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차이 남자친구와의 결혼

ㅇㅇ202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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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이 강한 곳에서 조언을 얻고싶어 결시친을 찾아 글을 씁니다.
친한 친구, 언니한테 말한다는 심정으로 편한 어투로 글을 작성하는 점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나는 수도권 한의대, 교대 중 하나 재학 중인 21살 여자야.
남자친구랑 연애한 지는 2년 반째고 학원에서 사제관계로 만났어.
내가 고3때 왕따를 당해서 자살기도를 하고, 친구, 가족 아무도 날 돌아보지 않을 때 나를 지탱해줬던 게 너무 커서 그 시기를 계기로 연인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음...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했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모두 등돌려서 학교에서 말붙일 사람, 밥먹을 친구 하나 없이 버티는 시기가 못견디게 힘들더라. 그냥 죽고싶었어. 하루에도 수십번씩 울었고, 매일같이 학교 옥상, 집 창문밖을 뛰쳐나가는 상상을 했었던 거 같아.

사실...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시작부터 틀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 사람이 나한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고 하니까(학교에서 왕따+집에서의 무관심+고3 입시) 졸업할 때까지만 사귀고 헤어져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어. 나한테는 너무 따뜻한 남자친구지만... 미성년자랑 연애하는 성인이 제대로 된 남자일수가 없다는 거. 그리고 첫 연애에 15살 넘게 어린 내가 남자친구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거... 중간에 직장동료랑 바람피운 걸 걸렸던 거...? 이런 게 계속 걸려서 '얼른 헤어져야지'를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살았어.

사실 내 고민은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야.... 나는 수능 치자마자 정리하려고 마음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수능을 치고 난 직후에 엄마가 모든 걸 알아버린 거야. 내가 남자친구랑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전부 봤어. 원래는 독서실에 두고 다녔는데 수능치고나서 침대 밑에 숨겨뒀었던 걸... 방정리를 하다가 본 거야. 그래서 내가 남자친구랑 나눈 대화, 언제부터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는지. 스킨쉽은 어디까지 했는지... 이런 걸 알게됐어. 엄마가 너무 충격을 받았고, 딸의 앞길을 망칠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어.

거기서부터 지옥이 펼쳐졌어.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전부 나한테 쏟아냈지. 아침 눈뜨면서부터 잠에 들 때까지 엄마는 그 편지를 하루종일 분석하고 한 문장 한 문장씩 나한테 추궁하고.... 24시간 내내 그것밖에 안했어. 직장에서도 계속 생각하고, 오밤중 자다가도 갑자기 나를 깨우고. 밥먹다가도 화를 내고, 때리고, 머리채를 뜯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너가 그렇게 됐냐.'
'너는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고 영악하냐 악마가 따로없다'
'부모가 허수아비냐? 네 마음에 안들면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거야?'
'너는 어떻게 뒤로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면서 당당하게 얼굴까고 반장을 한답시고 다니냐'

(참고로 우리 엄마는 내가 왕따 당한다고 말하면, 내가 괜찮은지부터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나를 이상하게 볼 사람이거든. '평범함'을 최고 미덕으로 따지는 사람이라서 자기 기준에 안맞으면 어떤 상황이던간에 사람을 참 이상한 병신 취급해. 그 다음에 둘이 언쟁이 붙었을 때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상대방 치부를 끌어다가 '...너가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못어울리고 왕따당하고 다니지'라고 할 위인이라서 말 안했어. 그 말은 도저히 못듣겠어서. 정말.... 안듣고싶어서. 내가 말 안한 게 그렇게 잘못한건가? 난 아직 모르겠다. 부모 맘에 흉남기고 어쩌고 그런 거 생각하기 전에 내가 뒤질 판이었는데....)

