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걱정이 됩니다.

ㅇㅇ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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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저와 제 친구의 관계성을 조금 밝힐 필요성이 있어 옛날의 얘기를 좀 꺼내려 합니다. 저희는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였지만, 단언컨데 서로에게, 적어도 그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10대 후반부터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사이입니다. 저와 친구 모두 그 때 당시 국제학교에 재학중이었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 어느 날 그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 친구가 싫었습니다. 이건 그 친구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저보다 키도 작고 통통하고(좋게 말하면요) 전혀 예쁜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무쌍에, 콧대는 있지만 광대도 크고 얽굴이 둥그렇고... 전형적인 평범한 한국 여자애같이 생긴 아이였습니다. 그 때의 저는 참 부끄럽지만, 그 아이를 보고 묘하게 자신감을 충족했습니다. 얼굴은 비슷하게 안 예쁘지만 내가 키도 더 크고 날씬하고 성적도 좋다는 게 유일한 인생의 위안이었습니다. 제 자존감을 키울 생각은 못하고 남과 저를 비교해서 기쁨을 얻었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요. 
그러나 저에게는 열등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절대 고치지 못하는 거였죠. 지금 돌아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저는 발음에 대한 열듬감을 심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콩글리쉬 발음을 쓰는 편이었거든요. 특히나 그 때는 발음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완벽한 영국 억양을 아주 멋지게 구사하는 아이였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주 질투가 많이 났습니다. 그 아이는 영국 억양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좀 불편했는지 6개월에 걸쳐서 점점 억양을 고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꽤 좋은 미국 억양도 구사하더군요. 저는 언어적으로 저보다 재능이 있는 그 아이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때는 제가 그런 줄 전혀 몰랐지만요. 
그리고 그 아이는 말로 상처를 많이 주는 편이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위한답시고 성적을 걱정해주거나 그 아이의 예의없어보이는 행동을 지적해주곤 했는데, 그 아이는 되려 ㅇㅇ아 말은 고마운데 오지랖인 것 같아. 내 일은 알아서 할께. 하며 웃으며 교묘하게 돌려까고는 했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ㅇㅇ아 너 그러다 꼰대소리 듣는다~ 하며 놀리기도 했고요. 저는 조언에 경청하지도 않고 네가 뭔데 조언을 하냐는 듯한 태도에 무척 화가 났습니다. 한창 예민할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의 일갈에 저는 많은 상처를 받았었고, 여러 차례 되갚아주기도 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타격도 없었을 뿐더러 그 아이의 말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저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끊임없이 제가 오지랖을 부리는 건 아닌지 검열하고 두려워했고, 한 마디 조언을 하는 것에도 겁을 먹곤 했습니다. 
그 아이가 싫었던 이유는, 지금 돌아보면 순전한 열등감 때문이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저보다 영어를 잘 하는 그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그 아이가, 거침없고 당당하고 어떨때는 막무가내인 그 모습이 내심 부러웠나 봅니다. 그래도 그 아이가 했던 말은.... 제게 여전히 상처지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게 그 아이 본심이 아닌 걸 아니니까요.
그 당시 자존심에 상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저는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 아이보다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저는 그 아이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학교도, 사는 나라도 갈라진 저희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 아이가 제가 사는 나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요. 
