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이 문장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 분입니다. 2019년은 정말 봄이었어요. 화학 시간은 단조로웠습니다. 수업을 들으려고 일어서서도 졸고, 두 시간 연강인 날이면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 한숨을 쉬고, 앞길이 막막해 보이는 시험 문제에 평균 시험 점수가 칼로 썰어낸 듯 떨어지고. 하지만 선생님은 졸더라도 스탠딩 책상을 두고 경쟁하고, 그 어려우면서도 수준 높고 깔끔한 문제에 감탄하게 만드셨죠.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이런 모의고사 필적 확인란 문구 같은 문장의 뜻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이 문장을 처음 들은 지 3년 만에 이해했어요. 이해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문학 수업보다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참에 문학 선생님을 하시는 건 어때요? 더 잘하실 것 같은데. 시험지에서도 저는 선생님께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화학을 한 번 더 보라는 의미이셨겠죠? 시험을 쉽게 풀라는 큰 뜻이었겠죠? 수능특강 2점 문제를 풀게 하셨지만 날개 문제에서 출제하셔서 학생들이 뒷목을 잡게, 아니 무릎을 치게 만드셨죠.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화학에 관심을 가지라는 경고는 확실히 하셨습니다. 24번 문제 덕분에 학생들의 화학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을 겁니다. 10분 전에 시험지에서 눈을 떼고 엎드렸을 학생도 선생님의 치밀한 계획에 걸려들어 적어도 5분쯤은 24번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겠죠. 시험이 끝난 뒤 선생님은 저희를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셨습니다. 자만하지 말라는 의도겠죠? 덕분에 꽤 많은 학생들이 화학에 조금이나마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새로 오신 화학 선생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