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다시 키워도 될까요? (+추가)

보고싶다2020.06.30
조회14,246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주부예요.

늦은 새벽에 비도 오고 머리가 복잡해 오랜만에 네이트판을 찾아 로그인까지 했네요. 우선 카테고리와는 맞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곳에서 현명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글 남기는 점 이해 부탁드려요!

저는 2년 전, 애지중지 유난떨며 키우던 5살 말티즈 두부를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지만서도 사실 아직 혼자 눈 감은 두부를 본 그 시간 그 공간이 너무 생생해서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을 때가 많답니다.

아무튼 두부를 보내고 1년 뒤 저는 결혼을 했는데, 신혼을 즐기고 있는 요즘 강아지를 다시 키우고 싶단 마음이 너무 크게 들어요. 남편 직업 특성상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하루에도 수십번을 고민해요.

충동적으로 '그래, 키우자' 싶다가도 '아냐, 안 돼' 하고서 부랴부랴 다른 생각을 하고자 스스로 화제 돌리기를 반복하죠. 그렇게 점점 스트레스 받던 찰나에 왜 혼자 이런 의미없는 갈등을 해대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죄책감이 들어서.. 그래서 강아지를 다시 키우고 싶은 것 같아요.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항상 말티즈만 보이고 그 중에서도 두부랑 닮은 아이만 눈에 아른거리는 걸 보면요.

넓은 새 집에서 뛰어다니게 하고 싶고, 주부니까 시간도 더 많이 보내고, 그만큼 산책도 자주 시키고, 때론 여행도 다니며 더 좋은 곳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우리 두부는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두부 닮은 아이를 키우면서 두부한테 못 해준 걸 해주고 스스로 죄책감을 덜고 싶어한다는 게 결론이에요. 너무 갑작스런 이별이었던 터라, 저는 아직도 자꾸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 미안해서 죽을 것만 같거든요.

고작 5살에 강아지별로 돌아간 두부가 하늘에서 절 원망하고만 있을 것 같은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날이면 너무 맘이 아파서 못 견딜 지경이네요.

그래서 차라리 어디 두부 닮은 유기견 한 마리라도 데려와 두부한테 못 다해준 것들 다 누리게 해주며 남편이랑 오손도손 살고 싶어요. 물론 신랑도 백번천번 동의하는 입장인데, 그치만 한편으론 이별하는 아픔이 뭔지 알기에 두려운 마음도 커서 쉽게 맘을 정하진 못하겠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강아지 키워도 될까요?



(추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엥! 오늘의 판이라니.. 새벽에 감성 충만한 채로 끄적거린 글인데 많은 분들이 봐주셨네요 다들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우선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두부는 유전적 질병 때문에 수술을 해도 자꾸 재발이 돼서 많이 고생했어요 아프기 시작하면서 전 일도 관두고 두부랑 시간을 많이 보냈고 주변에선 너만큼 강아지 키우는 애도 없을 거란 말도 종종 들었네요!

이상하게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니 잘해주고 좋았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못해준 것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아, 지금은 강아지를 데려올 만한 환경이 아주 잘 돼 있어요 돈 걱정 없고 시부모님/친정부모님도 걱정 없구요. 또 애기 계획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랑 애기랑 잘 지낼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런 계획들도 다 정리가 된 상태예요!

물론 남편도 강아지를 키우면 얼마나 돈이 나가고 또 정말 애기 키우듯 잘 보살펴줘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다만 제 맘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다른 반려인들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나 해서 끄적여본거구요 ㅎㅎ

또 한 가지 느낀 게 많은 얘길 봐도 확신이 안 서는 것 보니 아직은 맘의 준비가 되진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시간이 지나도 제 맘이 지금과 같다면 그때 입양할까 해요

당장은 강아지별로 돌아간 두부가 이젠 아프지 않고 먹고 싶은 거 맘껏 먹고 여기저기 뛰어놀면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먼서 스스로 달래보려구요 근데 너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ㅠㅠ 죽겠네요,,,

ㅋㅋ 아무튼 여러분덜 다들 감사드리고 세상에 수많은 반려인 분들 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거슬리는 댓글이 있어 한마디 하고 갈게용

중반에 일찍 결혼했다고 해서 가방끈이 짧진 않아요 주부라고 하는 일이 없는 게 아닐 뿐더러 프리랜서라 제 앞으로도 수입이 꽤 된답니다 대체 뭐가 아니꼬운지 모르겠지만,,, 우리 긍정적으로 살자구요~! >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