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리네요! [27] 선배는 저녁 약속에 갔다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선배는 만나는 사람도 많고 술자리 참석도 잦았다 불만이긴 했지만나랑 사귄다고 선배가 그 모든 약속을 제쳐두고나만 만나야하는 건 아니니까 그치만 술자리에서 선배가 과거에 여자들이랑 어떻게 어울렸는지아주 잘 알고 있는 나는 선배의 술자리가 그렇게 반갑지 만은 않았다 선배가 같이 가자고 해서 몇번 함께 했는데아무래도 선배들이 많고 하다보니이래저래 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날 선배는 늦어도 11시면 끝날 거라고집에 도착해서 연락을 한다 했다근데 연락이 없었다 궁금했지만 내 허락까지 받고 간 술자리에 내가 자꾸 전화하면선배가 조금 우스워질 것 같아 연락을 하지 않았다 12시가 넘은 시간전화가 왔다왠 여자 목소리분명 선배한테 온 전화인데 낯선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통화버튼이 눌러진건지일부러 전화를 한건지 의도를 모를 의문의 통화가 2~3분간 계속 되었다선배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 목소리시끄러운 주변 소리선배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동근 너 취한거야? 귀여워 얘 잠들었나봐 어쩌고 저쩌고...의문의 여자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 웃었다그렇게 난 강제로 선배 술자리 생생한 실황을 듣게 되었다 선배! 선배!저한테 전화하신거예요?눌려진거예요? 대답이 없길래전화를 끊었버렸다더 듣고 있기 짜증나서 끊자마자 다시 걸려온 전화아까 그 여자 지금 동근이 취했는데여기 얘 집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집 어디니? 아하하취한 제 남자친구를 친히 혼자사는 집까지 여자분께서 직접 데려다주신다구요?네넵 아주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주소를 읊어야하나?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차분하게 이야기했다지훈선배 같이 술자리 간걸로 알고 있는데 지훈선배가 집 압니다지훈선배에게 제가 부탁드릴게요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화를 누르고 내가 가진 내 몸의 인내를 모두 끌어모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말했다 아니 그럴필요 없어!내가 데려다주면 돼!위치만 알려줘!여자선배는 내 인내를 시험해보는 것 같았다 아뇨 술취한 남자를 어떻게 여자분이 감당하나요?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지훈선배에게 부탁할게요!이만 끊겠습니다!전화를 끊었다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당장 그 술자리로 달려가 선배에게 화내고 싶었다 일단 수습하자지훈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자기가 나갈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취했지라며술자리로 다시 가보겠다고 했다 아까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데이 화는 그라데이션으로 하늘까지 치밀어 오를 참인가보다씩씩거리며 화를 참다 숨을 고르고 지훈선배 전화를 기다렸다 20분쯤 지났나?지훈선배한테 전화가 왔다선배가 많이 취한거 같다고 일단 자기집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배의 술버릇을 알고있다술에 취하면 잠을 자는 걸 지훈선배가 자기 집으로 선배를 데려간다는걸 보면선배가 취해서 잠이 든 거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자기집으로 데려간다는건데 아까 그 여자선배는 대체어떻게 잠든 선배를 자기가 데려다준다고 연락을 했던걸까 술자리에서 내가 모를 썸이 있었던걸까둘사이 사인이 오갔던걸까꼬리를 문 의심은 밤새 커졌다 미안!어제 내가 연락도 못했어!술을 생각보다 많이 마셨나봐 네! 