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본 내 10대에는 항상 네가 있어

이뷴밥2020.07.01
조회193

네가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이 글이 닿고 닿아서 너에게 갈지도 모르겠단 마음으로 글을 적어봐.


널 만난 건 내가 고등학교 1학년 . 너는 중학교 3학년이였었지. 아직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면 1년이나 남은 시점이였는데 너는 내 페북을 어떻게 알았는지 내년에 누나 다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잖아. 모르는 사람과는 관계를 잘 쌓지 않는 나였어서 그냥 대충 답을 했었지. 그때는 널 아직까지도 잊지 못할 줄 알았을까? 몰랐으니까 지금까지 후회중이겠지.

내가 늦게 답장을 하고 항상 단답으로 대답을 했지만 넌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계속 연락을 했잖아.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일상을 나에게 매일 보고하다시피 하고 나도 어느새 네가 늘 연락을 하던 시간에 연락이 안 오면 계속 핸드폰을 쳐다보게 만들었지.

근데 그냥 그 정도였어. 친한 동생이 생긴 기분이였거든. 그리고 그렇게 연락을 지속하다 네가 오고 싶다던 우리 학교에 왔고 넌 동생에서 내 후배가 됐지. 새학기 첫날 너를 발견하면 꼭 인사해달라는 널 생각하며. 강당에서 널 찾았어. 사람이 정말 많았지만 멀리서 봐도 너인 줄 알겠더라.

생각보다 키가 크고 누가봐도 훈훈하다 싶었는데 내 친구가 너를 보고 잘생겼다 말할 때 나는 일부러 시큰둥하게 반응했어. 뭐가 잘생겼냐고 진짜
그렇게 보이냐며..ㅋㅋㅋㅋ 진심은 아니였는데. 그때는
뭔가 늘 쿨하게 말하고 싶은 병이 있었나 ...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보면 인사하라고 졸라대더니 넌 나를 발견하지 못하더라? 뭐 상관은 없었어. 그렇게 입학식 겸 개학식이 끝나자마자 넌 나에게 연락을 했지. 누나 대체 어딨었냐면서 계속 찾았는데 안 보였다며.. 그래서 난 '내 친구가 너 잘생겼대' 라고 보냈어.

별 의미없이 그냥 할 말이 딱히 없어서. 너무 사소한 거 하나하나 말하면 너와의 추억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아서 이제 장소별로 시간별로 내 기억에 남았던 너와의 추억들을 말해볼게.


체육대회

새학기가 시작된 지 좀 지나고 체육대회의 계절이 왔어. 모두가 들떠 있었지. 너랑 나도 곧 있을 체육대회에 대해서 말하고 말이야. 나랑 내 친구는 체육대회를 위해 헤어밴드도 사고 얼굴에 반짝이도 사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어.

그리고 체육대회 당일날이 됐지. 나는 계속 네가 신경쓰였어. 축구도 잘하고 농구도 잘하는 너는 체육대회에서도 열심이더라. 친구랑 대화하는 척 하면서 경기를 뛰는 널 계속 보고, 다른 애를 언급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그 옆에 있는 널 봤었어.


네가 경기를 다 뛰고 물을 마시러 벤치로 왔을 때 넌 나를 계속 쳐다봤잖아. 난 너는 전혀 안보이는 척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했지만 사실 엄청 신경 쓰였어. 네가 경기가 끝난 바로 그 후부터 네가 어디로 오나 동선까지 신경쓴 난데 그 시선을 눈치 못 채겠어..? 그러고 보면 난 항상 '척' 만 했었네. 지금은 그게 가장 아쉽네. 어쨌든 난 물통에 물을 채우러 학교 안으로 들어갔는데 하필 니가 축구부 애들하고 들어오는 거야.


우리 연락은 정말 많이 했지만 내가 니가 와서 인사할때마다 도망치듯이 해서 실제로는 어색한 사이였잖아 . 근데 하필 식수대에서 널 보게 된거야. 정말정말 당황했지만 싫지 않았어. 너는 날 보며 밝게 인사했잖아. 난 또 우물쭈물 인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하는 것도 아닌듯이 반응했지.


난 지금도 그때도 왜이렇게 멍청한건지.. 그리고 정적이 흘러서 얼른 물을 받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너는 물을 마시고 날 한번 더 봤지. 옆에 있는 너의 친구들이 차례로 물을 마시는 동안 난 물을 받고 있었고 넌 날 계속 쳐다보더라. 부담 스러워서 물은 반도 못 받을 채로 얼른 물병을 뗐어. 그리고 또 도망치듯이 나가려 했고 너와 나의 거리도 꽤 벌어졌을 때쯤 니가 나를 불렀잖아. 넌 '누나 오늘 예쁘네' 라고 소리치며 웃었지.


한편으론 니가 그날 유독 꾸민 날 봐주고, 뭐라 말해주길 바랬는데 상상도 못한 타이밍에 니가 던진 말에 난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또. 어정쩡 하게 미소 지으며 밖으로 성급히 나갔어. 그리고는 남은 시간은 온통 네 말만 내 머릿속을 맴돌아서 지금도 체육대회에 뭘 했는지 떠올리면 너밖에 기억이 안나더라.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니지만 난 체육대회 때의 니가 자꾸만 생각나.



