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주에 사는 30대 중반 아줌마(?)입니다. 15년 넘게 호주 생활 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종종 판을 통해서 하게 되더라고요.
요번에 멜버른이 또다시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심심하기도 해서 이렇게 썰(?) 풀어보려 합니다.
기본 백그라운드를 깔아 드리자면, 남편과 저는 대학교에서 cc로 만나 8년 연애 하고 결혼한 지는 6년차 입니다. 남편은 공무원이고, 저는 마케팅 쪽 일 하다가 최근에 이래저래 일이 생겨 관두고, 집에서 취미생활과 번역일 가끔 해가면서 시간 떼우는 중입니다.
참고로, 모든 서양 문화권 시댁이 이렇다는 건 아니고, 제 경험일 뿐입니다. 빠르고 쉬운 설명을 위해 음슴체로 나갑니다.
1. 성적으로(?) 엄청 개방적이심
남편이랑 대학교때 처음 만나서 연애할 때 3시간 거리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놀러가게 됨. 친구들이랑 단체 여행 갔다가, 집이 근처라 숙소비도 아낄 겸, 둘이서 남친네 가기로 함. 당시 연애 초초초기라, 미래 시부모님은 내 존재만 알고 계심.
도착했더니, 아주 반갑게 반겨주시는 우리 시엄니. 나와 남친을 한 방으로 안내해 주심. 그때 어린 마음에 진짜 완전 충격 먹음. 친정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라, 훗날 둘다 사회생활하면서 동거하는 것도 반대 하셔서 한동안 거짓말 했었음. (엄니 아부지 지송ㅜㅜ) 더 충격이었던 건, 그때 만난 남편보다 2살 어린 시누이, 아직 고딩이었던 그녀의 남친이 거의 그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 물론, 같은 방에서.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시누이가 고1 때인가 첨으로 남친 생겼을때 엄니가 직접 딸내미 손붙들고 약국에 가서 콘돔이랑 피임약 잔뜩 사주셨다고... 이정도면 말 다함. 가족끼리 대놓고 성생활 또는 야한 비슷한 얘기는 절대 안하는데, 암묵적으로 사실을 인정하시는 정도??
2. 계산이 확실하심
시부모님이랑 처음 만나고 얼마 안되서 시내쪽으로 올라오심. 시내쪽에는 남친의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아버지네 가족, 작은 고모가 살기때문에 올라오시면 온가족을 불러냄. 나도 나오라 하심. 만난 지 몇 달 됬다고 남친 온가족 만나게 생겼음. 부담스러웠으나, 예의상 남친과 같이 꽤 고급스러운 중국 식당에 감. (나때문에 일부러 중국음식 예약??) 그때 남친도 나도 학생이라 생활이 참 근근했음. 남친은 정부에서 나오는 기본 지원금과 고등학교 졸업후 1년동안 막노동 해서 모은 돈으로 생활했고, 나는 학비, 기숙사비를 모두 부모님이 부담해주시는게 죄송스러워 생활비는 내가 싱가폴인이 운영하는 푸드코트에서 최저시급보다 낮은 시급으로 알바하면서 보탰음. 온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마치고. 연봉 제일 쎄신 울시아버님(연봉 약 2억 5천~3억)께서 일단 돈을 내시고는 계산기를 꺼내더니 n분의 1, 한명씩 다 내놔라 함.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손님으로 불려온 나도. 급 당황함. 당시 하루 알바비와 맞먹는 돈이었음. 남친이 안온다는 나를 끌고 왔기에 미안해하며 지가 계산해줌.