여자가 집에 데려다줘야할만큼 취하셨던 것 같던데앞으로는... 하던말을 말았다더 말했다가는 어제 혼자 생각했던 의심을 내 입으로 나불대고선배한테 화낼것 같았으므로 기분이 좋지않아친구들과 술을 마셨다선배에 대한 화를 친구들한테 다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다같은과라 친구들한테는 선배인데선배의 꼴이 좀 우스워지는것 같고 내 얼굴에 침뱉는것도 같아서 친구들은 집에 간다했고 마음을 풀어놓지 못한 나는 술을 더 마시고 싶었다누구에게 전화를 할까하다마음이 잘 맞는 향수 오빠를 불렀다이 오빠한테는 내 마음을 시원히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남자친구를 의심하는 내가 속상하다 말했다 오빠는 내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했다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너같은 의심을 품을 것이라고그치만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우선아니겠냐고 나도 취하고 싶었다술이 워낙 쎄서 좀처럼 취하지 않는 편인데그냥 나도 취해서 다 잊고 싶었다오빠가 그만 마셔야 될것 같다고 말렸지만난 술이 쎄니까 이렇게 마셔도 안취하는 줄 알았다 점점 마시다보니 속이 울렁거렸고분명 정신은 멀쩡한데 팔다리를 비롯한 내 사지가 맘 먹은 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머리가 어지러웠고 잠깐 기대야 정신이 차려질 것 같았다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있다가머리가 깨질것 처럼 아파 고개를 드니고개 숙이고 있으면 더 어지럽다고오빠가 자기한테 기대라고 어깨를 내어줬다우린 뭐 평소에 형제같은 사이니까기대서 눈을 잠깐 감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누군가 내 팔을 잡고 흔들길래 눈을 떴다눈앞에 선배가 있었다머리가 아직도 아팠고 속도 울렁거리는데눈앞에 선배가 보이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배를 이해하는 척 괜찮은 척 믿는척 하고 있었지만선배의 잦은 술자리가 하나도 안괜찮고선배랑 함께 있는 여자들이 하나도 이해 안되고그런 선배를 믿지못하고 의심하는 내가 속상했다 근데 일단 나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내도록 어깨를 내주고 기다렸던오빠한테 미안했다 무서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선배와그런 선배를 보고 울고 있는 나 그 사이에서 난감해 하고 있는 오빠 오빠 오늘 고마웠어!내일 전화할게! 그렇게 오빠를 보내고 선배와 마주 앉았다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오빠란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와?선배는 다그치듯 따져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선배가 한마디 더 하시면우리 싸우는거예요!오늘은 그만 하시죠! 갑자기 왜 극존대야?아까 그사람한텐 오빠오빠하면서 다정하게 반말 하더니? 내일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머리 아파서요!자리에서 일어섰다좀 휘청했지만 잠깐 눈 붙여서 그런가 아까보다 사지 컨트롤이 훨씬 용이했다 팔짱 껴! 괜찮아요! 어지럽잖아! 괜찮다니까요! 아까 그놈한테는 기대고 있었잖아!선배가 버럭 화를 냈다 선배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속상해서 술마신건데지금 나한테 화내는거???나는 화나도 꾹 참고 참고 얼마나 참고 있는데 선배가 내 어깨를 세게 감아 안았다우리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선배 집 방향으로날 끌고 가다시피 하는데어지러웠다 속이 울렁거렸다 선배 저 어지러워요다리에 힘이 풀렸다길거리에 주저앉은 내 앞으로선배가 등을 댔다 업혀! 싫어요! 일단 집에가서 이야기해!너 어지럽잖아!