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넋두리해봐요

ㅇㅇ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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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꾸리꾸리하고 일도 손에 안잡히는 날이네요.올해로 앞자리 3 달았어요. 30대에는 이 지옥같은 집구석을 벗어나 있자 했었는데목표는 이루어진 것 같아서 속이 후련해요.
밑에 가정폭력 있었던 아빠에게 본인이 불효녀라서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 보고 생각이 나서 넋두리 해봐요.이런 사람도 주변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는구나 하고 봐주세요.

시작은 엄마였대요.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이 사업한다고 보증을 서줬나봐요.이건 확실하지 않아요. 엄빠 둘 다 우리에게 정확하게 얘기는 안했어요.그냥 아빠가 외삼촌을 죽일 듯이 싫어하고 항상 돈 얘기로 점철된 삶이었어서대충 이런 스토리였지 않을까 하고 우리 남매가 추측해 본거에요.여튼 이거 때문에 처음으로 샀던 우리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대요.이사가기 전날, 저는 7~8살 정도였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울면서 방에서 소주를 마시던 아빠 모습이 언니는 기억이 난대요.그리고 이사간 그 동네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어요.
아빠는 이 모든 게 엄마 잘못이라며 술을 먹고 엄마를 두들겨패기 시작했어요.비슷한 패턴들이라 많은 상황이 기억나진 않지만2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명한 기억들이 몇 개 있어요.시간 순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당히 기억나는 대로 얘기할게요.
너무 맞아서 엄마 머리에서 피가 나던 날, 아빠가 잠들고서야 겨우 숨죽여 밖으로 나가서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아빠가 다시 깰까봐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다녀왔어요.너무 맞아서 장이 꼬였던 날 응급실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날은 집에서 먹던 소주병을 깨서 유리조각을 모아놓고거기에다 엄마에게 원산폭격을 하라고 시켰어요.결국 그 날 엄마는 무릎 뒤에 유리조각이 박혀서 응급실을 다녀왔어요.하필 그 응급실에서 저와 같은 학원 같은 반에 다녔던 남자아이를 봤어요.엄마가 걱정이 됐는지 저에게 혹시 그 남자애가 물어보면엄마가 넘어져서 다친거라고 얘기하라고 신신당부했던 기억이 나요.
대걸_레봉으로 엄마를 내리찍으려고 해서 엄마가 피하다가침대 상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머리맡에 서 있는 나무판에 찍혀서 구멍이 났어요.그 구멍난 침대는 그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오는 14년? 15년? 후까지 계속 있었어요.그 구멍을 볼 때마다 그 날이 자꾸 눈에 선명하게 밟혀서 아팠어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엄마가 대들고 아빠 혼자 남아서 화를 좀 식히라고다같이 목욕탕으로 도망갔던 날이 있었어요.따뜻한 물에 몸을 풀면서도 집에 들어가면 괜찮을까 오들오들 떨었어요.그리고 집에 들어갔더니 술을 더 먹고는 김치냉장고에서 김장김치를 꺼내다가한 팔에 반 포기씩 밟은 채로 스키마냥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더라구요.온 집안에 퍼진 김치 냄새며 온 집바닥에 묻은 김치 양념이며.히히 웃으면서 우리 옷을 전부 그 양념 묻은 바닥에 던지고 밟아대던 기억이 나네요.그 날은 저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 뒤에 이걸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그 옷 그나마도 언니옷 제가 물려입고, 저랑 남동생 같이 입으라고 남자옷 사서 입던 건데.그 어린 마음에 저 옷 언제 다 다시 사서 입지 몇 달은 걸리겠네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보면 돈 때문에 많이 아끼고 살긴 했었던 거 같네요.
원래 한 번 손 들기가 어렵지 들고 나면 금방 진도가 나간다고 하잖아요.엄마에게 그러더니 시간 좀 지나니까 이젠 우리에게도 손을 뻗었어요.아빠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우리 일과는 정해져 있었어요.집에 있는 모든 칼, 가위, 허리띠 수거해서 옷장에 숨기기.엄마를 옷장에 숨기거나 빨리 내보내고 아빠에겐 모른다 아직 안들어왔다 대답하기.이것도 몇 번 하다보니 눈치를 채고 너희도 작당한 거라면서 뺨을 때렸어요.그 와중에 다치지는 않아야 하니 안경 벗으라고 윽박지르고 있었네요.그런거 신경쓸 겨를이 있으면 우리 남매 힘들어하는 거나 신경쓸 것이지.