비슷한 여담으로 결혼 후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온가족이 뉴질랜드 여행간 적 있었는데, 식비, 숙박비, 심지어 간식, 빵, 우유 슈퍼에서 사온 거 죄다 n분의 1해서 돈받음. 워낙 시아버지가 돈을 잘버시는 분이라, 시엄니 씀씀이가 크심. 싼게 비지떡이다, 돈쓰는데 치사하게 굴지 말아라..를 입에 달고 사심. 숙박비만 벌써 5성급이었음ㅠㅠ 정말 열받는 건, 남편이랑 나는 먹지도 않는 땅콩, 저지방우유 이런거 시엄니 혼자 나가서 간식이라고 사갔고 와서는 돈내노라 하시는 거... 진짜 싫었음. 그와중에 아직 사회 초년생인 남편과 나에게 '짠돌이, 짠순이'라고 놀리심..하아.. 남편도 자존심 상했는지 이분들 앞아서 돈얘기 절대 안함.
그 후로 익숙해지긴 했으나, 커피 한잔 값(3천 5백원)도 다 받아내는데 진짜 미치겠음. 훗날 남편도 나도 돈 잘 벌게 되고, 종종 우리가 그냥 밥값 계산해 버리고 돈 안받음. 그러면 꼭 다음 번엔 자기들이 계산함 (빚지는 거 싫어하심).
3. '애기 언제 갖냐?' 질문 안하심
결혼 후, 친정 부모님이 항상 걱정하시는 부분, 그리고 간절히 원하시는 손주/손녀. 30대 초반까지 돈도 열심히 모으고, 여행, 취미생활 즐길만큼 즐긴 후 애기를 가질 계획이었음. 그러고서 부담없이 천천히 임신 계획을 하는데.. 알고봤더니 난임. 친정쪽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어떻게든 도움 주시려 노력하심. 우리가 애기 가질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는 건지, 예의상 묻질 않는 건지.. 시부모님은 워낙 묻지도 않으니 그분들께 임신 계획, 난임치료, 일체 얘기도 안함. 남편도 별로 공유할 생각 없나봄. 나도 그게 편함.
4. 집안일 안시키심
몇년전에 멜버른으로 지역 이동하기 전에 시부모님 댁에 한두달 같이 산 적이 있는데, 집안일 안 시키심. 시엄니는 울 남편과 돌아가면서 요리하심. 설겆이는 시아버지와 내가 알아서 함. 설겆이는 꼭 내가 나서서 한 이유중에 하나가, 호주 사람들, 기름에 찌든 그릇을 퐁퐁 한번 쥐어짠 뜨뜻한 물에 쓱쓱한 다음에 헹구지도 않고 그대로 행주로 거품과 물기를 닦아냄. 그게 너무 싫어서 열심히 시아버지 옆에서 물로 헹구고 행주로 말리고 함. 시엄니는 나 집안일 못하는 줄 아심. 회사다니면서 집안일 동시에 깔끔하게 잘하기 힘듬. 둘이 살때 남편이 요리하고 설겆이, 청소는 내가하고 이렇게 분담하기는 하지만, 맞벌이가 되다보니, 자주 나가서 사먹고, 청소도 자주 못했음 (2주에 한번 대청소). 그렇다고 집안 그지꼴로 냅둔 적 없음. 현재 일 안하고 집에 있으니까, 왜 울 시엄니가 집안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셨는지 이해가 감. 집에 있으니, 보이는게 먼지고, 해야 할 일이 집안일 밖에 없음.
5. 개인주의 쵝오
남편이 영사관쪽 일을 함. 갑작스레 해외에 나가서 1년 살아야 할 일이 있었음. 그때 우리가 애지중지 친아들처럼 키우던 닥스훈트 강아지가 있는데, 중국까지 데리고 갈 상황이 아니라, 시부모님께 일년만 봐달라고 부탁함. 단칼에 거절하심. 어쩔수 없이 이곳 저곳 알아봤지만, 결국 강아지 봐줄 사람은 못찾고, 출국은 해야겠고 하는 다급한 상황이 오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셔서 필요하면 도와줄테니 손주 강아지 함께 돌보자고 부탁하셔서 그제서야 오케이하심. 일년동안 우리 강아지 정말 이뻐하심. 울 강아지 때문에 동네 친구도 많이 만드심. 근데 웃기는게, 다시는 안봐주겠다 함. 강아지가 키우기 힘들어서가 절대 아님. 울강아지 훈련도 잘 시켰고 정말 착함. 그 이유가, 강아지때문에 자기네 여행갈 때 귀찮아진다고 싫다고 하심. 남편 직업 성격상, 해외 파견을 해야지만 승진이 순조로움. 그러나 그건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 딱잘라 말하심. 우리도 알았다 함.