그날부터 내 인생에 자유는 없었어. 졸업하는 2월까지 엄마가 다 학교고 어디고 픽업하고, 친구관계는 다 정리해서 아무도 못만나게 되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삶을 살았어. 책을 읽으면 이상한 사상이 물들 수 있으니까 다 검열받고 읽어야하고,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꼭 혼자 해보고 싶었던 공부(영문학, 영시) 이런 건 학원 선생 생각난다고 못하게 하고 그런 식으로. (이때 너무 힘들어서 진짜 죽으려고 했는데 아직 살아있네 ㅋㅋㅋㅋ 참 사람 일 모른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도 마찬가지였어. 나 술자리 한번도 안가봤고, 대학교에 친구도 거의 없어. 사람 무섭다고 아무도 못사귀게 하거든. 전화를 30분 간격으로 해야돼. 엄마가 전화 안받을 때는 사진 찍어서 바로 보내야하고. (30분 간격으로 보고하는 거 진짜 사람 미치게 한다. 아무것도 못해 진짜 아무것도. 뭐든간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까.)
강의들을 때는 영상통화로 강의실 들어가는 거, 나오는 거 인증해야하고. 그냥 이런 거 이해해줄 친구 사귀는 거 대학 4년이 아니라 14년 다녀도 못찾을 거 같아서 그냥 자발적 아싸로 다녀. 아무랑도 얘기 안하고. 이것도 에피소드가 너무 많은데.... 여기 다 못적겠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멍하게 살았어. 엄마가 이런것들 안지키면 죽어버릴거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수가 있나. 기숙사도 못믿겠다고 왕복 4시간거리 통학하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날 하루 브리핑하는 게 일과인 삶을 살았어. 인간이 아닌 1년을 보냈으니까 학점은 그대로 말았지. 도저히 공부할 수가 없겠어서 그냥 안했어. 공부할 정신이 들 정도로 집중하면 내가 겪고 있는 일상이 너무 괴로운 게 상기돼서 그냥 정신을 놓고 다녔어. 병신처럼.

아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냐. 내가 죽어도 싼 짓을 저지른 건 맞는데, 지금 1년 반 좀 넘었거든? 엄마 저런 지? 나 진짜 곧 죽을 거 같아 사람 사는 게 아냐. 한 3개월 정도는 고개 푹 숙이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했어. 일기 쓰고 그날의 심정 쓰고. 내가 생각하는 거 하나하나 적어서 제출하고. 근데 그게 점점 힘이 든다. 나 이럴거면 왜 사는건지 모르겠어. 내가 인간이 맞나? 그래서 나는 엄마 보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고 증오스러운데 엄마는 자꾸 왜 자기를 그 전에 남자친구, 친구들처럼 안대하냐고 그래. 친구, 남자친구랑은 한 시간 두 시간이고 통화했으면서 부모 얼굴보고는 얘기 10분도 못하냐고. 근데 그런 엄마를 보면 너무 미안하고 괴로운데, 또 너무 힘이 들어. 근데 이렇게 생각하는 스스로가 패륜아 같아서 또 너무 싫고....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노답인 건 나 아직 남자친구랑 사귀는 중이야. 그냥 남자친구 명의로 새로 폰을 파서 그걸로 연락하고 있어. 만나서 오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 정도 겨우 그러고, 한 20분 보는 건 주 2회 정도는 보는 거 같아.
남자친구는 나랑 줄곧 결혼하자 그래. 내가 전공은 확실하니까 그냥 대학졸업하기 전에 혼인신고하자고. 강사 일을 하지만 페이는 괜찮은 편이야. 학원 원장이라서 월 천에서 이천은 벌어. 이미 남자친구가 집이랑 차도 있고. 그래서 나랑 남자친구 수입이나 안정성을 따지면 가정을 꾸리는 데는 지장 없을 거 같아서 그렇게 하려고 줄곧 생각 중이었어.

그냥 도피성이지. 나 맨몸으로는 엄마한테서 못벗어날 거 같아서. 칼들고 찾아올 거 같아서. 둘이 같이 죽자고 할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그냥 이 남자랑 결혼하려고 그래. 이런 내 삶을 받아줄 다른 남자는 이 세상에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이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이 사람 이상한 거 모르는 거 아냐. 대학와서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까 찜찜한 게 한 두가지가 아냐. 근데 지쳤어 이제. 뭘 더 따지고 생각할 겨를이 없어. 그냥 차악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어.




근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걸까....? 나 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