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랑 연끊고 사는 사람 있나요

ㅇㅇ2020.07.05
조회951



안녕하세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저는 부모님과 연락을 안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부터 연락을 안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재수를 해서 서울의 메이저 대학을 졸업했고

취직이 잘되는 과라 취직도 속전속결로 해결했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최근 3억

5천 정도 되는 돈이 든 계좌를 부모님께 드렸어요.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서 요금제도 제일 싼 거...

데이터 없이 전화랑 문자만 조금 되는 거 있잖아요

고등학생이나 공시생들이 쓰는 그거 썼구요...

옷도 무조건 구제 시장이나 중고나라,

아니면 친구한테 얻어입었어요.

택시 탄 기억도 없고, 발이 아무리 아파도 버스, 지하철,

그것마저 아까울 때엔 걸어다녔어요.

인터넷에 하나에 1450원하는 닭가슴살 개별 포장된

그거,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게 저의 한 끼였구요.

말이 길어지네요 어쨌든 제가 그 돈을 부모님께 드린

건 빚을 갚기 위해서였어요. 드리고 나니 홀가분 하더

라구요. 이 돈을 다 갚았으니, 남남으로 살고 싶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2~3살 때부터 많이 싸웠어요.

이모가 말해줬는데, 제 돌잔치 전 날에는 둘이 싸워서

둘 다 집을 나가버리고 홀로 남은 저는 모기에 물어뜯

겨 얼굴 성한 곳이 없었다네요 ㅎㅎ..

저를 데리고 동반자살 하자고 하던 엄마, 전 그때 12살

이었어요. 나한테 룸살롱 이야기를 해주던 아빠,

그땐 4학년이었나? ㅎㅎ... 나만 보면 다 들리게 혼잣말

하듯 내 험담을 하기 시작하는 부모님, 저는 어떤 딸이

었을까요? 엄마는 술에 취하면 제가 임신된(?) 탓에 자

기가 이 남자랑 결혼하고 인생이 망했다며 화를 내십니

다. 어린 저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미안하다 했던 기

억이 나네요.

가족끼리 여행 간 적도 없어요. 그건 그럴 수 있다지만

제가 재수할 때 받은 상처가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돈이 없어서 책만 들고 도서관 왔다 갔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서 공부했어요. 집에 들어오면

온갖 비교와 악담, 네 까짓 년이 뭘 하겠냐, 부끄러워

서 니 얘기 꺼내지도 못한다.. 입에 담기도 힘든 쌍욕에

상처주는 말들까지.. 저는 제 나름대로 제 인생에서 가

장 힘든 때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힘든 때에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지 못할 망정 저러

는 걸 보곤 결심했어요.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키

워준 돈부터 갚고 연을 끊자. 그리고 십수년이 흘렀네

요. 이젠 다시 지갑이 가벼워졌어요 ㅎㅎ 하지만 마음

은 홀가분하네요. 주변에선 부모랑 연끊고 산다고 패륜

아라고 보겠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이렇게라도 안하

면 제가 저를 죽일 것 같았어요.

감성에 젖어 몇 자 써보네요.

모두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