6. 한국은 한국이고, 우리는 호주 사람이고
울 친정 부모님, 한국 스타일대로, 경제적, 정신적, 모든 면에서 큰딸내미를 지원해주셨으며, 계속해서 지원해 주실 것이라 함. 결혼식도 한국에서 함. 워낙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던 나와 남편은, 결혼 노래 부르시던 친정 부모님의 뜻을 따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림. 역시 우리 쿨내나는 시부모님, 8년 내내 결혼 얘기 한마디도 안하심. 결혼식에 시누이 델꼬 한국까지 와주심. 결혼식장 예약, 하객 대접, 스드메, 케잌, 남편 양복 다 친정 부모님과 내가 알아서 함. 호주에서 20평 남짓 3억짜리 아파트 새집 장만 할때도, 친정 부모님, 너 결혼할때 쓰라고 모아놨다 하시며 내이름으로 10년동안 펀드로 돈 모은거 주심, 그게 약, 7천? 덕분에 은행에 빌린 돈이 적어 도움이 많이 되었음. 울 시부모님, 현금 500불 (약, 50만원) 축하금 보내주셔서 냉장고 돈보태서 삼. 울남편 쓰니한테 잘한다고 친정부모님이 엄청 이뻐하심. 내 생일 때 전화도 잘 안하시는 분들이, 남편 생일에는 현금 백만원, 새로나온 삼성폰, 양복, 명품 시계.. 뭐 미친듯이 사주심. 하나도 안아까우시다 함. 나는 아까움. 나는 시댁에서 받는 게 없기 때문에...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책좋아해서 몇년째 책선물) 남편이 시부모님께 은근슬쩍 힌트 주면, 쿨하게 한마디 함. '그건 한국문화고~ 우리는 호주사람이라네. 각자 문화를 따르자고.' 친정부모님도 쿨하심. 한국에서 시집살이 안하는 거 자체로 충분하다며...
7. 크리스마스, 정말 중요한데.. 선물.. 어쩔..
우리나라 명절처럼, 크리스마스 정말 캐중요함. 종교랑 전혀 상관없이 온가족이 모여서 꼭 함께 지내야 하는 명절이라고. 울시어머니 선물도 옴팡 준비하심. 한명당 4개, 5개씩 트리 아래에 선물이 준비되어 있음. 근데, 선물이 갯수만 많지 다 쓸데 없음. 수건, 초콜렛, 어글리한 티셔츠, 양말 한쌍, 등등.. 다 따로따로 포장이 되어 있음. 포장 뜯는 재미인가?? 물론 백불가량의 값비싼 하이라이트 선물이 꼭 하나씩 있긴 함. 14년째 생일이든, 크리스마스든, 선물 받을때마다 참 애매함... 다 정말 쓸데 없거나.. 바꾸고 싶거나.. 왜?? 이런걸?? 이렇게 까지?? 하는 선물이 많음. 우리 친정 가족은 선물 꼭 필요한 거 물어봐서 사주거나, 현금 줌. 정말 실용적인 가족임. 시엄니가 주신 수많은 선물중에 내가 정말, 오, 이거 좋다.. 하는게 손꼽음. 그냥 자선단체에 기부함 (대부분 셔츠와 책). 나도 선물 드릴때 좋아하시는 거 맞춰 드리려고 노력은 하나.. 그냥 서로 취향을 이해 못하는 듯함.
8. 문화 이해, 인종차별?
