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연애 후 환승당했네요

헌신짝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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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눈팅만 했는데 처음 쓰는 판을 이런걸로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답답하고 서러운 마음에 이대로는 안되겠다싶고 어디든 푸념하도싶어 글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십대중반 막학기만 앞두고있는 취준생 여자입니다.

지금은 헤어진 그 친구는 대학교1학년 같은 과 동기로 만나게 되어 군대도 기다려주고 영어를 배우고싶다기에 제가 다녔던 영어학원을 추천해주어 군휴학이 끝났는데도 1년을 더 휴학하여 영어를 배우고있습니다. 다음학기 복학하겠네요

그 친구와 제가 연애한 4년동안, 참 많이 싸웠고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이었던 경험도 많았고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은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아했던 탓일까요.

저보다 1살 어렸던 그 친구가 덩치에 안맞게 행동하는 모습이 귀엽고 챙겨주고싶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여 저는 옆에서 누나처럼 엄마처럼 챙겨주었습니다.

공군 훈련소가 끝나는 시점에 자대를 좋은 곳으로 배치 받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봐주고 ,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자대로 매주 간식과 생필품을 사들고 면회를 갔습니다.

군대가기 전 만난 1년동안은 참 많이 싸웠습니다. 저도 어렸고 그 친구도 어려서 서툴고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하였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인정하고 잘못을 받아들이고 있구요.

바라는것도 많고 연애에 대해 로망이 많았던 저라서 그 친구에게 욕심이 컸어요. 그러면서 서운한 점도 많았고 싸우기도 엄청 싸웠네요. 사랑받고싶어 불안했던 저는 자주 헤어짐을 말하면서도 이내 이 사람을 잃는게 두려워 번복하곤 했습니다. 이것도 잘못한것을 인정합니다.

그 친구는 군 전역 후 영어학원을 다니게되었습니다.

그 영어학원의 특성상, 같이 다니는 수강생들과 어울려서 해야할 활동들이 많고 학원에 오래 머물러야할 상황입니다. 저도 다녀봤기에 어떤느낌인지 다 알았구요.

하지만, 저는 제가 모르는 환경에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 남자친구가 괜히 걱정되고 불안했습니다.

여자들이 많은 학원임을 알고있었기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친구 주변에는 여사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학원에서 레벨테스트가 주기적으로 있는데, 그 테스트를 준비하던 그 친구는 스트레스에 못이겨 저에게 모진말을 하고 예민하게 굴었습니다. 그것도 다 겪어본 일이니 저는 감당 할 수 있었습니다. 레벨테스트를 본 후 합격했다는 소식에 저는 축하를 건네며 장난반 진심반으로 “ 나한테 고맙거나 미안한거 없어?ㅋㅋ”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고맙고 미안한데 어쩔 수 없었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냥 고마운 마음이 듣고싶었을 뿐입니다.

평소 뭘 사주거나 챙겨줘도 그 친구는 고맙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고 왜 이런걸 사주냐 필요없다 부담스럽단 말만 했습니다. 저는 고맙단 말 한마디 들으려고 챙겨주는것인데요..

너무 모진말을 들었기에 서운했던 마음이 쌓여 정말로 헤어지자고했습니다. 한달이 지나 미안하다는, 반성한다는 그 친구의 말에 재회를 했습니다.

재회를 한 후 우리는 또 싸웠고 싸웠습니다.

싸우는거에 지쳐버린 그 친구는 저에게 마음이 식어갔고 저는 돌리고싶었습니다.

싸웠던 이유는, 제가 모르는 환경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면 이해하고 더이상 터치 안하겠다했지만, 그 친구는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하기 싫어서 화만 냈습니다.

결국 제가 한 관심과 배려는 집착과 구속이 됐습니다.

코로나사태로 인해 취업준비가 점점 힘들어지고 , 졸업논문을 써야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주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서일까요.

