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들녘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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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저수지의 살얼음이 햇볕에 바래던 광목천같다.

여름내내  무성했던 포도나무는 여태도 땅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농부의 손길이 떠난 배밭은 아직도 까치를 쫒던 거울이 햇볕을 반사시키고

가으내 그리움의 손짓을 멈추지않던 갈잎은 빗질하지않은 늙은이 머리칼같다.

 

작은숲의 참나무도 잎새하나 달지않은 앙상한 모습이 을씨년스럽고

폴짝이는 새한마리 건사하지못하는 아카시아나무는 찬바람만 싸고돈다

주변의 어느것을 보아도 살아 움직이는게 없다.

추수 끝에 남겨진 쭉정이들만 황량한 겨울의 들녘을 방황할 뿐...

 

안개 병풍처럼 둘러쳐진 황톳길 끝쯤에 아파트 군락이 보이고

발전의 상징이었던 공장의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겨우내 허송세월로  탕진한거같아 상실감은 더더욱 커져만가고

즐거운 꿈길이라도 걸어볼 심사로 애써 잠을 청해보지만 천장만 눈앞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여름의 푸르름이 그립다

텃밭엔 상추가 자라고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이젠 장갑을 끼지 않아도 달팽이나 배추벌레를 잡을수있는데...

호미들고 밭에나가 땀 범벅이되어 일하는게 차라리 즐겁다.

 

이른아침 이슬먹은 오이한입 베어물면 상큼한 향이 입안가득 번지고

빨간 도마도하나 덮석 깨물면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한층 돋우고

하얀 배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연분홍 복숭아꽃의 화사함에 왜 가슴은 그리도 시리였을꼬!

우물가 자백이에 노오란 송화가루 둥둥 떠있는 물위에 그리운 이름하나 손가락으로 써 봤었지.

 

추수가 끝난 옥수수밭에  산비둘기 한쌍 한가롭다.

재빠른 청솔모는 여전히 이름모를 묘지위를 넘나드는데....

얄궂은 겨울 날씨마냥 메말라가는 내가 싫어

텃밭에 나가 땀흘리며 일할수있는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