이건 대부분 나이드신 백인들에 해당하는 듯 함. 물론 교육정도에 따라 또 틀리기도 하고.. 여튼, 호주사람들.. 가끔 놀랄만큼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짐. 그래서 인종차별이 생기는 듯함. 남편 가족 모임에 나가서 몇번 화가 치민 일이 있었음. 남편과 연애 초기때 한 일년 동안 울시엄니, 나 영어 못하는 줄 아심. 항상 나한테 큰소리로 느릿느릿 말하시길래, 그냥 귀가 안좋으신가 했음. -_- 가끔 내발음 못알아듣고 하시면 심하게 놀리셔서, 아직도 일부러 긴 말 안함. 호주 옛날 사람들만 알만한 표현이나 슬랭 너무 쓰셔서 내가 많이 배웠음. 웃기는 건, 페북에 글올리고 하시는 거 보면.. 문법이나 스펠링이 많이 틀리심;; 심지어 가족 모일때마다 스크래블이라고 스펠링 보드게임하는데, 내가 항상 이김.
여담으로 가족모임 때 한번 남편 고모가 나한테 그랬음, '호주처럼 풍족한 나라에서 사는 건 운이 좋은 거야. 쓰니에게 물어봐, 쓰니나라에서 쓰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게 도대체 뭔소리지 하고 벙쪄있는 나대신에 남편이 지랄해줌. 뭘 알고 지껄이라고. 한국이 얼마나 경제 강국인 줄 아느냐고. 그대로 고모님 입다무심. 나한테 맨날 뮬란닮았다 이쁘다 해주시며, 나쁘신 분은 아님. (쓰니 절대 뮬란 닮지 않았음 ㅋㅋㅋㅋㅋ 피부 색깔부터 포카혼타스 ㅋㅋㅋㅋ)
또다른 일화는, 가족모임때 피자를 시켰음. 배달부가 길을 잃어 꽤 늦게 도착함. 근데 그 배달원이 아시안계 사람이었음. 시엄니 집에 갈때까지 내내 쪼꼬만 차이나맨이 길잃어서 우리가 점심 늦게 먹었네, 죙일 같은 농담을 되풀이 하시면서 웃으심. 진심 그사람이 중국사람인 줄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따지고 싶었음. 배달원이 길잃을 수도 있지, 그게 차이나맨이라서 늦은 것도 아니고.. 아오.. 같은 아시안계 사람 앞에서 예의가 아니라고 느꼈음. 그날 내내 입에 썩소가 맴돌았음.
쓰다보니 울시엄니 뒷담화로 얘기가 넘어간 듯 하네요. ㅋㅋㅋ 나쁘게 쓴 부분도 많지만 알게 모르게 정도 많으시고 과거에 아픔도 많으셨던 분이에요. 어릴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하나있는 나이차가 좀 있는 언니도 혼자 살겠다고 떠나버려서, 다행히 친한 친구 부모님이 불쌍하게 여기시고 울시엄니 거둬서 키워주셨다 하네요. 그렇게 어렵게 학교 졸업하고, 수퍼마켓에서 일하시다가 시아버지 만나셔서 인생 전환 하신 거라고. 친화력이 엄청나게 좋아서 어딜가든 친구를 쉽게 만들고, 캠핑카 생활하시며 돌아다니다 보니, 전국에 친구가 생기셔서, 누구 생일, 누구 결혼식, 코로나 전까지는 캠핑카는 6개월 동안 주차해놓고 전국을 친구 만나러 바쁘게 누비셨다는.. 게다가 평생 회사 생활을 해보신 적이 없어서 사회 초년생의 힘든 점, 해외 파견, 맞벌이 집안일 분담, 이런 거 잘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튼 14년동안 시댁과 알고 지내면서 심한 마찰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똑부러지게 대처 못하는 부분도 많고, 살갑게 굴면서 딸처럼 잘지내야 할 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적당히 선긋고 사는 이 상황이 많이 편하긴 해요. 솔직히 친정, 시댁 둘다 연락은 비슷하게 자주 합니다.
욕 많이 얻어 먹을거 준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남편 파견 관해서는, 하나하나 설명하기 힘들어서 대충 간략하게 쓴거랍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물어보시면, 최대한 대답해 드릴게요.