아까는 무서운 표정으로 화내면서 말하더니지금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못이긴척 업혔다 집으로 가는 길점점 선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양심이 있으면 이쯤에서 내려야지 내릴래요! 아 그럴래? 많이 무거웠구나많이 힘들었구나많이 기다렸구나 내가 등에서 내리지마자허리를 펴고 길게 숨을 내어쉬는 선배갑자기 웃겼다 픕...아 내가 무겁다고 말했잖아요굳이 왜 업겠다고!허리 괜찮아요? 어?????허리???????내 허리???? 왜 갑자기 허리를 걱정해? 뭘 갑자기 걱정해요?허리에 무리 갔을까봐 그러지 허리는 걱정하지마!무리했더라도 그 부분은 영원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니가 뭘 걱정하는지 아는데여튼 걱정하지마! 선배 너 뭐라는거야 자기 허리는 걱정하지말라며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낸다고 혼자 알듯모를듯한 18금 주접을 ㅎㅎㅎ 선배 집에 도착했다선배는 물을 건네며잘한다~ 술 취해가지고 딴놈한테 기대고나 있고! 사돈남말하시네 자기는 술 취해서 집도 아닌데서 잠자놓고! 마치 이거슨 비아냥 배틀 아무리 술이 취해도 어디 남자한테 그러고 기대고 있어?걔가 나쁜맘이라도 먹으면 어떡하려고? 선배나 잘해요!술취해서 아무데나 잠들어서는왠 여자가 선배네집 어디냐고 전화오게나 만들지 말고 누가?누가 너한테 전화했어? 네! 어떤 여자가 선배 술취했으니집에 데려다 준다고 집 주소 부르라고 전화를 했죠그 여자 누군지 모르지만 아주 친절합디다 술 마시다가 뭐 서로 사인이라도 주고 받았어요? 너 지금 무슨 얘기하는건데?선배가 날 무섭게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술취해 잠든 성인남자를 어떻게 여자가 데려다주겠다고?뻔히 여자친구가 빡칠걸 예상하면서 마치 내 반응 보겠다는 듯나한테 직접 전화 해서 집주소를 물어요?내가 우스웠나?아님 선배가 여지를 준건가? 잠깐 정적이 흘렀다 미안!내가 술 많이 마시고 취한거 잘못했어근데 딱 그거뿐이야 그렇겠죠!선배는 가만 있는데 저번에 걔처럼 그냥 그 여자가 선배 좋다고 일방적으로 달려든거겠죠근데 저도 지치네요선배가 여지를 줬든 안줬든 이런 상황이 자꾸 계속되는게... 그 말을 끝으로 꽤 길게 정적이 흘렀고선배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그냥 한참을 날 쳐다봤다 많이 지쳐?나...더 이상 만날 수 없을만큼?정적을 깨고 선배가 물었다꼭 그런건 아니었다그냥 좀 스트레스 받긴 했는데 그게 선배를 못믿어서는 아니었고선배의 많은 약속들 그 중 술자리가 좀 신경쓰이는 정도그것이 우리의 믿음을 크게 흔들어 우리 만남이 지속될 수 없을만큼은 아니었다 근데 선배가 저렇게 심각하게 물으니까아니라고 말하면 좀 우스워질것 같더라얼떨결에 그냥좀 많이 지친다고 대답해버렸다 선배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잡고 있던 손을 놓고 갑자기 날 안았다 안고 한참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길래뭐지? 잠든건가? 살짝 밀어내고 선배의 얼굴을 보려는데밀쳐지지가 않았다내가 밀어내면 더 꽉 안고 그 강도가 세져서 숨이 막혀 컥컥 대니 그제야 날 놔줬다 선배의 이런 행동이 의문스러워선배 왜 그러냐고 얼굴을 보려는데 선배가 고개를 돌렸다보려면 돌리고 또 돌리고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겨우 얼굴을 잡고 눈을 맞췄는데 선배 눈가가 빨갛다손으로 선배 눈을 만져보니눈물이 느껴졌다 선배 울어요??????????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선배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당황한 나는 더이상 말도 못하고뭐 어찌할줄 몰라서 안절부절 안아줘!일단 선배가 해달라는대로선배를 안았다 너무 지쳐서 나랑 더 못만나겠어?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그냥 좀 신경쓰인다 그거지그걸로 우리가 헤어지고말고 이런걸이야기할정도는 아닌데 하아...난 니가 헤어지자는줄 알고예전에 헤어질때딱 지금 같았거든! 자친다고 그러니까 그만 헤어지자고! 상대가 지친다고 말한 이유가 이번과 같았어요? 비슷하지...물론 상대가 아니라 내가 지친거였지만...그때와 너무 유사해서...