네가 좋아하던 사람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고 넌 고 2가 됐고, 난 고3이 됐지.
네가 중3이고 내가 고1때부터 연락을 했었는데 시간 참 빠르다 싶었어. 네가 1학년때 체육대회 말고도 넌 나에게 꾸준히 마음이 있는 듯 굴었잖아. 예를 들어서 내 친구를 통해 네가 날 좋아한다는 말을 전해 듣는 경우나, 네가 매번 시험기간마다 같이 도서관을 가자고 했던 경우 같은 거 말이야.

난 또 그게 부담스러워서 난 내 친구하고 갈 테니 올거면 너도 친구 데리고 내가 있는 도서관 독서실로 오라고 했었지. 난 생각보다 남자한테 엄청난 쪼다여서. 너랑 단 둘이 있는 상황은 물론이고 네가 인사하는 것 까지 피해다녔지. 넌 독서실에서 계속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잖아.

자꾸 재촉하는 너때문에 어색한 상황에도 문 밖으로 너를 따라 나가면 그냥 날 보며 빤히 웃는 니가 난 나쁘지 않았어. 그리고는 커피우유를 내 손에 쥐어주는 니가 여전히 나쁘지 않았지. 하지만 그 상황도 견딜 수 없이 어색해서 딱히 할 말 없으면 가겠다며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없이 1분도 채 안돼서 난 들어가 버렸잖아.


그럼에도 넌 나에게 끊임 없이 연락을 했지. 여전히 너의 일상을 공유하고, 내 일상을 물어봐주고. 가끔은 내 남사친들에게 질투를 하곤 했지. 꽤나 귀여웠는데 니가 질투를 할 때면 꼭 니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날카로운 말로 널 상처줬던 것 같아. 그때의 내 감정은 네가 날 좋아하는 걸 알았지만 난 너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네가 날 좋아하는 걸 티낼때마다 늘 관심 없다는 듯 굴고, 직접적인 언급들을 피해가고,

근데 너에겐 내 시간이 너무 느렸던 걸까? 3학년 초에 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내게 말했지. 어느 순간부터 네 연락이 줄어들고 나를 봐도 예전처럼 인사하지 않고 내게 집착하지 않는 너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 일줄은 몰랐어.


간만에 온 연락이 그런 연락이여서. 난 분명 널 안 좋아하는데 하루종일 가슴이 욱씬 거리고 너만 생각나더라. 그리곤 언제 날 좋아했냐는 듯 나에게 그 여자애에 대한 상담을 하기까지 했잖아. 그래도 난 너를 안 좋아하니까. 열심히 대답해줬지. 그리고 1달쯤 있다가 넌 여자친구가 생겼어. 그치만 넌 날 너무 좋아했잖아. 너무 티를 냈잖아. 내 주위 친구들도, 네 친구들고 니가 나를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었잖아.


그래서 괜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어. 넌 그 여자애와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여전히 날 좋아할 거라고. 니가 여자친구가 생겼단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가슴이 저번보다 더 욱씬 거렸지만 그 자신감인지 그냥 합리화였는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버텼어.


그리고 일부러 네가 여자친구가 생긴 시점부터 더 니 앞에 자주 보이려고 했지. 항상 너의 주위를 맴돌았어. 여전히 자존심만 있어서 시선은 늘 너를 안 보는 듯 관심없는 듯 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계단을 내려가 너의 반 앞에서 맴돌았지. 역시 넌 있었고 가끔 나를 따라오는 너의 시선에 안도를 하기도 했어.


그냥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을 때 너에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왔어. 네가 여자친구가 생긴지 2달 만이였나? 너무 기뻤어. 계속 너에게 연락 온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지. 일부러 3시간쯤 뒤에 답을 했어. 난 항상 네 연락에 그런 식이였잖아.


너한테 어떻게든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이길 안달난 사람인 척 하려고. 3시간에서 5시간마다 너의 연락을 확인 하는 게 기본이였잖아. 내가 답을 안해도 계속 너의 일상을 공유하고 내 일상을 묻는 너의 말이 핸드폰 화면에 뜨면 얼른 답을 하고 싶어도 괜히 늦게 봤잖아.


넌 모르겠지만 네가 계속 연락을 할 때마다 난 온종일 설렜어. 근데도 난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날 좋아하는 건 오직 너라고만 생각했어. 어쨌든 오랜만에 온 너의 연락도 예전처럼 늦게 답장을 했지.


또 너에게 관심 없는 척 하려고. 내용은 네가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는 말이였지. 난 너무 기뻤어. 지금 생각하면 나 정말 쓰레기네.. 그 땐 상관 없었어. 왜 차였는지 묻지 않았어 그냥 장난식으로 '잘됐네. 우냐?' 식으로 보냈던 것 같아.