외국인 씨월드 장단점
요번에 멜버른이 또다시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심심하기도 해서 이렇게 썰(?) 풀어보려 합니다.
기본 백그라운드를 깔아 드리자면, 남편과 저는 대학교에서 cc로 만나 8년 연애 하고 결혼한 지는 6년차 입니다. 남편은 공무원이고, 저는 마케팅 쪽 일 하다가 최근에 이래저래 일이 생겨 관두고, 집에서 취미생활과 번역일 가끔 해가면서 시간 떼우는 중입니다.
참고로, 모든 서양 문화권 시댁이 이렇다는 건 아니고, 제 경험일 뿐입니다. 빠르고 쉬운 설명을 위해 음슴체로 나갑니다.
1. 성적으로(?) 엄청 개방적이심
남편이랑 대학교때 처음 만나서 연애할 때 3시간 거리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놀러가게 됨. 친구들이랑 단체 여행 갔다가, 집이 근처라 숙소비도 아낄 겸, 둘이서 남친네 가기로 함. 당시 연애 초초초기라, 미래 시부모님은 내 존재만 알고 계심.
도착했더니, 아주 반갑게 반겨주시는 우리 시엄니. 나와 남친을 한 방으로 안내해 주심. 그때 어린 마음에 진짜 완전 충격 먹음. 친정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라, 훗날 둘다 사회생활하면서 동거하는 것도 반대 하셔서 한동안 거짓말 했었음. (엄니 아부지 지송ㅜㅜ) 더 충격이었던 건, 그때 만난 남편보다 2살 어린 시누이, 아직 고딩이었던 그녀의 남친이 거의 그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 물론, 같은 방에서.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시누이가 고1 때인가 첨으로 남친 생겼을때 엄니가 직접 딸내미 손붙들고 약국에 가서 콘돔이랑 피임약 잔뜩 사주셨다고... 이정도면 말 다함. 가족끼리 대놓고 성생활 또는 야한 비슷한 얘기는 절대 안하는데, 암묵적으로 사실을 인정하시는 정도??
2. 계산이 확실하심
시부모님이랑 처음 만나고 얼마 안되서 시내쪽으로 올라오심. 시내쪽에는 남친의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아버지네 가족, 작은 고모가 살기때문에 올라오시면 온가족을 불러냄. 나도 나오라 하심. 만난 지 몇 달 됬다고 남친 온가족 만나게 생겼음. 부담스러웠으나, 예의상 남친과 같이 꽤 고급스러운 중국 식당에 감. (나때문에 일부러 중국음식 예약??) 그때 남친도 나도 학생이라 생활이 참 근근했음. 남친은 정부에서 나오는 기본 지원금과 고등학교 졸업후 1년동안 막노동 해서 모은 돈으로 생활했고, 나는 학비, 기숙사비를 모두 부모님이 부담해주시는게 죄송스러워 생활비는 내가 싱가폴인이 운영하는 푸드코트에서 최저시급보다 낮은 시급으로 알바하면서 보탰음. 온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마치고. 연봉 제일 쎄신 울시아버님(연봉 약 2억 5천~3억)께서 일단 돈을 내시고는 계산기를 꺼내더니 n분의 1, 한명씩 다 내놔라 함.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손님으로 불려온 나도. 급 당황함. 당시 하루 알바비와 맞먹는 돈이었음. 남친이 안온다는 나를 끌고 왔기에 미안해하며 지가 계산해줌.
비슷한 여담으로 결혼 후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온가족이 뉴질랜드 여행간 적 있었는데, 식비, 숙박비, 심지어 간식, 빵, 우유 슈퍼에서 사온 거 죄다 n분의 1해서 돈받음. 워낙 시아버지가 돈을 잘버시는 분이라, 시엄니 씀씀이가 크심. 싼게 비지떡이다, 돈쓰는데 치사하게 굴지 말아라..를 입에 달고 사심. 숙박비만 벌써 5성급이었음ㅠㅠ 정말 열받는 건, 남편이랑 나는 먹지도 않는 땅콩, 저지방우유 이런거 시엄니 혼자 나가서 간식이라고 사갔고 와서는 돈내노라 하시는 거... 진짜 싫었음. 그와중에 아직 사회 초년생인 남편과 나에게 '짠돌이, 짠순이'라고 놀리심..하아.. 남편도 자존심 상했는지 이분들 앞아서 돈얘기 절대 안함.
