하고 중고딩때 놀던 애들 대부분하고 연 끊고 페북 인스타 다 계삭하고 정말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갑자기 왜 그랬던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고2때부터 막연히 엄습해온 미래에대한 불안감, 속만 썩이고 공부는 안하는 아들에게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하고싶은거, 갖고싶은 걸 맞춰주려 한 부모님께 고맙고 미안해서,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아직 노후 자금을 마련못하신 부모님께 하루라도 빨리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싶어서, 고등학교때 아무생각없이 쳐놀던 내가 꼴보기싫어서 등등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래서 대학교 들어가고 난 뒤론 고등학교때 하루 30분도 안하던 공부를 "한심하게 살고싶지않다" "부모님께 잘 해드리고 싶다" 이 두가지 이유만으로 핫식스를 달고살며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공부했습니다 다 신경쓰지않고 공부만 했다면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인간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친구들과도 적당히 어울려줘야했어요 특히 이때까지 놀던 애들하고 다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다시 인간관계를 만들어야했죠 같이 술마시거나 노는날엔 무조건 밤 새고 공부했습니다 주말엔 알바도 했고 그리고 3학년때부터 토익준비해서 학점 4.3에 토익 940 졸업 후 작치 면허시험을 합격하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병원에서 요구하는 우대사항 조건들을 충족한 뒤 군대를 다녀오고 바로 취직했습니다 26에 대학병원 작업치료사, 정말 나쁘지않은 인생인 거 같았어요 하면 되는구나 라는 성취감,뿌듯함 등을 느끼며 이제 부모님께 보답하면서 부끄럽지않게 살아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몇년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잠시만 편하게 살자며 잠도 맘놓고 푹 자고 페북 인스타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근데 우연히 본 sns속 중고딩때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더 잘나가고 있더라고요 분명 다들 클러치백 차고 번화가에서 몰려 다니면서 웃통 벗고 문신보이면서 술사진 올리는 건 옛날하고 똑같은데 타고 다니는 차, 입는 옷들은 너무나 달라져있었어요 삼치기하던 애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다 외제차를 끌고 디스커버리,스파이더 입던 애들이 지금은 다 명품을 두르고 담배값으로 싸우던 애들이 이젠 돈다발 사진을 올리고 있었어요 전 그 사진들을 보자마자 이때까지 내가 했던건 뭔가 싶고 너무 허탈하고 지금까지의 노력에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문득 무슨 재주로 돈을 버는건가 궁금해서 늦게라도 철들어서 기술 배운건가 싶어서 그나마 좀 철들어서 아직까지 연락하고있는 몇 안되는 고딩친구에게 물어봤는데 애들 그냥 예전이랑 똑같이 지낸다는 말을 듣고 너무 힘이 안나서 그냥 여기에 하소연 해봐요 뒤에서 이러는 거 찌질한 거 아는데 그냥 주절주절 하고싶었어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