저는 중학교 때 내신이 조금 모자라서 과학고 원서를 못 썼어요.(당시에는 내신 3%인가 안에 들어야 원서를 쓸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그거 얘기했다가 왜 그거 하나 못 쓰냐고 뺨 맞았어요.정작 충격적인 건 본인은 그 때 뺨 때렸던거 기억도 못하더라구요 ㅎㅎ폭력은 행하는 사람은 기억 못하고 당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거 정확한 거 같네요.동생은 공부를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영어 물어봤는데letter와 ladder 구분 못한다고 뺨을 맞았어요.언니도 뺨 맞고 울었던 기억은 있는데, 뭐 때문에 맞았는지는 기억은 안 나요.어차피 또 별거 아닌 이유였겠지만.
아직도 충격적이고 엄마에게 너무 미안한 건 이 사건이에요.어느 날 혼자 실컷 엄마를 두들겨패고 있다가 우리를 안방으로 불렀어요.엄마더러 우리에게 잘못했다고 엎드려서 싹싹 빌래요.엄마는 더 맞기 싫으니 그렇게 했어요.그리고 우리에게는 엄마가 모든 걸 잘못했으니 우리도 화를 내야 한다면서자기 마음에 들게끔 엄마를 걷어차라고 시켰어요.당연히 아무도 그렇게 못하죠. 어느 자식이 엄마를 걷어차겠어요.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일어서면서 너희가 안 찰거면 본인이 걷어차겠대요.어쩌겠어요. 우리가 하는게 그래도 그 놈이 하는 것보단 덜 아프겠죠.결국 한 번씩 엄마를 걷어차고 그걸로 끝이 났어요.사실 그 날의 의도는 엄마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제대로 성공했겠죠. 더불어서 우리들에게도.그냥 이혼만 하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문제를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엄마를 이해하기 참 힘들고 신경 안 쓰고 싶지만,이 날의 사건 때문에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놓지 못하고 살아요.
한 번은 그래도 진짜 이혼 직전까지 갔었어요.집에서 다 나와서 막내이모 집으로 피신을 갔다가,근처 원룸을 구해서 네 명이서 7평인가 8평짜리 원룸에서 부대끼고 잠시 지냈어요.같이 드러누워서 드라마도 보고. 같이 하하호호 웃기도 하고.그 때 대학을 다른 지역에서 다니고 있어서 방학 때 옮긴 원룸에서 잠시 지내고다시 돌아가서 학기를 보내고 있었어요.그런데 둘이 다시 붙었다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점을 보러 갔다왔는데4~5년만 참으면 저 성질 다 죽고 잘 살 수 있다고 했대요.다시는 그 지옥같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수면제 먹고 죽으려고 해봤어요.그런데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봐요. 닷새 정도 비몽사몽 잠만 잘 자고 깼어요.대학 동기들은 아직 그 때 제가 감기몸살 심하게 걸려서 안 나갔다고 알고 있을 거에요.덕분에 대차게 그 학년 유급하고 휴학하고 워킹 홀리데이 다녀왔어요.
저 일을 행하는 와중에, 아빠는 바람을 폈어요.엄빠는 둘 다 초등교사이고, 저는 6년 내내 엄마와 같은 학교였어요.딱 한 번, 1학년 1학기인가 2학기를 빼고요. 그 때는 아빠와 같은 학교였죠.그냥저냥 잘 다녔어요. 어린 마음에 선생님이 신경 많이 써주신다 생각했고.그런데 5학년인가 6학년 때, 엄마가 먼저 와 있던 학교로 그 선생님이 전근을 왔어요.저는 아무 것도 몰랐으니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또 만난다고 신기하다고 좋아했죠.그런데 엄마는 그 선생님을 정말 싫어하더라구요. 이름도 듣기 싫어했고.왜 그러는지 그 때는 몰랐는데 중학교 가고 나서야 알았어요.그 선생님이 아빠의 바람 상대였다는 걸. 알고 나니 소름이 끼치더라구요.어떻게 자기 바람 상대인 여자를 딸의 담임으로 만들 수가 있나요?
말고 학교 교무보조랑도 바람을 피고 있었더라구요.생활비는 주지도 않으면서, 엄마에게 선물 한 번 사준 적 없으면서그 여자에게는 30만원 50만원씩 연말이랍시고 선물도 사 주고.그 뒤로도 여러 명 있었어요. 우리가 모르는 상대도 있었겠죠.당뇨라고 건강 관리한다고 실컷 등산 다니더니 등산모자 밑에서 비아그라가 나오고.그나마도 화이자 것도 아니고 짝퉁이었어요. 진짜 추하게 그러고 싶었을까.그 비아그라 제가 발견했어요. 모자 들자마자 떨어지는데 어찌나 기분이 더럽던지.그러고 며칠 있다가 같이 등산 가자고 해서 올라갔는데저혈당이 온다고 쉬자고 하면서 사탕 입에 물더라구요.그 사탕 다 뺏어서 어디다 던져버리고 혼자 내려올까말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

이것저것 많지만 크게 기억나는 것만 간추려봤어요.쓰면서도 눈물이 자꾸 나서 탁상용 선풍기 켜서 눈물 말리면서 썼네요.그래도 나름 전문직 따고 잘 지내고 있어요. 언니랑 동생도요.아빠랑은 나름 잘 지내고 있어요. 가족끼리 단톡방 파서 가끔 얘기하고설이나 추석에는 다 같이 가족여행도 가고.남들이 보기에는 잘 지내는 가족같겠지만 가끔씩 죽여버리는 꿈을 꿔요.우리 소원은 빨리 그놈이 죽어서 장례식장에서 EDM 틀고 춤추는 거에요.아니면 엄마가 마음을 바꾸고 지금이라도 이혼을 하든가.진짜 가정폭력은 절대 잊을 수도 없고 털어낼 수도 없는 상처더라구요.가끔 판 보다보면 남친/남편이 폭력을 썼다 이런 글들 올라오던데진짜 뒤도 돌아보지 말고 헤어지시길 바라요.가정폭력 피해자 분들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