그 후로 익숙해지긴 했으나, 커피 한잔 값(3천 5백원)도 다 받아내는데 진짜 미치겠음. 훗날 남편도 나도 돈 잘 벌게 되고, 종종 우리가 그냥 밥값 계산해 버리고 돈 안받음. 그러면 꼭 다음 번엔 자기들이 계산함 (빚지는 거 싫어하심).
3. '애기 언제 갖냐?' 질문 안하심
결혼 후, 친정 부모님이 항상 걱정하시는 부분, 그리고 간절히 원하시는 손주/손녀. 30대 초반까지 돈도 열심히 모으고, 여행, 취미생활 즐길만큼 즐긴 후 애기를 가질 계획이었음. 그러고서 부담없이 천천히 임신 계획을 하는데.. 알고봤더니 난임. 친정쪽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어떻게든 도움 주시려 노력하심. 우리가 애기 가질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는 건지, 예의상 묻질 않는 건지.. 시부모님은 워낙 묻지도 않으니 그분들께 임신 계획, 난임치료, 일체 얘기도 안함. 남편도 별로 공유할 생각 없나봄. 나도 그게 편함.
4. 집안일 안시키심
몇년전에 멜버른으로 지역 이동하기 전에 시부모님 댁에 한두달 같이 산 적이 있는데, 집안일 안 시키심. 시엄니는 울 남편과 돌아가면서 요리하심. 설겆이는 시아버지와 내가 알아서 함. 설겆이는 꼭 내가 나서서 한 이유중에 하나가, 호주 사람들, 기름에 찌든 그릇을 퐁퐁 한번 쥐어짠 뜨뜻한 물에 쓱쓱한 다음에 헹구지도 않고 그대로 행주로 거품과 물기를 닦아냄. 그게 너무 싫어서 열심히 시아버지 옆에서 물로 헹구고 행주로 말리고 함. 시엄니는 나 집안일 못하는 줄 아심. 회사다니면서 집안일 동시에 깔끔하게 잘하기 힘듬. 둘이 살때 남편이 요리하고 설겆이, 청소는 내가하고 이렇게 분담하기는 하지만, 맞벌이가 되다보니, 자주 나가서 사먹고, 청소도 자주 못했음 (2주에 한번 대청소). 그렇다고 집안 그지꼴로 냅둔 적 없음. 현재 일 안하고 집에 있으니까, 왜 울 시엄니가 집안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셨는지 이해가 감. 집에 있으니, 보이는게 먼지고, 해야 할 일이 집안일 밖에 없음.
5. 개인주의 쵝오
남편이 영사관쪽 일을 함. 갑작스레 해외에 나가서 1년 살아야 할 일이 있었음. 그때 우리가 애지중지 친아들처럼 키우던 닥스훈트 강아지가 있는데, 중국까지 데리고 갈 상황이 아니라, 시부모님께 일년만 봐달라고 부탁함. 단칼에 거절하심. 어쩔수 없이 이곳 저곳 알아봤지만, 결국 강아지 봐줄 사람은 못찾고, 출국은 해야겠고 하는 다급한 상황이 오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셔서 필요하면 도와줄테니 손주 강아지 함께 돌보자고 부탁하셔서 그제서야 오케이하심. 일년동안 우리 강아지 정말 이뻐하심. 울 강아지 때문에 동네 친구도 많이 만드심. 근데 웃기는게, 다시는 안봐주겠다 함. 강아지가 키우기 힘들어서가 절대 아님. 울강아지 훈련도 잘 시켰고 정말 착함. 그 이유가, 강아지때문에 자기네 여행갈 때 귀찮아진다고 싫다고 하심. 남편 직업 성격상, 해외 파견을 해야지만 승진이 순조로움. 그러나 그건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 딱잘라 말하심. 우리도 알았다 함.