그마음을 내가 너무 잘 아는데너가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겁이 났어! 음...왠지 우리 미래가 보이는데나도 이러다 지치면..? 그런말 하지마!내가 주의할게!앞으로 그런일 없을거야! 아니 근데 헤어지면 헤어지는거지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뭐 미리 겁내고 울기까지해요?군대까지 다녀오신 분이맘이 참 여리시네 선배를 놀리고 싶어졌다 헤어지기 싫은데니가 지친다고 헤어지자고 하면방법이 없잖아! 헤어지는 수 밖에니가 싫다는데 내가 좋자고 널 어떻게 붙잡아? 그럼 선배는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바로 어 알겠어 하겠네요? 나 때문에 니가 힘들다면안힘들게 해줘야지!나는 니가 힘든게 싫으니까! 음...선배그건 너무 매정한 로맨틱함이다 나는 내가 선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게 너무 싫었다선배 하나로 그날의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고내 머릿속에 내내 선배가 있는거그래서 내가 우리 관계에서 왠지 약자 같다 느껴졌다그런데 그런 감정을 나혼자만 느낀것은 아닌것 같았다선배도 향수 오빠와 내가 같이 있을 때마다내가 선배가 술자리에 갔을 때와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아까 오빠의 어깨에 기대 눈감고 있는 날 봤을 때진짜 유치하게 그 오빠를 한대 치고 싶었고뭔가 삐뚤어진 애정표현이란걸 알면서도나를 껴안으며 나만 얘를 안을 수 있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잘못했어!다신 안 그럴게!너도 앞으로 그놈하고 절대 단둘이는 있지마! 나한테 선배는 항상 어른 같았다그런 선배가 눈물을 보이고 저런 유치한말을 하다니웃음이 나왔다 픽하고 웃으니 치이 입술을 삐죽이며 내 품을 파고드는 선배가 귀여웠다지금은 내 모든 걸 이 사람에게 다 주어도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술이 이렇게 무섭다ㅎ 갑자기 몰아친 술의 용기그거 있어요? 머?전혀 눈치채지 못한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니 눈은 왜 저렇게 귀엽게 뜬담...선배의 귀여움에 술기운이 대차게 밀려왔다 없으면 당장 사와요! 술? 아니 술말고 지금 필요한거요!선배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대충 눈치 챘으면서 또 도졌다 저 능글병순식간에 다가와 내 입술을 자기 입으로 잡았다 놨다키스는 하지 않고 장난치듯 반복하며 자꾸 묻고 있다 뭐? 뭐가 필요한데? 그거요! 뭔지 몰라! 제대로 말해줘!능글맞게 웃으며 선배가 내 목을 입술로 더듬었다 아~ 그거요안전하게 사랑하는거에 필요한 거!그 단어를 내 입으로 직접 내뱉기가 너무 민망스러웠다피식 선배가 웃었다마음의 준비는 됐고? 선배 저 일단 씻고 나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화장실로 들어가 씻다보니술기운이 점점 사라져갔다아니 뭘 어쩌자고 저렇게 대범하게 질러버렸나아다다 주제에...선배에게 다줘도 괜찮을것 같았지만 겁은 났고씻고 나가면 뭐 어찌해야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선배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하나불을 끄고 기다려야 하나 별 생각이...그사이 다 씻은 선배가 나왔다 준비 됐어?또 선배가 웃었다 근데... 선배.... 제가..뭘 준비해야해요?더듬더듬...등신같이 쫀거 다 티나게..ㅎㅎ 선배가 빵 터졌다너 지금 울것 같은데?술김에 질러놓고 술깨고 나니까 미치겠지? 응 선배 너 아주 정확하다!ㅎㅎ역시~ 집에 데려다줄게!나중에 너 겁나지 않을 때 그때 해! 선배는 성욕이 없나봐요?선배의 젠틀한 사양에 내가 도발했다 선배가 또 빵터졌다혼자 꺽꺽 거리면서 웃다가한순간 표정이 확 변해서는 두번 말 안해!너 지금 집에 안가면 내일 못 일어나! 조용히 입을 다물고가방을 챙겼다 내 손을 꽉 잡은 선배가다음엔 진짜 가만안둔다고 협박했다 다음엔 나도 잘 준비하겠노라고야무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내 대답에 선배가 또 미친듯이 웃었다 20
가장 설렜던 첫사랑 27
날씨가 흐리네요!