저는 그 친구가 이사 온 후 1년 가까이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술집에서 그 아이를 마주쳤습니다. 아주 몰라보게 달라졌더군요. 성형이라도 한 듯 얼굴은 반만해지고 또 갸름해지고, 눈도 커지고 흐려보였던 인상이 또렷하고 눈에 띄게 변해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성형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형이 잘 됐다 말하자 그 아이는 웃으면서 너는 여전하네, 그리고 나 성형 안 했는데. 하는데 기분이 팍 상했었습니다. 만나자 마자 하는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마치 제 얼굴을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기분은 상하기 싫어 술이라도 같이 마실까 물으니 혼자 마시러 온 거라며 선을 긋더군요. 기분이 좀 상했지만 원래도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아 별 말은 안 하려다가 정말 간만인데 대화라도 하고 싶다고 하니 싱긋 웃으며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 하며 제 옆에 앉았습니다. 이런저런 근황을 얘기하다가 무슨 일을 하냐 물어보더니 자기 전공을 살려서 아침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집에 들어와 작품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취미로라도 미술을 버릴 수가 없다며 머쓱하게 웃던 친구는 많이 성격을 고쳤는지 제 직장이 좋다는 둥 잘 됐다는 식으로 부드럽게 얘기를 하더군요. 옛날에 싫어했을 지언정 미래에까지 그럴 마음은 없어 긍정적으로 그 아이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연락처를 교환했고, 30분 정도 지나자 한 잔을 끝낸 친구는 인사를 하고 나가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해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나가니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저희는 근 1년간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요. 저도 바빴고, 친구도 많이 바빴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카톡 프로필에 누군가의 손을 잡은 사진이 올라오더군요. 남자 손이 여자 손을 포개듯 깍지 낀 사진이요. 그걸 보고 저는 막연하게 어디서 퍼온 사진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의 손톱이 제 친구의 것이더군요(그 친구의 검지 손톱이 조금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그대로 그 친구에게 남친이랑 너야? 하고 보내니 얼마 뒤에 약혼 사진이라 답이 오더군요. 20대 후반에 누군가와 결혼을 올리는 게 성급한 것 같다 말하니, 신경 안 써 줘도 괜찮다더군요. 또 그 시절처럼 일갈을 날리길래 저도 화가 나서 너네 부모님도 아니?? 하고 물어보자 응 양가 부모님 다 아시고 네가 걱정할 일 아니야. 하고 딱 자르더군요. 압니다. 이 친구에겐 이정도도 오지랖이라는 거요. 근데 저희는 따지고 보면 10년 넘게 친구인 셈인데, 이렇게 차갑게 잘라낼 이유가 있나 싶어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혼수 하나 해주겠다 했고, 필요없다고 그 친구는 거절했지만 그렇게 넉넉할 살림이 아니라는 거 알기에 좀 값나가는 가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반년 후, 최근 그 아이의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올 해 말~내년 중순 사이로 식을 올릴 예정인데 청첩장 뽑기 전에 미리 알리고 싶어 예비 청첩장을 보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자 이틀 뒤에 그래. 하고 한 마디가 오더군요. 고맙단 말 한마디 안 하는 거 참 얄미웠지만 그 친구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그리고 어제, 아주 우연히 친구의 비밀 인스타 계정을 찾았습니다. 누가 봐도 좀... 여자 잘 꼬시게 생긴 백인 남자의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더군요. 처음에는 그 남자 계정인가 했더니 중간중간 친구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제 친구의 부계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서로를 꼭 껴안는 사진이나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같이 찍은 사진처럼 남사스러운 사진도 있길래 모르는 척 하려고 했는데 옛날 글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저를 만났던 날 올라온 게시물이 있더군요. 부정할 수도 없는게, 그 아이가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였거든요. 저를 만난 직후였는지 어둑한 가로등 밑에서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을 올리고 그 밑에다가 운수 좋은 날인 줄 알았더니 원수 만난 날이네ㅎㅎ 하고 써 놨더군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만 얘를 친구로 생각했구나 싶어 배신감에 손이 떨렸습니다. 그 계정에 올라온 수위있는 사진을 걔네 가족(그 아이에 비해 좀 보수적입니다)에게 뿌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러면 정말 못된 짓이라는 거 알아서 안 했지만요.
그래요. 그 친구가 저를 친구로서 좀 배신한 거 괜찮습니다. 그 친구도 저에게 열등감 많았을 거고 그걸 성형으로 극복했는데 저한테 바로 간파당해서 기분 나빴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얘기를 제 다른,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그대로 말했는데, 정작 제 친구는 이걸 보고는 그 아이가 저에게 열등감 있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고 그 아이가 성형했는지도 모르겠으며 확실한 건 제가 그 둘의 결혼에 질투하는 것 같다는 거라더군요.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질투? 안 납니다. 전 걔보다 돈도 많이 벌고 솔직히 누가 들어도 제 직업이 그 애보다 낫습니다. 따지고 보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지만 누가봐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전문직은 아니거든요. 전 그냥 솔직히 그 아이가 걱정됩니다. 왜냐면 걔는 그 백인이랑 결혼하고 1년도 안 돼서 버려질테니까요. 누가봐도 여자 많이 꼬시는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얼굴상에 머리에 든 것도 없어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잘해봤자 모델 그 이상은 아닐 것 같더군요. 
앞에서 저 이야기를 구구절절 한 이유는 저와 그 아이의 관계성을 좀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친구가 절 뭐라 여기든 이제 상관 없어요. 그냥 그 아이 인생이 너무 불쌍합니다. 제가 그 아이를 그 상황에서 구해주고 싶은데 그 아이는 저를 원수로 여기니 제 말을 그냥 질투로 하는 말로 여기겠지요. 어떻게 하면 제 얘기를 제 친구가 경청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