6. 한국은 한국이고, 우리는 호주 사람이고
울 친정 부모님, 한국 스타일대로, 경제적, 정신적, 모든 면에서 큰딸내미를 지원해주셨으며, 계속해서 지원해 주실 것이라 함. 결혼식도 한국에서 함. 워낙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던 나와 남편은, 결혼 노래 부르시던 친정 부모님의 뜻을 따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림. 역시 우리 쿨내나는 시부모님, 8년 내내 결혼 얘기 한마디도 안하심. 결혼식에 시누이 델꼬 한국까지 와주심. 결혼식장 예약, 하객 대접, 스드메, 케잌, 남편 양복 다 친정 부모님과 내가 알아서 함. 호주에서 20평 남짓 3억짜리 아파트 새집 장만 할때도, 친정 부모님, 너 결혼할때 쓰라고 모아놨다 하시며 내이름으로 10년동안 펀드로 돈 모은거 주심, 그게 약, 7천? 덕분에 은행에 빌린 돈이 적어 도움이 많이 되었음. 울 시부모님, 현금 500불 (약, 50만원) 축하금 보내주셔서 냉장고 돈보태서 삼. 울남편 쓰니한테 잘한다고 친정부모님이 엄청 이뻐하심. 내 생일 때 전화도 잘 안하시는 분들이, 남편 생일에는 현금 백만원, 새로나온 삼성폰, 양복, 명품 시계.. 뭐 미친듯이 사주심. 하나도 안아까우시다 함. 나는 아까움. 나는 시댁에서 받는 게 없기 때문에...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책좋아해서 몇년째 책선물) 남편이 시부모님께 은근슬쩍 힌트 주면, 쿨하게 한마디 함. '그건 한국문화고~ 우리는 호주사람이라네. 각자 문화를 따르자고.' 친정부모님도 쿨하심. 한국에서 시집살이 안하는 거 자체로 충분하다며...
7. 크리스마스, 정말 중요한데.. 선물.. 어쩔..
우리나라 명절처럼, 크리스마스 정말 캐중요함. 종교랑 전혀 상관없이 온가족이 모여서 꼭 함께 지내야 하는 명절이라고. 울시어머니 선물도 옴팡 준비하심. 한명당 4개, 5개씩 트리 아래에 선물이 준비되어 있음. 근데, 선물이 갯수만 많지 다 쓸데 없음. 수건, 초콜렛, 어글리한 티셔츠, 양말 한쌍, 등등.. 다 따로따로 포장이 되어 있음. 포장 뜯는 재미인가?? 물론 백불가량의 값비싼 하이라이트 선물이 꼭 하나씩 있긴 함. 14년째 생일이든, 크리스마스든, 선물 받을때마다 참 애매함... 다 정말 쓸데 없거나.. 바꾸고 싶거나.. 왜?? 이런걸?? 이렇게 까지?? 하는 선물이 많음. 우리 친정 가족은 선물 꼭 필요한 거 물어봐서 사주거나, 현금 줌. 정말 실용적인 가족임. 시엄니가 주신 수많은 선물중에 내가 정말, 오, 이거 좋다.. 하는게 손꼽음. 그냥 자선단체에 기부함 (대부분 셔츠와 책). 나도 선물 드릴때 좋아하시는 거 맞춰 드리려고 노력은 하나.. 그냥 서로 취향을 이해 못하는 듯함.
8. 문화 이해, 인종차별?