그 뒤로 넌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잖아. 다시 예전처럼 나에게 네 일상을 공유하고 내 일상을 물어줬잖아. 다시 날 좋아하는 티를 내기 시작했잖아. 그래서 난 마냥 좋았어. 그렇지만 그때도 널 좋아하지 않는 척 했지 . 아니 진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게 좋아하는 건 줄 몰랐거든.



1월 4일 나의 생일

그렇게 너는 한번의 여자 친구가 생기고 그 뒤론 아무도 없었잖아. 오직 나만 좋아했었지. 난 그게 좋았어. 그냥 인정 받는 느낌이였고 네가 날 계속 좋아한다는 사실이 좋았어. 그냥 그 느낌이 좋아서 네가 표현하는 걸 계속 즐기기만 했었지. 그러다 내 생일이 왔어.


넌 19살이 됐고, 나는 20살이 됐지. 넌 나의 대학 합격 축하 겸 누나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며 동네 놀이터로 나오라 그랬지. 사실 난 그때도 너무 니가 어색해서 괜찮다면서 마음만 받겠다고 계속 거절을 했잖아.
너랑 둘이 있는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그래서 계속 거절을 하고 받고 싶은 선물 있냐며 묻는 너의 말에 진짜 없다면서 너를 계속 밀어냈지.


그리고 왠지 이상해서. 뭔가 그때 네가 나에게 고백할 것 같아서. 그 상황을 계속 피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조르는 너여서 어쩔 수 없이 너를 만나기로 했지. 너무 어색해서 난 내 친구를 데려가려고 했어.


내 친구에게 제발 같이 가 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내 친구는 대체 거기에 널 왜 따라가냐며 거절했지.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 왜그렇게 쪼다같았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설득해도 넘어오지 않는 친구때문에 결국은 너에게 혼자 가게 되었지.

저 멀리서 네가 보였어. 그래서 네가 날 볼 수 없는 곳에 숨어서 손거울을 꺼내 내 모습을 확있했어. 머리를 다시 매만지고 괜히 코트도 매만지고.. 그리고 너무너무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너에게 가면서 너의 앞에 서면 뭔 말을 할 지 계속 생각했어.


분명 선물을 줄 텐데 뭐라 대답할 지, 처음엔 뭐라 말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너의 앞이더라. 일부러 오바스럽게 '야 선물 뭐냐? 얼른 선물이나 줘라' 라면서 말을 걸었지. 넌 나를 보며 웃었고. 너무 어색해서 난 눈도 잘 못 마주쳤잖아. 너는 손에 들려있던 예쁜 종이백을 나에게 건내줬지.


정말 알차게도 이것저것 담아놨더라. 그런 정성을 받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어. 너를 한번 쳐다보고는 또 쪼다같이 '고마워..' 하고 반응한 게 다였지. 그리고 얼른 그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오늘 바쁘다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는데 왜 항상 내 촉은 틀리는 게 없는 건지 넌 내 팔을 붙잡고는 좋아한다고 고백했잖아.

너의 떨리는 팔과 날 내려다보는 눈빛이 네가 정말 진심인 게 느껴졌어. 근데 난 또 그게 너무 어색해서 집에 가서 연락하겠다고 하며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갔어. 그때 내가 뒤돌아서는 걸 넌 끝까지 다 봤을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외면했어.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지만..

얼른 거절해야 겠다고 생각했어. 왜? 나는 널 안 좋아하니까. 너만 나를 좋아하는 거니까.나도 내가 정말 쓰레기 같은 마인드였던 거 알아.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난 너 안좋아한다고 너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는 식으로 보냈지. 아무리 내가 모쏠이라도 누가 그걸 몰랐겠어..? 하나부터 열가지 다 거짓이였어.

사실 네가 고백하기를 기다렸어. 얼른 널 차고 싶었거든. 내가 왠지 더 가치 있어질 것 같고 너만 나를 좋아하는 그 모습이 네가 나를 더 빛내주는 것 같았거든. 인기도 많고 잘생긴 네가 날 좋아하는 거에서 멈추지 않고 그런 너를 내가 찬다면 정말 내가 더 가치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아서. 그래서 그랬어.


그렇게 널 거절하고 너와 나는 끝이 났잖아. 난 내 감정에 끝까지 솔직하지 못했고 그런 나를 알면서도 넌 끝까지 솔직했잖아.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였고 벌써 그날로부터 4년이 지났는데도 사소한 일들에 네가 자꾸 생각나.

여자친구 생겨서 벌써 2년째라며? 축하해. 너와 연락이 끊기고 네가 나를 놨을 때 네가 나를 놓으면 우린 절대 지속될 수 없는 관계란 걸 알았어. 그리고 자꾸만 네가 생각 나더라. 널 생각하면 가슴이 욱씬 거리고 그제야 난 널 사랑했단 걸 알았지.

아직도 내 생일만 되면 니 생각이 나서 운 적도 있는데 넌 내가 널 좋아했던 걸 모르겠지? 아직도 네가 잊혀지지 않지만 잊는 과정에 있는 중이야. 정말 네가 행복하기를 바랄게.


그때 널 정말 좋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