[27]
선배는 저녁 약속에 갔다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선배는 만나는 사람도 많고
술자리 참석도 잦았다
불만이긴 했지만
나랑 사귄다고 선배가 그 모든 약속을 제쳐두고
나만 만나야하는 건 아니니까
그치만 술자리에서 선배가 과거에 여자들이랑 어떻게 어울렸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나는
선배의 술자리가 그렇게 반갑지 만은 않았다
선배가 같이 가자고 해서 몇번 함께 했는데
아무래도 선배들이 많고 하다보니
이래저래 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날 선배는 늦어도 11시면 끝날 거라고
집에 도착해서 연락을 한다 했다
근데 연락이 없었다
궁금했지만 내 허락까지 받고 간 술자리에
내가 자꾸 전화하면
선배가 조금 우스워질 것 같아 연락을 하지 않았다
12시가 넘은 시간
전화가 왔다
왠 여자 목소리
분명 선배한테 온 전화인데 낯선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통화버튼이 눌러진건지
일부러 전화를 한건지 의도를 모를 의문의 통화가 2~3분간 계속 되었다
선배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 목소리
시끄러운 주변 소리
선배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동근 너 취한거야?
귀여워 얘 잠들었나봐 어쩌고 저쩌고...
의문의 여자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 웃었다
그렇게 난 강제로 선배 술자리 생생한 실황을 듣게 되었다
선배! 선배!
저한테 전화하신거예요?
눌려진거예요?
대답이 없길래
전화를 끊었버렸다
더 듣고 있기 짜증나서
끊자마자 다시 걸려온 전화
아까 그 여자
지금 동근이 취했는데
여기 얘 집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
집 어디니?
아하하
취한 제 남자친구를 친히 혼자사는 집까지
여자분께서 직접 데려다주신다구요?
네넵 아주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주소를 읊어야하나?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지훈선배 같이 술자리 간걸로 알고 있는데 지훈선배가 집 압니다
지훈선배에게 제가 부탁드릴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화를 누르고 내가 가진 내 몸의 인내를 모두 끌어모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말했다
아니 그럴필요 없어!
내가 데려다주면 돼!
위치만 알려줘!
여자선배는 내 인내를 시험해보는 것 같았다
아뇨 술취한 남자를 어떻게 여자분이 감당하나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지훈선배에게 부탁할게요!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당장 그 술자리로 달려가 선배에게 화내고 싶었다
일단 수습하자
지훈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가 나갈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취했지라며
술자리로 다시 가보겠다고 했다
아까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데
이 화는 그라데이션으로 하늘까지 치밀어 오를 참인가보다
씩씩거리며 화를 참다 숨을 고르고 지훈선배 전화를 기다렸다
20분쯤 지났나?
지훈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선배가 많이 취한거 같다고 일단 자기집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선배의 술버릇을 알고있다
술에 취하면 잠을 자는 걸
지훈선배가 자기 집으로 선배를 데려간다는걸 보면
선배가 취해서 잠이 든 거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자기집으로 데려간다는건데
아까 그 여자선배는 대체
어떻게 잠든 선배를 자기가 데려다준다고 연락을 했던걸까
술자리에서 내가 모를 썸이 있었던걸까
둘사이 사인이 오갔던걸까
꼬리를 문 의심은 밤새 커졌다
미안!
어제 내가 연락도 못했어!
술을 생각보다 많이 마셨나봐
네!
여자가 집에 데려다줘야할만큼 취하셨던 것 같던데
앞으로는...