결국 그 친구는 우울해하는 저를 보면서 같이 우울해지기 싫다며 헤어짐을 통보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넓지않고 진지한 성격탓에 친구가 많지 않아 집순이를 선호하는데 이런 저의 모습이 찐따같고 찌질해보였을까요.

같은 분야에 있는 우리 두 사람이니까 같은 고민을 하고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친구도 계속 영어학원만 다닐게 아니고 당장 다음학기 복학을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 취업을 해야하니까요.

본인은 영어공부하는것도 바쁜데 굳이 미래에 걱정해도 될 일을 지금 같이 걱정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본인 앞길을 더 이상 막지말고, 자존감을 낮추지말고 혼자있고싶다네요. 그러면서 하는말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하고도 만나지않고 당분간 혼자 공부하고 혼자 지내는게 맘편할거 같다고 했어요.”

그 말이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울면서 잡으면서도 끝이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친구로 남기로 했고 힘들땐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헤어지고 열흘이 지나 어느 주말에 그 친구 메신저 프로필사진이 바뀌어있습니다. 누가봐도 여자가 찍어준 사진으로요.

화가 난 저는 뭐하는짓이냐며 따졌고 그 친구는 그런 제가 혐오스럽다며 제발 자기 인생에서 꺼져달라고했습니다.

환승이별을 당한것이죠.

그 친구의 마음이 식어가는 도중, 같이 학원을 다니는 여사친에게 마음이 끌렸나봅니다. 그 여사친 동네에 있는 카페에 서 공부도하고, 그 여자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끼리 한강도 가는 모습에 서운하고 속상해 그 여자와 연락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제 반응이 민감하다고 과민반응이라며 화냈는데, 결국 과민반응이 아니었네요.

같은 분야에 있으면 서로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저의 말에, 이렇게 싸우고 같이 우울해지는것보다는 아예 다른 분야의 사람과 만나는것이 맘편하겠다더니, 그말이 진짜네요. 그 친구가 새로 만나고 있는 여자는 , 공대도 인문대도 아닌 수도권의 모 예대에 다니며 미디어연출을 하는 사람이네요.

저와는 다른 모습에 많이 끌렸나봅니다.

그렇게 저는 4년동안 그 친구에게 헌신하고 헌신짝이 되었고, 걱정이 많고 소심한 저 대신 밝고 해맑은 연하 여사친을 만나 오늘도 데이트 중입니다.

저도 잘못한것이 많아 헤어짐 자체에는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끝이 환승이별일 줄은 몰랐네요.

마음이 가는 여자가 생겼다고 , 그만하자고 했으면 더 잡지도 않았을텐데, 굳이 “너 말고 다른사람하고도 안만나고 당분간 혼자있고싶어”라는 말을 왜 한것일까요.

전 제가 한 노력과 베푼 애정들이 그친구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행동이었다는것에 자책하고 괴로워할동안,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을까요.

4년이 10일로 정리가 되었나봅니다.

헤어짐의 책임이 있다면 , 제 행동의 잘못된 부분이 많았기에 , 못난 모습을 많이 보였던건 사실이기에 저한테 질리고 지쳐버렸단말에 반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환승당할정도로 매력이 없는 여자였나, 그정도로 날 사랑하지 않았나싶습니다.

오늘이 그 친구 생일인데, 좋은 시간 보내고 있겠죠.

각자 집이 5분거리라, 같은 동네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혹여나 새 사람과 손잡고있는 모습이 보일까봐 산책도 못하고, 밖으로도 못나가겠네요.

지금만큼 동네를 떠나 이사가고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네요.

저도 모르게 삶의 주체가 제 자신이 아닌 그 친구가 되어버린거같아요. 이런 제 모습이 질리고 부담스러웠겠죠.

저는 딱 내일까지만 슬퍼하고 괴로워하겠습니다.

딱 하루만 더 못난 모습보이고 이제 정신차려야겠습니다.

저를 아끼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만 울고 일어나야겠습니다.

두서없고 푸념만 가득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부디 연애에 , 본인 감정에 충실하시길 바라며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맑고 더운 금요일 , 저 대신 행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