이건 대부분 나이드신 백인들에 해당하는 듯 함. 물론 교육정도에 따라 또 틀리기도 하고.. 여튼, 호주사람들.. 가끔 놀랄만큼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짐. 그래서 인종차별이 생기는 듯함. 남편 가족 모임에 나가서 몇번 화가 치민 일이 있었음. 남편과 연애 초기때 한 일년 동안 울시엄니, 나 영어 못하는 줄 아심. 항상 나한테 큰소리로 느릿느릿 말하시길래, 그냥 귀가 안좋으신가 했음. -_- 가끔 내발음 못알아듣고 하시면 심하게 놀리셔서, 아직도 일부러 긴 말 안함. 호주 옛날 사람들만 알만한 표현이나 슬랭 너무 쓰셔서 내가 많이 배웠음. 웃기는 건, 페북에 글올리고 하시는 거 보면.. 문법이나 스펠링이 많이 틀리심;; 심지어 가족 모일때마다 스크래블이라고 스펠링 보드게임하는데, 내가 항상 이김.
여담으로 가족모임 때 한번 남편 고모가 나한테 그랬음, '호주처럼 풍족한 나라에서 사는 건 운이 좋은 거야. 쓰니에게 물어봐, 쓰니나라에서 쓰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게 도대체 뭔소리지 하고 벙쪄있는 나대신에 남편이 지랄해줌. 뭘 알고 지껄이라고. 한국이 얼마나 경제 강국인 줄 아느냐고. 그대로 고모님 입다무심. 나한테 맨날 뮬란닮았다 이쁘다 해주시며, 나쁘신 분은 아님. (쓰니 절대 뮬란 닮지 않았음 ㅋㅋㅋㅋㅋ 피부 색깔부터 포카혼타스 ㅋㅋㅋㅋ)
또다른 일화는, 가족모임때 피자를 시켰음. 배달부가 길을 잃어 꽤 늦게 도착함. 근데 그 배달원이 아시안계 사람이었음. 시엄니 집에 갈때까지 내내 쪼꼬만 차이나맨이 길잃어서 우리가 점심 늦게 먹었네, 죙일 같은 농담을 되풀이 하시면서 웃으심. 진심 그사람이 중국사람인 줄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 따지고 싶었음. 배달원이 길잃을 수도 있지, 그게 차이나맨이라서 늦은 것도 아니고.. 아오.. 같은 아시안계 사람 앞에서 예의가 아니라고 느꼈음. 그날 내내 입에 썩소가 맴돌았음.
쓰다보니 울시엄니 뒷담화로 얘기가 넘어간 듯 하네요. ㅋㅋㅋ 나쁘게 쓴 부분도 많지만 알게 모르게 정도 많으시고 과거에 아픔도 많으셨던 분이에요. 어릴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하나있는 나이차가 좀 있는 언니도 혼자 살겠다고 떠나버려서, 다행히 친한 친구 부모님이 불쌍하게 여기시고 울시엄니 거둬서 키워주셨다 하네요. 그렇게 어렵게 학교 졸업하고, 수퍼마켓에서 일하시다가 시아버지 만나셔서 인생 전환 하신 거라고. 친화력이 엄청나게 좋아서 어딜가든 친구를 쉽게 만들고, 캠핑카 생활하시며 돌아다니다 보니, 전국에 친구가 생기셔서, 누구 생일, 누구 결혼식, 코로나 전까지는 캠핑카는 6개월 동안 주차해놓고 전국을 친구 만나러 바쁘게 누비셨다는.. 게다가 평생 회사 생활을 해보신 적이 없어서 사회 초년생의 힘든 점, 해외 파견, 맞벌이 집안일 분담, 이런 거 잘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튼 14년동안 시댁과 알고 지내면서 심한 마찰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똑부러지게 대처 못하는 부분도 많고, 살갑게 굴면서 딸처럼 잘지내야 할 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적당히 선긋고 사는 이 상황이 많이 편하긴 해요. 솔직히 친정, 시댁 둘다 연락은 비슷하게 자주 합니다.
욕 많이 얻어 먹을거 준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남편 파견 관해서는, 하나하나 설명하기 힘들어서 대충 간략하게 쓴거랍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물어보시면, 최대한 대답해 드릴게요.