하던말을 말았다
더 말했다가는 어제 혼자 생각했던 의심을 내 입으로 나불대고
선배한테 화낼것 같았으므로
기분이 좋지않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선배에 대한 화를 친구들한테 다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다
같은과라 친구들한테는 선배인데
선배의 꼴이 좀 우스워지는것 같고
내 얼굴에 침뱉는것도 같아서
친구들은 집에 간다했고
마음을 풀어놓지 못한 나는 술을 더 마시고 싶었다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하다
마음이 잘 맞는 향수 오빠를 불렀다
이 오빠한테는 내 마음을 시원히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남자친구를 의심하는 내가 속상하다 말했다
오빠는 내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너같은 의심을 품을 것이라고
그치만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우선아니겠냐고
나도 취하고 싶었다
술이 워낙 쎄서 좀처럼 취하지 않는 편인데
그냥 나도 취해서 다 잊고 싶었다
오빠가 그만 마셔야 될것 같다고 말렸지만
난 술이 쎄니까 이렇게 마셔도 안취하는 줄 알았다
점점 마시다보니 속이 울렁거렸고
분명 정신은 멀쩡한데 팔다리를 비롯한 내 사지가
맘 먹은 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잠깐 기대야 정신이 차려질 것 같았다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있다가
머리가 깨질것 처럼 아파 고개를 드니
고개 숙이고 있으면 더 어지럽다고
오빠가 자기한테 기대라고 어깨를 내어줬다
우린 뭐 평소에 형제같은 사이니까
기대서 눈을 잠깐 감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누군가 내 팔을 잡고 흔들길래 눈을 떴다
눈앞에 선배가 있었다
머리가 아직도 아팠고 속도 울렁거리는데
눈앞에 선배가 보이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배를 이해하는 척 괜찮은 척 믿는척 하고 있었지만
선배의 잦은 술자리가 하나도 안괜찮고
선배랑 함께 있는 여자들이 하나도 이해 안되고
그런 선배를 믿지못하고 의심하는
내가 속상했다
근데 일단 나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내도록 어깨를 내주고 기다렸던
오빠한테 미안했다
무서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선배와
그런 선배를 보고 울고 있는 나
그 사이에서 난감해 하고 있는 오빠
오빠 오늘 고마웠어!
내일 전화할게!
그렇게 오빠를 보내고 선배와 마주 앉았다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오빠란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와?
선배는 다그치듯 따져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선배가 한마디 더 하시면
우리 싸우는거예요!
오늘은 그만 하시죠!
갑자기 왜 극존대야?
아까 그사람한텐 오빠오빠하면서 다정하게 반말 하더니?
내일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머리 아파서요!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휘청했지만 잠깐 눈 붙여서 그런가
아까보다 사지 컨트롤이 훨씬 용이했다
팔짱 껴!
괜찮아요!
어지럽잖아!
괜찮다니까요!
아까 그놈한테는 기대고 있었잖아!
선배가 버럭 화를 냈다
선배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속상해서 술마신건데
지금 나한테 화내는거???
나는 화나도 꾹 참고 참고 얼마나 참고 있는데
선배가 내 어깨를 세게 감아 안았다
우리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선배 집 방향으로
날 끌고 가다시피 하는데
어지러웠다 속이 울렁거렸다
선배 저 어지러워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길거리에 주저앉은 내 앞으로
선배가 등을 댔다
업혀!
싫어요!
일단 집에가서 이야기해!
너 어지럽잖아!
아까는 무서운 표정으로 화내면서 말하더니
지금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못이긴척 업혔다
집으로 가는 길
점점 선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양심이 있으면 이쯤에서 내려야지
내릴래요!
아 그럴래?
많이 무거웠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기다렸구나
내가 등에서 내리지마자
허리를 펴고 길게 숨을 내어쉬는 선배
갑자기 웃겼다
픕...아 내가 무겁다고 말했잖아요
굳이 왜 업겠다고!
허리 괜찮아요?
어?????허리???????
내 허리???? 왜 갑자기 허리를 걱정해?
뭘 갑자기 걱정해요?
허리에 무리 갔을까봐 그러지
허리는 걱정하지마!
무리했더라도 그 부분은 영원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니가 뭘 걱정하는지 아는데
여튼 걱정하지마!
선배 너 뭐라는거야
자기 허리는 걱정하지말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낸다고
혼자 알듯모를듯한 18금 주접을 ㅎㅎㅎ
선배 집에 도착했다
선배는 물을 건네며
잘한다~ 술 취해가지고 딴놈한테 기대고나 있고!
사돈남말하시네
자기는 술 취해서 집도 아닌데서 잠자놓고!
마치 이거슨 비아냥 배틀
아무리 술이 취해도 어디 남자한테 그러고 기대고 있어?
걔가 나쁜맘이라도 먹으면 어떡하려고?
선배나 잘해요!
술취해서 아무데나 잠들어서는
왠 여자가 선배네집 어디냐고 전화오게나 만들지 말고
누가?
누가 너한테 전화했어?
네! 어떤 여자가 선배 술취했으니
집에 데려다 준다고 집 주소 부르라고 전화를 했죠
그 여자 누군지 모르지만 아주 친절합디다
술 마시다가 뭐 서로 사인이라도 주고 받았어요?
너 지금 무슨 얘기하는건데?
선배가 날 무섭게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술취해 잠든 성인남자를
어떻게 여자가 데려다주겠다고?
뻔히 여자친구가 빡칠걸 예상하면서 마치 내 반응 보겠다는 듯
나한테 직접 전화 해서 집주소를 물어요?
내가 우스웠나?
아님 선배가 여지를 준건가?
잠깐 정적이 흘렀다
미안!
내가 술 많이 마시고 취한거 잘못했어
근데 딱 그거뿐이야
그렇겠죠!
선배는 가만 있는데 저번에 걔처럼
그냥 그 여자가 선배 좋다고 일방적으로 달려든거겠죠
근데 저도 지치네요
선배가 여지를 줬든 안줬든 이런 상황이 자꾸 계속되는게...
그 말을 끝으로
꽤 길게 정적이 흘렀고
선배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그냥 한참을 날 쳐다봤다
많이 지쳐?
나...더 이상 만날 수 없을만큼?
정적을 깨고 선배가 물었다
꼭 그런건 아니었다
그냥 좀 스트레스 받긴 했는데
그게 선배를 못믿어서는 아니었고
선배의 많은 약속들 그 중 술자리가 좀 신경쓰이는 정도
그것이 우리의 믿음을 크게 흔들어
우리 만남이 지속될 수 없을만큼은 아니었다
근데 선배가 저렇게 심각하게 물으니까
아니라고 말하면 좀 우스워질것 같더라
얼떨결에 그냥
좀 많이 지친다고 대답해버렸다
선배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갑자기 날 안았다
안고 한참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길래
뭐지? 잠든건가?
살짝 밀어내고 선배의 얼굴을 보려는데
밀쳐지지가 않았다
내가 밀어내면 더 꽉 안고
그 강도가 세져서 숨이 막혀 컥컥 대니 그제야 날 놔줬다
선배의 이런 행동이 의문스러워
선배 왜 그러냐고 얼굴을 보려는데 선배가 고개를 돌렸다
보려면 돌리고 또 돌리고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겨우 얼굴을 잡고
눈을 맞췄는데
선배 눈가가 빨갛다
손으로 선배 눈을 만져보니
눈물이 느껴졌다
선배 울어요??????????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선배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당황한 나는 더이상 말도 못하고
뭐 어찌할줄 몰라서 안절부절
안아줘!
일단 선배가 해달라는대로
선배를 안았다
너무 지쳐서 나랑 더 못만나겠어?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그냥 좀 신경쓰인다 그거지
그걸로 우리가 헤어지고말고 이런걸
이야기할정도는 아닌데
하아...
난 니가 헤어지자는줄 알고
예전에 헤어질때
딱 지금 같았거든!
자친다고 그러니까 그만 헤어지자고!
상대가 지친다고 말한 이유가 이번과 같았어요?
비슷하지...
물론 상대가 아니라 내가 지친거였지만...
그때와 너무 유사해서...그마음을 내가 너무 잘 아는데
너가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겁이 났어!
음...
왠지 우리 미래가 보이는데
나도 이러다 지치면..?
그런말 하지마!
내가 주의할게!
앞으로 그런일 없을거야!
아니 근데 헤어지면 헤어지는거지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뭐 미리 겁내고 울기까지해요?
군대까지 다녀오신 분이
맘이 참 여리시네
선배를 놀리고 싶어졌다
헤어지기 싫은데
니가 지친다고 헤어지자고 하면
방법이 없잖아! 헤어지는 수 밖에
니가 싫다는데 내가 좋자고 널 어떻게 붙잡아?
그럼 선배는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바로 어 알겠어 하겠네요?
나 때문에 니가 힘들다면
안힘들게 해줘야지!
나는 니가 힘든게 싫으니까!
음...선배
그건 너무 매정한 로맨틱함이다
나는 내가 선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게 너무 싫었다
선배 하나로 그날의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고
내 머릿속에 내내 선배가 있는거
그래서 내가 우리 관계에서 왠지 약자 같다 느껴졌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나혼자만 느낀것은 아닌것 같았다
선배도 향수 오빠와 내가 같이 있을 때마다
내가 선배가 술자리에 갔을 때와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까 오빠의 어깨에 기대 눈감고 있는 날 봤을 때
진짜 유치하게 그 오빠를 한대 치고 싶었고
뭔가 삐뚤어진 애정표현이란걸 알면서도
나를 껴안으며 나만 얘를 안을 수 있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너도 앞으로 그놈하고 절대 단둘이는 있지마!
나한테 선배는 항상 어른 같았다
그런 선배가 눈물을 보이고 저런 유치한말을 하다니
웃음이 나왔다
픽하고 웃으니
치이 입술을 삐죽이며 내 품을 파고드는 선배가 귀여웠다
지금은 내 모든 걸 이 사람에게 다 주어도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
술이 이렇게 무섭다ㅎ
갑자기 몰아친 술의 용기
그거 있어요?
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니 눈은 왜 저렇게 귀엽게 뜬담...
선배의 귀여움에 술기운이 대차게 밀려왔다
없으면 당장 사와요!
술?
아니 술말고 지금 필요한거요!
선배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대충 눈치 챘으면서 또 도졌다 저 능글병
순식간에 다가와 내 입술을 자기 입으로 잡았다 놨다
키스는 하지 않고 장난치듯 반복하며 자꾸 묻고 있다
뭐? 뭐가 필요한데?
그거요!
뭔지 몰라! 제대로 말해줘!
능글맞게 웃으며 선배가 내 목을 입술로 더듬었다
아~ 그거요
안전하게 사랑하는거에 필요한 거!
그 단어를 내 입으로 직접 내뱉기가 너무 민망스러웠다
피식 선배가 웃었다
마음의 준비는 됐고?
선배 저 일단 씻고 나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화장실로 들어가 씻다보니
술기운이 점점 사라져갔다
아니 뭘 어쩌자고 저렇게 대범하게 질러버렸나
아다다 주제에...
선배에게 다줘도 괜찮을것 같았지만 겁은 났고
씻고 나가면 뭐 어찌해야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선배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하나
불을 끄고 기다려야 하나 별 생각이...
그사이 다 씻은 선배가 나왔다
준비 됐어?
또 선배가 웃었다
근데... 선배.... 제가..
뭘 준비해야해요?
더듬더듬...등신같이 쫀거 다 티나게..ㅎㅎ
선배가 빵 터졌다
너 지금 울것 같은데?
술김에 질러놓고 술깨고 나니까 미치겠지?
응 선배 너 아주 정확하다!ㅎㅎ
역시~
집에 데려다줄게!
나중에 너 겁나지 않을 때 그때 해!
선배는 성욕이 없나봐요?
선배의 젠틀한 사양에 내가 도발했다
선배가 또 빵터졌다
혼자 꺽꺽 거리면서 웃다가
한순간 표정이 확 변해서는
두번 말 안해!
너 지금 집에 안가면 내일 못 일어나!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방을 챙겼다
내 손을 꽉 잡은 선배가
다음엔 진짜 가만안둔다고 협박했다
다음엔 나도 잘 준비하겠노라고
야무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내 대답에 선배가 또 미친듯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